나는 불안감이 심한 아이를 둔 부모들에게 안심시키려고 끊임없이 애쓰는 노력을 그만두라고 권했다. 겁을 먹지 않은 두 번째 병아리가 그 어떤 논리나 말, 행동을 보여주어도 겁을 먹고 죽은 척하는 병아리를 안심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두 번째 병아리의 질문’이라는 기법을 개발했다. “내 눈을 봐, 내가 겁을 먹은 것 같아, 아닌 것 같아?” 이 질문은 아이들을 꼼짝도 못하게 만드는 두려움에서 벗어나 안심할 수 있게 하는 효과가 있다. 무턱대고 ‘무서워할 거 하나도 없어’라고 말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_ 여는 글, 불안한 아이 때문에 마음만 앞서는 부모들에게 ... 10쪽
이어짐-단절-다시 이어짐은 ‘빈 컵 채우기’에 비유할 수도 있다. 모든 아이들 속에 애정, 사랑, 관심, 안도감으로 채워져야 하는 빈 컵이 있다고 상상해보자. 그 컵이 가득 채워지면 아이들은 협조적이고, 행복해하고, 창의적이 될 수 있다. 반면 컵이 비면 아이들은 비협조적이고, 불행해하고, 문제를 일으킬 행동을 하기 쉽다. 부모로서 우리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는 그 컵을 채워주는 것이다. 아이들의 마음속에 있는 컵을 채워주기 위해서는 관심을 보이고, 아이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선택권을 주고, 귀를 기울이고, 격려해주어야 한다. 사랑, 애정 그리고 놀이는 아이들의 컵을 넘치도록 채워줄 수 있다.
_ 여는 글, 불안한 아이 때문에 마음만 앞서는 부모들에게 ... 17쪽
불안감이 심한 아이들 대부분 종종 말도 안 되는 행동을 하는 것 때문에 자신이 멍청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그런 아이들에게 똑똑하고 영리해야 불안해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항상 일러준다. 지능이 고통을 일으키는 감정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주지는 않는다. 사실 불안감이 심한 아이들 중 많은 수가 상당히 높은 지적 능력을 보여준다. 그 아이들이 걱정하는 일에 대해 생각하려면 엄청난 두뇌의 힘이 필요할지 모른다! 불안감이 심한 아이들은 자신에게 강한 감정의 힘 즉 감정력이 있음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아동기에는 어느 한 부분이 약하면 그에 대한 균형을 맞추기 위해 다른 부분이 강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_ 1장. 내 아이는 왜 불안해할까? ... 29쪽
나 역시 과보호 부모로 출발했지만 딸이 세 살이 될 무렵부터 그런 내 모습을 바꾸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했다. 어느 날 딸 에마가 신이 나서 놀이터의 놀이 기구에 기어 올라가고 있었다. 나는 불안한 얼굴로 밑에서 계속 “조심해, 조심하라니까!” 하고 소리쳤다. 그러자 친구 하나가 내게 다가와 이렇게 말했다. “래리, 애가 자신감도 없는 겁쟁이가 되는 것보다는 팔 한번 부러져보는 게 낫지 않을까.” 과격한 그 말에 뭔가 시원하게 대꾸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나 역시 자신감 없는 겁쟁이에서 벗어나기 위해 오랜 시간 노력한 경험이 있었다. 그래서 에마가 겁을 먹는 대신 모험을 즐기고 자신의 능력을 신뢰할 수 있도록 응원해주기로 결심했다. 나 자신도 좀 더 모험을 즐기려고 애썼다. 전혀 내키지 않았지만 암벽 등반에 도전하기도 했다!
과보호 부모였던 과거의 나를 되돌아보면 그것이 결코 에마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방법이 아니었음을 이제는 알 수 있다. 그런 내 태도는 아이의 경고 신호만 더 요란하게 만들어 정확한 평가를 내릴 수 있는 능력을 방해하고, 위험 해제 신호를 약화시킬 뿐이었다. 아이 아빠로서 전혀 원하지 않는 것들이었다.
_ 1장. 내 아이는 왜 불안해할까? ... 54쪽
불안감 과잉 없이 성장한 아이들의 경계 시스템은 조심스럽지만 지나치게 예민하지는 않을 만큼 발달한다. 경고 시스템 역시 강하되 지나치지 않게, 평가 시스템은 성적이고 정확하게 그리고 위험 해제 시스템도 자신감 있게 발달한다. 이런 섬세한 균형이 이루어지지 못한 아이들은 안심 시스템을 초기화할 필요가 있다.
불안감이 심한 아이들은 많은 시간을 ‘경계 상태’로, 잠재된 위험이 닥치지 않는지 살피면서 보낸다. 이런 과도 각성 상태를 풀어주는 데는 ‘역할극 놀이’가 효과적이다. 브룩을 처음 만났을 때 아이는 몹시 불안해했는데, 특히 반복적으로 이루어지는 일상에 변화가 생길 때 증상이 심해졌다. 변화가 생길 때마다 아이는 엄마에게 같은 질문을 몇 번이고 되풀이했고, 그 어떤 대답에도 만족하지 못했다. 엄마인 브렌다는 아이의 이런 행동 패턴을 불만스럽게 여겼고, 인내심을 잃을 때도 종종 있었다. 브렌다에게 아이를 돕기 위해 어떤 일을 하는지 묻자, 브렌다는 눈을 부릅뜨며 이렇게 대답했다. “진정하라고 말해주려고 얼마나 애를 쓰는데요. 걱정할 거 하나도 없다고 말이에요. 그리고 말 잘 들으면 스티커도 붙여준다고 했어요. 그런 게 하나라도 통했다면 이렇게 상담 받으러 여기 안 왔겠죠.”
_ 1장. 내 아이는 왜 불안해할까? ... 59쪽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