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1년 충북 청주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호서문학」(1987)에 최상규, 박범신 추천으로 단편 「어둠의 끝」을, 17인 신작소설집 『아버지의 나라』(1991)에 단편 「통증」을 발표하면서 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장편소설 『오래된 뿔』로 2012년 제17회 호서문학상을 수상했다. 소설집으로 『어떤 복수』(2002), 『조광조, 너 그럴 줄 알았지』(2010)가 있다. 현재 대학의 문예창작학과와 국어국문학과 등에서 강의하고 있다.
어느 날 지방지 해직 기자 박갑수가 어린 깡패의 칼에 찔려 죽는다. 이 사건의 원인과 동기 그리고 교사자를 찾기 위해 그의 친구인 양창우 기자와 미모의 오 마담 그리고 젊은 검사가 들러붙어 사건을 추적한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군 출신인 두 남자가 죽은 박갑수에 대한 복수를 계획한다. 양창우는 특정 지역에서 떼로 온 조문객들을 보고 죽은 친구의 과거에 대해 자신이 제대로 아는 게 없음을 깨닫는다. 갑수가 생전에 자신의 장지를 명함에 적어 남긴 사실을 알게 된 양 기자는 충격 속에서 죽기 전날 밤 친구와 가졌던 술자리에 의문을 풀어 줄 단서가 있음을 알게 된다. 살인 교사자가 누구인지 알고 있는 오 마담은 물증을 찾아 그를 파멸시키기 위해 양 기자에게 조각 정보를 흘리고 사건 담당 검사의 정의감을 자극한다. 그러나 그녀는 검사로부터 의심을 받게 되고 교사자의 하수인인 내연남의 배신으로 제거될 위기에 처한다. 대선과 총선을 목전에 두고 7년 전 행악을 추적받게 된 진압군 출신 국회의원 5.18 장상구는 박갑수가 숨겨둔 비밀스런 보따리를 찾아 없애고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음모를 꾸미는데…….
세상은 권력과 악의 손아귀에 농락당하고 역사는 무심하게 흘러가는가? 한 기자의 의문의 살해 사건을 파헤쳐 들어가는 이 소설은 뜨겁고도 급박한 호흡으로 5월광주와 6월항쟁의 현대사를 파노라마처럼 재현한다. 정?권?언의 유착, 친일·친독재 세력의 변신, 부정부패와 가혹한 민중탄압, 피해자와 가해자의 아픔과 은원(恩怨)이 얽히고 풀리면서 이야기가 굽이친다. 권력의 얼굴을 한 야만을 집요하게 해부하며 역사의 알리바이를 한 치도 용납하지 않는 작가의 치열한 필치는 어느새 불꽃놀이인 양 아름답고도 황홀하다. 21세기 한국문학에 던지는 그의 메시지가 예사롭지 않다. 김이구(문학평론가)
누구나 뿔 하나씩 감추고 산다. 행여 돋을까 봐 조아리고 두리번거리며 낮은 자세로 살아갈 뿐이다. 그럴수록 시대와 인간을 농락하는 거악은 더 질기고 독하게 숙주를 갉아먹는다. 숨기는 데도 한계가 있다. 뿔들이 솟구치는 그날이 오면 전쟁이 시작된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최소한의 양심과 자존을 위한 싸움이다. 황금빛 뿔을 선연히 세우고 역사의 중심을 향해 달려갈 때, 그리하여 그들이 거대한 무리가 될 때, 비로소 피 흘리는 역사는 한 뼘쯤 진실을 밝히게 될 것이다. 《오래된 뿔》은 그 뿔들을 위한 숨 가쁜 서사다. 조용호(소설가)
문학을 문약(文弱)과 동일시하는 곤란한 버릇이 한국문학에는 있는 듯하다. 《오래된 뿔》은 오랜만에 만나는 남성적 소설이다. 고광률의 힘 있는 문장은 80년 5월 광주 이후 우리 현대사를 대결의 상대로 삼는다. 감상적이며 쇄말주의적이라는 이유로 한국 소설을 멀리해 왔던 독자들에게 특별히 권한다. 최재봉(한겨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