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하는 만큼 삶이 풍성해진다. 감동이 많은 사람은 눈시울도 잘 붉히고 눈물도 잘 흘리지. 마치 고장난 수도꼭지처럼......
감동 없이 사는 사람, 일상에서 가슴에 뜨거운 그 무엇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야말로 목석과 같은 사람이 아닐까.
너는 오늘 얼마나 감동했니. 자연을 보고 얼마나 가슴이 뭉클했니. 너는 오늘 들판에 핀 꽃들을 보고 그냥 지나치지는 않았니? 밤하늘에 별들이 영롱한데 그 별들을 보고 "별 하나 나 하나, 별 둘 나 둘"하면서 세오보기는 했니? 하늘의 보름달을 보고 계수나무 아래서 방아를 찧고 있는 토끼를 그려보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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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시험에서만 틀짜기가 있겠니. 살다보면 엘리베이터를 타야 할 때도 있고 전철을 타야 할 때도 있으며 또 버스를 타야 할 때도 있지 않겠니. 특히 전철을 타려고 허겁지겁 계단을 뛰어 내려왔는데 전동차가 문을 닫고 막 떠날 때 네 마음은 어땠니? 저 떠나가는 전동차야 말로 내가 탔어야 할 전동차인데, 그걸 놓쳤구나' 하면서 발을 동동 구르지 않았니. 아마도 놓친 전동차는 '내가 타야 할 전동차'라고 틀짜기를 해놓아서 그런 조급하고 야속한 마음이 생긴 것은 아닐까?
나도 한동안 조급한 틀짜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다가 <무소유>의 저지인 법정 스님의 해법을 읽어보고 문득 깨달은 바가 있었다. 법정 스님도 예전에 배 시간을 맞추어 나루터에 다다랐으나 배를 놓치고 마는 경우에 종종 직면했는데. 스님은 그때마다 '내가 너무 빨리 왔구나. 본래 다음 배가 내가 타야 할 차례'라고 하며 마음을 달랬다고 한다. 이 얼마나 여유있는 틀짜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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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백만장자가 되는지, 유능한 직장인이 되는지 혹은 세금을 절약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또 어떻게 하면 수능을 잘 보고 공부를 잘할 수 있는지, 또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무관심할 수는 없지. 하지만 이것들은 삶의 중요한 관심사라고 할 수 있다고 해도 삶의 핵심적 이유, 바꿔 말해 존재가치라고는 할 수 없지 않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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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에 불이 났을 때 소방관이 최선을 다해서 불을 끄는 것은 그의 ?의무?일 거야. 하지만 불이 붙어서 붕괴 직전의 건물 안에 들어가서 아이를 구해내는 것까지 ?의무?라고 할 수 있을까? 그것은 의무를 넘어서는 감동적인 행위이며 영웅적인 행위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길거리에서 무고한 부녀자의 지갑을 훔쳐가는 소매치기를 보았을 때 가던 길을 멈추고 그를 끝까지 추격해서 붙잡아 경찰에 넘기는 것을 ?시민의 의무?라고는 할 수 없다. 의무 이상의 행위이기 때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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