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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히 캐스트너가 들려주는 옛이야기 2

에리히 캐스트너가 들려주는 옛이야기 2

: 걸리버 여행기/쉴다의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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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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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0년 06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87쪽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52709363
ISBN10 8952709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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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문성원
한국 외국어 대학교 독일어과 졸업. 지금은 독일의 본 대학에서 번역학을 공부하고 있다. 역서로는 『나는 너랑 함께 있어서 좋을 때가 더 많아』『라스무스와 방랑자』『라스무스와 폰투스』『하늘을 나는 교실』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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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잠에서 깨어났을 때 얼굴로 내리쬐는 햇살이 너무도 강렬해서 나는 돌아누우려고 몸을 움직였다. 그런데 그럴 수가 없었다. 이번에는 손으로 얼굴을 가리려고 했다. 하지만 손도 옴짝달싹 하지 않았다. 일어나 앉으려고 해 보았다. 하지만 실패였다! 고개를 들려고 했다. 그것마저도 불가능했다! 나는 고개를 옆으로 돌릴 수조차 없었다. 조금만 움직여도 머리카락이 팽팽하게 나를 잡아당겼다.

힘도 빠지고 햇살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아예 눈을 감아 버렸다. 그러다가 나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다시 한 번 온 힘을 다해 돌아눕기, 일어나 앉기, 옆으로 고개 돌리기를 시도해 보았다. 하지만 모두 다 소용 없는 짓이었다. 아주 살짝 움직이기만 해도 살갗이면 머리카락이며 뼈 마디마디가 얼마나 끔찍하게 아프던지 나는 줄곧 '아', '아야!' 하고 소리를 질렀다.

나는 꽁꽁 묶여 있었다. 하지만 대체 어떤 사람이 나를 깨우지도 않고 이렇게 멋진 솜씨를 발휘했을까? 그 사람은 왜 나를 묶어 놓았을까? 밧줄이나 쇠사슬, 철로 만든 죔쇠나 구리선 따위는 아니었다. 그런데도 내 몸은 복사뼈에서부터 손가락 끝과 머리카락 한 올 한 올 까지, 마치 실로 단단히 꿰맸거나 튼튼하게 못질을 한 것처럼 땅바닥에 착 붙어 있었다. 양쪽 눈동자와 눈꺼풀만 움직일 수 있을 뿐 다른 데는 한 군데도 움직일 수 없었다.

마법의 섬에 흘러 들어온 걸까? 내가 마법에 걸린 걸까? 옴짝달싹 못하고 파란 하늘만 뚫어져라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발이 여럿 달린 무언가가 내 바지 위로 꿈틀꿈틀 기어 올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개미일까? 아니면 거미? 독이 있을까? 내가 죽었다고 생각하나?
--- pp.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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