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친구 주희의 질투로 여리의 곁엔 항상 귀신들만 득시글거린다. 그래서 가족들도 그녀를 피해 모두 노르웨이로 떠나고, 친구들과도 전화나 인터넷을 통해서만 만난다. 혹여 만나는 사람들에게 피해가 갈까 봐 만남을 기피하는 여리. 마술에 귀신을 등장시킨 기발한 호러마술로 스타가 된 마술사 마신우는 우연히 여리의 집을 방문한 후, 여리의 그런 사정을 알게 되고 안타까움을 느낀다. 여리는 고등학교 수학여행 도중 버스가 전복되어 강에 빠졌고, 구조대원이 절친한 친구 주희와 여리 중에서 누구에게 먼저 심장재생기를 댈까 고민하다 ‘빛이 나는’ 여리를 먼저 선택해 여리는 살고 주희는 죽었다. 그런데 그 빛은 주희에게서 잠깐 빌린 펜던트에서 나왔던 것. 그 후 죽은 주희는 자신의 삶을 여리가 대신해 살고 있다고 생각하고 괴롭히는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마신우는 그날 밤 집에 귀신이 나타나 혼비백산하게 된다. 하지만 자신이 당하는 괴로움보다 여리가 그 괴로움을 오랫동안 혼자서 감당해 온 게 더 가슴 아프다고 느끼는 마신우. 게다가 그에게는 이미 예쁜 스튜어디스 여자 친구 윤지가 있다. 여리와 사귀면 귀신들에게 시달림을 받아야 한다. 과연 그 모든 걸 감수할 만큼 자신이 여리를 사랑하는 걸까? 마신우는 스스로도 자신의 감정을 알 수 없어 고민하는데…….
로맨틱 코미디와 공포는 어울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달콤한 사탕과 오싹한 얼음처럼 둘 다 단단해서 따로 놀지 않을까. 하지만 이야기를 보며 둘 모두 ‘따뜻함에 녹는다’는 공통분모가 있음을 깨달았다. 서로가 서로에게 건네는 위안과 위로는 사탕처럼 달콤하고 사이사이 배치된 공포는 얼음처럼 오싹하다. 이 둘의 조합은 이전에는 먹어 보지 못한 독특한 맛, 그래서 자꾸만 떠올리게 만드는 그런 맛의 소설이다. 정수현 (《압구정 다이어리》《192939》작가)
만약 당신이 늦은 밤 홀로 이 소설을 읽고 있다면, 등 뒤가 서늘해지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주책없이 웃음을 터뜨릴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여자와 깡 없는 남자의 처절한 연애 극복담을 통해 호러와 로맨틱코미디, 가슴 따뜻한 눈물까지 영민하게 조합해 낸 소설이다. 외로운 사람이여, 용기를 잃지 마시라. 귀신도 물리치는 사랑이 올지도. 우리 누구나 등 뒤에 귀신 하나쯤은 달고 살잖아요? 노혜영 (영화 <싱글즈> <미녀는 괴로워>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