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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PUB ]
박완서 저 / 민병일 사진 | 열림원 | 2014년 11월 26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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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11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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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PC(Mac)
파일/용량 EPUB(DRM) | 228.23MB ?
ISBN13 9788970639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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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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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산맥을 볼 때마다 저 산 너머엔 뭐가 있을까 생각하곤 했지만, 그 산을 넘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서 품을 수 있는 동경이었다. […] 너무도 엄혹한 자연환경 때문에 내 생에서 가장 고된 여행이 되었다. 노구(老軀)를 이끌고 다닐 데가 아니로구나. 자주 나이를 의식해야 하는 것도 괴로웠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생전 처음 보는 산의 원형이다. 우리나라도 거의 산지로 돼 있고, 한때는 남벌(濫伐)로 산이 헐벗은 적도 있었지만, 풀이 자라고 나무뿌리나 등걸이라도 남아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아무도 산의 원형을 본 적이 없다. 식물한계선을 넘은 높이에 있는 이곳 산은 눈을 이고 있지 않으면 실오라기 하나 안 걸친 맨몸이다. 바위도 없이 갈색 흙으로 된 산들이 우기(雨期)에 파인 자국을 주름처럼, 거대한 발가락처럼, 사타구니처럼 드러내고 대책 없이 서 있는 꼴은 황량과 파렴치의 극치이다. 그 낯선 풍경에는 이국적이라는 말도 그 감미로운 울림 때문에 해당이 안 된다. 딴 나라를 여행하고 있는 게 아니라 딴 천체를 여행하고 있는 것처럼 아득하고 공포스러운 외로움에 사로잡히게 된다. 48-49p

지방에 사는 티베트 사람들은 라싸의 조캉 사원(大昭寺)과 포탈라 궁을 일생에 한 번 참배하는 게 소원이라고 한다. 걸어서 순례길에 나선 순례자들은 멀리 포탈라 궁의 아름다운 금박 지붕이 보이면 거기서부터 오체투지를 시작해 라싸에 이른다. 우리 상식으로는 걸어서 거기까지 오는 데 며칠, 몇십 일이 걸렸으면, 목적지가 바라보인다 싶으면 힘이 나서 뛰든지 조급한 마음에 차라도 얻어 타고 싶으련만 온몸을 던져서 땅을 기는 오체투지라니. 시간 관념의 차이일까, 목적과 과정에 대한 가치관의 차이일까. 53-54p

나는 단독 주택에 살 때 해마다 이삼천 개씩 들이던 연탄의 부피로 미루어 똥덩이의 수효를 헤아리려 든다. 연탄을 때본 사람은 야크 똥 연료를 야만적이라고 여겨서는 안 된다. 구들 밑으로 살인 가스를 통하게 하는 게 훨씬 더 야만적이다. 가까이 가서 맡아보아도 불쾌한 냄새 같은 건 전혀 안 난다. 겉으로 보기에도 야크 똥을 붙이고 있는 집은 그런대로 보기 좋다. 더군다나 메주의 추억이 있는 우리에겐 정겹기조차 하다. 102-103p

고도가 높아질수록 나무의 키가 낮아져 관목숲이 되고 식물한계선을 넘으면 모진 풀밖에 못 자라고, 이끼만 남다가 아무것도 못 자라는 땅이 된다고는 알고 있었지만 나무보다 풀이 더 강하고 풀보다 꽃이 더 강하다는 건 처음 알았다. 풀도 없는 데서 꽃을 보게 되다니. 놀랍게도 그 붉디붉은 꽃은 나팔꽃처럼 생긴 통꽃인데, 꽃이 한 송이씩 땅에 직접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짓밟혀도 짓밟혀도 살아남은 질경이의 강한 생명력은 줄기 없이 잎이 직접 땅에 뿌리내렸기 때문이라고 들은 적이 있는데 이 꽃의 생존 방식이 바로 그러하였다. 연연하고도 연약해 손이 닿으면 스러질 듯 가련한 꽃송이에 어찌 그리도 모진 생명력이 잠재해 있는지. 107p

마을 사람들은 우리하고 동시대 사람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생활을하고 있다. 그건 뒤떨어졌다는 뜻하고는 다르다. 거기에는 우리가 오래전에 잃은 자연과의 일치와 교감에서 오는 근원적인 평화와 행복감이 있을 것 같다. 154p

이 거친 산야를 바람처럼 스쳐가는 이방의 여행자가 어림짐작하기로는, 티베트 민족은 인간 정신의 저 아득한 심연, 그 극한까지 도달했다가 그 밑바닥을 박차고 높이높이 부처라는 깨달음의 최고 경지까지 상승할 수 있기를 꿈꾸는 민족처럼 여겨진다. 그건 혹독하게 단련된 정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모든 것이 평준화를 지향하는 세계적인 추세 속에서 그들의 독특한 정신의 깊이와 높이는 존경받아 마땅하리라.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개인 구원의 차원이 아닐까. 외부와 단절된 독특한 환경 속에서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고루 의식이 충족되고 행복을 향유할 수 있었을 적에 누릴 수 있던 정신문화였다. 기아선상에 선 어린이와 애 엄마가 이민족의 소매에 매달려 구걸해야만 일용할 양식을 해결할 수 있는 치욕적인 상황에서도 그들의 종교가 마냥 개인 구원의 차원에만 머물러 있다면 누가 그들의 종교를 존경은커녕 존재 가치라도 인정할 수 있겠는가. 그들의 열정적인 상승 욕구를 평면적인 이웃한테도 좀 확산시켰으면 싶었다. 이방인이 티베트에서 장려한 사원과 수많은 불상을 보는 일은 눈에는 최고의 사치요 충격이었지만, 그 이상은 되지 못했다. 마음의 평화나 기쁨은 못 느꼈다. 호화와 사치를 극한 불상과 이 땅의 극빈층이 저절로 대조가 되어 불상에서 느끼고 싶은 자비를 느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193-194p

티베트 특유의 깊고 청명한 하늘을 이고 순결한 은빛으로 빛나는 히말라야의 대 파노라마 앞에 우리는 조용히 숨을 죽였다. 너절한 수다를 떠느니 침묵으로 오체투지하는 게 이 위엄과 미를 아울러 떨치고 있는 세계의 지붕에 대한 예의일 것 같았다. 222-223p

고도가 5천 미터를 넘으면 거의 아무것도 자라지 않는 게, 달나라의 풍경을 연상시킨다. 그래도 지구란 좋은 데다. 자세히 보면 이끼가 있고, 이끼 위에 거짓말처럼 꽃이 피어 있다. 마치 암녹색 융단 위에다 수를 놓은 것처럼 그들은 꽃대가 따로 없이 이끼와 같은 높이로 겸손하게, 그러나 선연하고 강인하게 피어 있다. 237p

달 밝은 밤 호수에 비친 달과 거꾸로 비친 설산도 이 세상 풍경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신비경이지만, 새벽에 호수에 배를 띄우고 피어오르는 물안개 속에서 새 떼가 무리 지어 방금 창조된 것처럼 힘차고 아름답게 날아오르는 걸 보면, 내 몸도 기쁨으로 폭죽처럼 폭발해버릴 것 같은 위기의식마저 느끼게 된다.
---p.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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