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부터 전공보다는 글과 소리, 몸짓 등에 더 많은 관심을 두었다.정장과 넥타이에 익숙하지 않은 산간오지 출신으로 시골에서 자라면서 익힌 감수성 하나 계속 우려먹고 있는 중이다. 기탄교육, 화니북스 등의 출판사에서 에디터로 책 짓는 일을 하다가 지금은 출판 기획과 글쓰는 일에만 전념하고 있다. 자신의 지혜가 부족함을 알게 된 후부터 지혜는 타고나는 자질이기는 하지만 지식으로 지혜를 배양할 수 있다고 믿으며 살고 있다. 무릇 책이란 읽기 쉽고 재미있어야 하며, 수면제 역할을 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다소 천박한 고집을 가진 문화 유랑객이다.
로마 신화에서는 하데스를 지하세계의 지배자인 동시에 부(富)를 가져다주는 신이라 하여 부자를 뜻하는 플루톤(Pluton)이라 불렀다. 금은보화란 땅에서 나오는 것이니까 지하가 곧 부의 원천이라는 뜻이다. ‘부자들이 지배하는 정부’를 가리키는 ‘금권정치(plutocracy)’라는 단어도 여기에서 비롯되었다. 태양계의 아홉 번째 행성인 명왕성도 하데스를 기리는 의미에서 플루토(Pluto)라고 한다.--- p.59 「저승의 왕 하데스」
‘자웅동체’, 즉 암수의 생식기관을 한몸에 갖추고 있다는 뜻인 ‘hermaphrodite’라는 단어 역시 헤르메스에서 비롯되었다. 헤르메스가 아프로디테와 정을 통해 낳은 아들이 헤르마프로디토스였다. 그는 반인반신이었지만 워낙 용모가 수려했더란다. 어느 날 그가 강인지 호수인지에서 목욕을 하고 있었는데 물의 요정 살마키스가 보고 그만 한눈에 반했다. 그녀는 다짜고짜 헤르마프로디토스의 목을 끌어안고는 신들에게 제발 떨어지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했고, 올림포스 신들은 무슨 심보였는지는 모르지만 그녀의 소원을 들어줌으로써 둘은 암수가 함께 한몸이 되었다.--- p.75 「슈퍼 신 헤르메스」
녀석은 으슥한 계곡에 자리를 잡고 계곡 길을 통과하는 사람은 모조리 잡아들여 일단 쇠로 만든 침대에 묶었다. 그러고는 사람이 침대보다 작으면 잡아 늘여서 죽이고, 크면 머리나 다리를 잘라 죽였다. 침대에 꼭 맞는 사람은 돌려보내 주었는지 어쨌는지는 기록에 없으니 알 수 없다. 하지만 녀석의 성격으로 보아 그냥 돌려보냈을 리 만무하다. 그 어떤 핑계를 붙여서라도 꼭 죽여 없애지 않았을까?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Procrustean Bed)’라는 말이 여기서 나왔다. 우리 속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와도 같은 뜻이다.--- p.141 「사이코패스 깡패 프로크루스테스」
수레의 손잡이가 신전 기둥에 끈으로 묶여 있었는데, 워낙 복잡하게 매듭지어져 있어 그때까지 아무도 풀지 못한 상태로 있었다. 중요한 것은 그 매듭을 푸는 자가 세계의 왕이 될 것이라는 신탁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매듭은 현자로 이름 높던 고르디우스 왕이 묶은 것으로서 소문을 듣고 여러 영웅들이 찾아와 풀려고 시도했지만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다. 알렉산드로스의 해법은 그들과 달랐다. 뒷짐을 진 채 수레 주위를 어슬렁거리더니 갑자기 칼로 내리쳐서 매듭을 싹둑 잘라버렸다. 매듭을 푸는 대신 잘라내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이 고사에서 유래한 ‘고르디우스의 매듭(Gordian knot)’은 ‘대담한 방법을 써야만 풀 수 있는 문제’, ‘생각을 바꾸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의미로 쓰이게 된다. 이와 비슷한 의미로는 ‘콜럼버스의 달걀’이 있다.--- p.194 「결연한 알렉산드로스」
현대사에서 가장 강력한 카산드라의 예언은 영국의 윈스턴 처칠이 한 경고이다. 1930년대에 그는 줄기차게 나치 독일의 위험성을 경고했지만, 그 말을 믿은 사람은 거의 없었다. 결국 모두 알다시피 유럽은 물론 전 세계가 2차 세계대전이라는 엄청난 소용돌이에 휘말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