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시를 내 수호 기사로 맞이한 건 내가 세 살이 된 봄이었다. 수호 기사라니. 그런 게 있다고 들어 보긴 했지만 실제로 가진 건 처음이라 무척이나 얼떨떨했다. 그도 그럴 게 난 소시민이라고. 다른 보통 사람들처럼 간이 무척이나 작은 사람이었다. 게다가 카이텔은 아무렇지 않게 던져 주었지만 사실 아시시는 그렇게 쉽게 던져 주고 그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래, 우리 애비가 비범해서 그런 거지 다른 왕이었다면 이렇게 쉽게 넘겨주진 않았을걸? 무려 아그리젠트의 검은 기사. 카이텔 황제의 검이자 제국에서 제일가는 기사. 기사로서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칭호를 한 몸의 받는 명실상부 최고의 기사님. 물론 실물을 본다면 그 말을 쉽게 믿을 수 없지만. 나도 처음에 아시시를 봤을 땐 믿을 수 없었다. 실력 또한 그에 못지않게 출중하다지만 단 한 번도 전쟁터에서 날뛰는 꼴을 보지 못해서인지 믿지 않았다. “그렇게 대단한 기사야?” 심드렁하게 되물으니 일린이 당치도 않다는 듯 목에 핏대까지 세우면서 외친다. 흥분한 일린은 자주 봤지만 그렇게 흥분한 모습은 드물었다. “당연하죠, 공주님! 검은 기사에요, 검은 기사! 폐하께서 치른 전쟁이란 전쟁은 모조리 참여했고, 그 전쟁터에서 모조리 공을 세우며 아그리젠트 역사상 가장 단기간에 제국 제일의 기사라는 명예를 거머쥔 기사라고요.” 그런 거 설명해 봤자 알아들을 리가 없는데. 주스를 바닥까지 단번에 마시고서 나는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결론은 아시시가 대단하다는 거잖아? 막상 본인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들지 않지만……. 아니, 나쁜 의미가 아니라 진짜 그랬다. 누구라도 아시시의 외모만 놓고 본다면 아무도 그 흉학한 검은 기사라고 생각할 수 없을 테니까. 뭐라고 해야 할까. 카이텔은 정말 미친 듯이 잘생겼지만 아시시는 그 궤를 달리했다. 어떻게 그런 사람이 있을 수 있는 걸까 싶을 정도로 아시시는 아름다웠다. 아름답다니. 남자한테 이런 표현을 붙이긴 좀 그렇지만. “생긴 건 정말 유약하게 생겼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