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크리스마스 이브에 버려진 아이
명희는 차분한 목소리로 촛불 의식을 설명했다. 모두들 숙자가 이야기 하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숙자는 몇 번 숨을 크게 쉬기만 할 뿐 아무 말도 못했다. 한참 만에 입을 연 숙자가 말했다. '저, 선생님, 저 맨 나중에 할게요.''그래, 그럼 숙희 촛불에 불만 붙여 주고 나중에 하자.' ~~~~~~~~
다시 숙자 차례가 됐건만 숙자는 여전히 촛불만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한참 만에야 숙자의 입이 달싹달싹 움직였다.그러나 소리가 너무 작아 모두들 숨을 죽이고 들어야 했다. '음...... 저, 다들 고마워요. 그리구 동수 오빠가 착하게 된거 축하해요. 음...... 그리구......'숙자는 또 머무적 거렸다. 숙자 촛불이 깜빡거렷다. 동준이는 얼른 제 촛불을 숙자 것과 바꿨다. 숙자의 눈에 눈물이 그렁해지기 시작했다.
'음, 저, 저는 엄마가 돌아와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엄마가 없는 동안 정말 엄마가 보고 싶었다는 말도 하고 싶어요. 저도 숙희처럼 엄마한테 가서 말도 많이 하고 싶구, 엄마를 좋아한다구 말하구 싶어요. 근데 그게 잘 안돼요. 그리고, 그리고 아빠가 많이 보고 싶어요. 숙희랑 엄마랑 셋이서 아빠 얘기를 했으면 좋겠어요. 이러다가 아빠를 다 잊어버리면 아빠가 너무 외로울 것 같아요.'
--- p.118-120
" 자 이제 촛불이 거의 다 타 버렸죠? 우리 지난 한 해동안 슬프도 속상한 일, 그 촛불에 다 태워버란 거예요. 불이 들어오면 우리 서로서로 돌아가며 꼭 껴안는 거예요. "
명희가 서둘러 촛불 의식을 끝냈다. 불이 켜지자 서로 방안을 돌면서 한 번씩 껴안았다.
숙자 어머니는 숙자가 곁에 오자 숙자를 꼭 껴안았다.
어머니 품에 안겨 숙자는 어머니가 무슨 말이든 해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어머니는 그저 눈물만 흘리면서 말없이 숙자의 볼을 쓰다듬어 줄 뿐이었다.
숙자는 못내 섭섭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저녁 준비를 하느라 다시 분주해진 부엌 한구석에서 숙자는 시무룩하게 서 있었다. 그 모습을 살피던 동수가 다가갔다.
" 숙자야 너무 속상해 하지마. 사람들은 속마음을 말하는 게 참 힘들어. "
" 나두 알아. "
--- p.121
" 자 이제 촛불이 거의 다 타 버렸죠? 우리 지난 한 해동안 슬프도 속상한 일, 그 촛불에 다 태워버란 거예요. 불이 들어오면 우리 서로서로 돌아가며 꼭 껴안는 거예요. "
명희가 서둘러 촛불 의식을 끝냈다. 불이 켜지자 서로 방안을 돌면서 한 번씩 껴안았다.
숙자 어머니는 숙자가 곁에 오자 숙자를 꼭 껴안았다.
어머니 품에 안겨 숙자는 어머니가 무슨 말이든 해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어머니는 그저 눈물만 흘리면서 말없이 숙자의 볼을 쓰다듬어 줄 뿐이었다.
숙자는 못내 섭섭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저녁 준비를 하느라 다시 분주해진 부엌 한구석에서 숙자는 시무룩하게 서 있었다. 그 모습을 살피던 동수가 다가갔다.
" 숙자야 너무 속상해 하지마. 사람들은 속마음을 말하는 게 참 힘들어. "
" 나두 알아. "
--- p.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