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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이 일어나기 2초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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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이 일어나기 2초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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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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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4년 07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408쪽 | 490g | 135*205*26mm
ISBN13 9791156755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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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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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아녜스 르디그
프랑스에서 안나 가발다, 마크 레비를 잇는 대중작가로 자리매김한 아녜스 르디그는 아픈 아들의 차도를 지인들에게 전하기 위해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다. 매주 일요일마다 발송했던 이메일은 그녀 자신에게 감정적 배출구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위안을 주었다. 나아가 그녀에게 ‘글을 쓰고 싶다’라는 욕망을 움트게 한 계기가 된다. 아들이 떠난 뒤, 본격적으로 펜을 든 그녀는 2010년, 서른여덟 살에 팜므 악튀엘사 소설 공모에 당선되면서 작가로서 첫 발걸음을 떼었다. 이 책이 독자상을 받고, 포켓판으로도 제작되었으며, 영화 판권으로도 팔린 소설 《높은 곳의 마리》였다. 그리고 2013년, 두 번째 소설 《기적이 일어나기 2초 전》을 출간했다. “감정의 과잉 없이 쓰였으면서도 어떤 독자라도 감동시키고야 마는 이야기”, “절제하는 어조와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우리 중 가장 냉정한 자의 가슴도 파고들 것”이라는 평을 받은 이 책은 프랑스에서 20만부 이상 판매되었으며, 프랑스 전 언론이 주목한 작품에게 수여하는 메종 드 라 프레스상을 수상했다. 지금도 조산사라는 본업에 충실하며 글쓰기를 병행하고 있는 아녜스 르디그는 올해 하반기 출간을 목표로 세 번째 작품을 준비 중이다.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계산원으로 일한 지 두 해가 됐지만 손님이 내 이름을 부르며 인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분 좋은 사람들을 만나기란 극히 드물다. 대개는 꾸물댄다며 나를 타박하거나 예의를 차릴 가치도 없다는 듯이 눈길도 주는 둥 마는 둥이니까. 내가 한낱 계산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게 해주는 눈빛을 보내는 인간들, 손님은 왕이라며 성차별적인 발언을 포함한 모든 진상이 허용된다고 믿는 인간들, 계산대 모니터에 지불금액이 뜨기를 기다리는 동안 나를 기계 취급하며 휴대폰 통화를 멈추지 않고 지절대다가 휙 떠나버리는 인간들. ---p.18

“장난해요? 그 인간이 이 좋은 기회를 놓칠 것 같아요? 영수증에 딸려 나오는 할인권 쪼가리를 슬쩍 했다고 쫓겨난 직원들도 있는 판인데. 원래 손님이 가져가지 않은 할인권은 폐기해야 하거든요. 만일 우리 중 누군가 1유로 80상팀짜리 할인권을 꿍쳤다가 걸리면, 설사 변상한다고 해도 그놈이 잘라버릴 수 있다고요. 그런 판에 50유로가 빈다고 상상해보세요.” “그렇게 위험하단 사실을 잘 알면서 왜 돈을 바로 채워 넣지 않았소?” “돈이 없으니까요.” “슈퍼에 현금인출기가 있을 것 아니오?” “돈이 없다니까요.” “아니, 통장에 단돈 50유로도 없는 사람도 있소?” “그러게요. 월급날이 바로 코앞이었거든요.” ---pp.35-36

환멸이라면 신물이 나도록 맛보았다. 세상만사가, 모든 사람이 의심스럽다. 내일 아침, 잘 알지도 못하는 남자가 날 데리러 올 것이다. 각자 아들을 데리고 브르타뉴로 여행을 떠나기 위해. 그의 아들은 나보다 나이가 많을뿐더러 얼굴조차 모른다. 엄마가 이 사실을 안다면 완전히 돌았다고 하겠지. ---p.49

그가 진심이라면? 나한테 정말 뭉클함을 느낀 거라면? 그가 나의 수호성인이자 기적의 삶으로 이끌어줄 사람이라면? 처녀가 임신을 해도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성경 속의 기적 말고, 진짜 기적, 현실 속의 기적 말이야. 아침에 일어나고 싶게 하고, 밤에 ‘행복한 하루였어’라는 생각 속에 잠들게 하는 기적, 맛있는 고기를 못 먹이고 크리스마스에 좋은 장난감을 못 사준다는 죄책감 없이 아이를 기를 수 있는 기적. 쇼핑센터 공중전화에서 친구 마농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쨌든 이 애의 의견이 필요했다. 제일 친한 친구니까. “즐겨!” 마농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p.50

“아, 돈 얘기 좀 그만할 수 없나?”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계산 전쟁이 일어나는 걸 어떡해요. 돈 없인 아무것도 못하는 세상이라고요.” “중요한 건 돈으로 살 수 없어.” 줄리가 반발했다. “그건 부자들이나 하는 얘기죠. 중요한 게 뭔데요? 사랑, 선의, 행복 같은 거요? 무슨 말씀인지 알겠는데요, 아쉬운 게 없는 사람들이나 돈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죠. 아무리 그렇게 말해봐야 어쨌든 돈이 있어야 뭐라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요. 돈이 있어야 우울할 때 친구하고 통화라도 할 수 있게 전화도 놓고, 가끔씩 맛있는 음식도 사먹고, 바퀴벌레들이 우글거리는 슈퍼 맨 밑바닥 선반에 진열된 싸구려 브랜드 식품들을 집기 위해 몸을 굽히지 않지요. 돈이 있어야 마음이 동할 때 유행이라도 조금 따를 수 있고요. 돈이 넘쳐나는 마음씨 좋은 아줌마들이 싫증나서 헌옷 센터에 기증한 옷 들을 입고 2년이나 뒤처져서 돌아다니는 대신 말이에요. 또 돈이 있어야 구동벨트가 끊어지더라도 별일 아니라고 생각할 여유도 생기고, 또…….” ---pp.104-105

잠시 후, 룰루가 물었다. “왜 아저씨는 한 버도 안 웃어?” “슬퍼서.” “왜 스퍼?” “아저씨 부인이 죽었어.” “왜 주었어?” “슬퍼서.” “그럼 아저씨도 주을 거야?” “난…… 아니야, 절대!” “그럼 안 주을 거면 왜 한 버도 안 웃어?” 이 말에 제롬이 아이를 보면서 미소 지었다. 때로 삶은, 이토록 간단하다. ---pp.131-132

난 남의 돈을 이렇게나 많이 써본 적도 결코 없다. 맛들이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물론 지난 3년간 상팀 하나하나 계산해야 하는 생활에 하도 단련된 나머지 그리 빨리 변하진 않겠지만 말이다. 꿈에 부풀지 마, 줄리. 이런 날들은 지속되지 않아. 휴가가 끝난 3주 뒤엔, 슈퍼의 계산대가 널 기다리고 있어. 참을성 없는 진상 손님들과 악질 매니저와 지긋지긋한 동료들, 그리고 개 같은 삶이……. 그러니 즐겨. 바다를 바라보며 눈빛이 별빛이 되는 세 살배기 사내애가 있잖아. 얼마나 달콤한 일이니……. 그냥 아무 생각 말고 누리라고. ---p.134

내가 카페에서 했던 말 생각나? 그때 당신이 플라스틱 스틱 뒤에 숨느라 아직 녹지 않았을지도 모를 설탕을 찾으며 커피를 열심히 휘저었잖아. 얼마나 귀엽던지! 그때 기준을 너무 높게 잡으면 안 된다고 얘기했었지……. 내 키는 182센티미터야. 당신 기준에서 충분했으면 좋겠군. 또 이런 얘기도 했었지. 사랑하면 절대 실수하지 않는다고. 난 지금 내가 실수하지 않았다는 걸 알아, 줄리. 난 실수하지 않았어. 알아들어? 난 실수하지 않았어. 키스를 보내.
---pp.386-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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