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컴퓨터 업계에 발을 붙이게 된 것에 대해 후회하고 있지는 않은가?
가끔 지인들로부터 내 경험들을 책으로 써보면 좋겠다는 얘기를 들었으나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글 쓰는 데 전문이 아니어서, 또는 글맵시가 서툴기도 하고, 누구나 하는 당연한 일을 뭘 잘했다고 떠드는가 하는 소극적인 생각도 많았다.
우연히 지앤선이라는 출판사에서 출간한 『소프트웨어 아키텍트가 알아야 할 97가지』를 보게 되었는데 역자 서문에 이런 문장이 눈에 띄었다.
‘아키텍트로서 성장하기 위한 길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누구에게 아키텍트로 가는 길을 물어야 하며, 조언을 구해야 할 것인가? 국내 현실상 산전수전 다 겪은 나이 지긋한 아키텍트를 만나기란 하늘의 별따기였습니다.’
나는 감히 용기를 가질 수 있었다. 둘째 아들놈이 책 쓰라며 성화와 함께 던져준 위드덤하우스에서 출간한『내 인생의 첫 책쓰기』도 큰 결심을 굳히는 데 한몫하였다.
평소 메모를 즐기는 편이라 자료는 꽤 준비되어 있었지만, 그래도 문장력이나 적절한 단어 찾기에 골몰할 시간이 더 많이 필요했다.
이 얘기를 전하면서 후배들은 과연 공감할까, 어떤 평가를 내릴까 궁금하기도 하다. 과정 중에 만난 초면의 사람들도 곧 나올 책에 관심이 있다고 하니, 실망을 안기면 안되는데 걱정도 된다. ‘지 자랑했구만!’ 한다면 부끄럽기도 하고 할 말도 없다.
설사 오만방자하게 보일지라도 만화책 보듯이 설렁설렁 읽어보기 바란다. 오랫동안 개발의 문제점을 고민한 결론을 체험수기처럼 쓴 것이므로 IT 전문가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작으나마 참고서가 되기를 기대한다.
준비 과정에서 개발자나 PM들을 만나서 대화도 해 보았고, 개발 프로젝트의 실패 사례도 목격하면서 개발 실패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나의 경험과 비교해 보았다. 답은 업무의 분석 능력과 특성 파악 능력을 소홀히 한 데 있다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공학의 분석방법론이나 분석기법을 설명하고자 함이 아니다. 방법론에 관한 서적은 많은데, 분석 능력이나 특성 파악 능력을 키우는 방법이나 필요성에 대한 책은 찾기 힘들었다. 특히 필요성을 찾아낸 체험 수기는 더더욱 찾기 힘들었다. 나는 나의 경험을 토대로 여러분들의 분석 능력을 키우는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분석 능력을 키운다는 것은 다만 소프트웨어 개발에 국한되지 않는다. 분석 능력을 키우면 삶을 보는 시각에도 차이가 생기고, 심지어 리더십의 필요성도 알게 된다. 분석 능력에 달인이 되면 자녀들의 재능과 특성 파악을 할 수 있어 자녀교육에도 큰 도움이 된다. 자녀들의 특성 파악과 해법에 대하여 조만간 별도로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단일 프로젝트를 단독으로 분석하여 개발을 완성해본 개발자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근자에는 프로젝트 단위가 커서 여러 사람이 협업으로 개발에 동참하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나는 행운아였다. 어려운 점이 많았으나 성취감을 맛보는 행복의 순간이 더 많았으며 현재까지 그 행복감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공학 서적은 많다. 내가 읽을 때도 헛갈리는 때가 많았는데 IT를 막 시작하는 학생들은 과연 얼마나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을까 궁금해지기도 하였다. 사실 알고 보면 이해할 수 있는 똑같은 의미인데도 한글과 영어의 단어 차이로 읽는 사람이 혼란스럽게 된다. (독해에 자신 있는 기술자들은 차라리 원서 읽기를 권한다. 더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은 읽고 이해하기 어려운 이론서가 아니다. 생생한 현장의 개발 사례를 통하여 해법을 찾는 것이 개발자들 마음에 훨씬 가깝게 다가오고, 이해하기 쉽겠다는 생각을 해 봤다. 오랫동안의 개발과 구축 경험을 정리하여 개발자에게 처해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더 쉽게 개발할 방법은 없는지, 개발에서 실패를 줄일 수 없는 방법은 무엇인지 사례를 통하여 답을 주고자 만든 책이다.
내가 감히 분석 능력과 특성 파악 능력을 키우라고 강조하게 된 동기가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에도 도(道)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병을 근본적으로 완치시키려면 발병의 원인을 찾는 데 주력해야지 치료법부터 찾으면 안 된다는 결론을 얻은 것이다.
도전하라. 행여 실패를 하더라도 도전하라. 도전으로 기회의 밥그릇을 준비하는 또 다른 스펙을 쌓을 수 있다. 도전 없이 여유 시간을 소비하느니 비록 실패한다 하더라도 남는 것은 있을 테니까 겁내지 말고 도전하기를 권한다.
나는 겁없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또 다른 도전을 시작하고 있다.
바로 글쓰기에 도전하는 것이다.
글쓰기에 문외한일지라도 주위의 도움으로 책을 내는 것이다.
겁도 없이 IT에 도전했을 무렵부터 무작정 쳐들어가 질문했을 때 주저 없이 자신의 애지중지했을 기술과 지식을 전해주신 많은 분들과 태백?정선에서 나의 성공을 진심으로 기원해주는 친구들, 강원랜드 직원들, 초등학교 친구들, 고등학교 친구 및 클럽 친구들, 대학과 대학원 동기들과 클럽 친구들, 군 생활을 함께 했던 장사병들, 사회생활에서 만나 진정한 우애를 나누고 있는 여러 지인들께도 지면을 통해서나마 그동안의 관계에 대해 진심을 다하여 감사드린다.
청어출판사의 이영철 대표님께도 감사드린다. 수많은 출간 원고를 받을 텐데 졸작의 출간을 결정해주시고 용기를 주셨다. 희망을 주지 않으셨다면 아마 대단히 실망했을 것이고, 앞으로도 글쓰기는 영원히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편집장님과 출판사 직원들의 정성 어린 수고에도 감사드린다. 내 일이 아니면 대체로 등한시하는 게 우리의 일반적인 행태임을 잘 아는데 자신의 일처럼 애써주셨기 때문에 깔끔하게 마무리되지 않았을까.
다섯 남매를 키우면서도 혹 같은 동생마저 공부시키느라 애쓰신 큰형님과 큰형수님께 지면을 통해서나마 감사드린다. 더불어 나의 성공을 기대하며 묵묵히 지켜봐 준 혈육으로 뭉쳐진 형제들에게도 감사를 드린다고 말로 표현할 수밖에 없다.
가족은 살을 맞대야 행복을 느낀다고 했는데 선웅, 선걸 두 아들에게 그러지 못했음이 미안할 따름이다.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개발입네, 출장입네 하여 아비가 없는 거나 마찬가지로 사춘기를 거치면 서도 묵묵히 잘 자라주어 고마울 따름이다. 표현은 서툴렀지만 예전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사랑하고, 할 것이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나의 도전은 죽는 날까지 계속될 것이다. 돌아가신 어머니, 아버지! 두 분의 아들로 태어났음에 감사드립니다. 끝까지 지켜봐 주십시오. 그리고 당신의 자식들을 지켜주십시오.
---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