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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받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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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받는 아이들

이호철 | 보리 | 2001년 07월 3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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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1년 07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288쪽 | 439g | 148*210*20mm
ISBN13 9788984280656
ISBN10 898428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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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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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다녀왔을 때였다. 엄마와 아빠가 싸우고 있었다. 아빠가,
"이기 미쳤나."
하면서 엄마의 볼을 때렸다. 엄마가 아빠를 꼬셔보더니,
"한 쪽도 마자 때리지, 와?"
버럭버럭 소리를 질렀다. 나는 막 달려가서 말리려고 하니깐 아빠가 꽃병을 던지고, 책도 던지고, 양말이 들어있는 소쿠리도 던지고 했다. 아빠가 던진 소쿠리는 그만 코에 맞고 말았다.
"아빠, 집에서 잠만 자면서 왜 이러는데요!"
아빠를 꼬셔보았다.
"이 가시나가 누구보고 찌랄하노!"
하며 내 볼을 때렸다.
"아를 와 때리는교!"
엄마가 아빠의 팔을 붙들고 소리를 질렀다. 아빠는 엄마의 팔을 뿌리치고,
"이 여편네가!"
하며 엄마를 밀었다. 엄마는 청(마루) 밑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엄마, 괜찮나?"
엄마를 일으켜 세웠다.
"제기랄!"
아빠는 춤(침)을 '퇴' 뱉어 내며 이불을 마당에다가 다 조 던졌다. 나는 아빠를 째려보았다.
'정말 저게 우리 아빠가?'
엄마가,
"영순아, 괜찮나?"
하며 내 볼을 쓰담아 주었다.
"엄마, 나는 괜찮지만 엄마는?"
"어, 엄마는 허리만 삐걱했다."
아빠는 언제 나갔는지 방에 없었다. 엄마는 부엌에 들어가면서,
"너거 아빠 그런 사람인 줄 인제 알았제."
하고 말했다.
겉으로는 아빠와 엄마가 헤어졌으면 좋겠지만 나의 진짜 속마음은 아빠와 엄마가 다시 화해하고 우리들과 행복하게 살고 싶은 마음이다. (5학년 여)

--- pp.92-93
요즘 또 어머니께 잔소리를 듣는다. 잔소리를 듣는 것은 내가 잘못해서 듣지 어머니께서 그냥 뭐라 하는 것은 아니다. 난 어머니께 잔소리를 들을 때마다, '나는 이 세상에서 쓸모 있을까?'걱정이 된다. 다른 사람들은 이런 생각이 안 들까? 난 내 마음대로 말을 못 한다. 일기장에 털어놓으면 우리 집 식구가 볼까 봐 겁이 난다. 또 다 잡아 째 뿌면 난 또 걱정이 되고 모든 일이 안 된다. 난 내 마음대로 기쁠 때는 웃고 슬플 때는 펑펑 울고, 욕하고 싶을 때는 내 마음대로 욕을 하는 시간, 장소가 있었으면 좋겠다. 난 어떤 때는 물에 빠져 죽고 싶을 때도 있다. 난 그 때마다 '내가 빠져 죽어 봤자 무슨 소용이 있어. 내가 죽는다고 해서 모든 일이 다 해결되는 건 아니잖아. 살자! 나도 생명이 있고 아직 죽으려면 멀었어. 아직 난 어리고 나의 재주를 발휘할 수 있으니까 끝까지 살아야 돼.' 이런 생각이 들면 마음이 좀 가라앉는다.(6학년 여)
--- p.
오빠가,
"이 새끼야, 내가 언제 바보라 그랬는데, 응?"
하며 막 우겼다. 내가,
"내가 수학 문제 몰라서 물어 보니까 오빠야가 '으이구 바보야,' 했잖아!"
하니, 엄마가,
"오빠가 안 캤다 안 카나. 가시나야! 가시나야, 니는 엄마가 안 놓을라 카다가 놔 놓으니까 와 그렇게 말을 안 듣노! 내가 헛고생했다."
하는 것이다. 나는 너무나 놀랐다.
"엄마! 내가 수학 좀 물어 봤는 걸 가지고 사람을 이렇게 걸레 취급해도 돼?"
하니까 엄마는,
"가시나, 니 지금 엄마한테 대드는 거가, 응!"
하고 소리를 질렀다.
나는 속으로,
'엄마는 진짜 우리 엄마 맞나? 나를 완전 개미 새끼 아니 송충이 취급하는데, 내가 크면 다 그 대가 치러진다, 아나!'
하면서 엄마 욕을 막 했다. 속이 후련했다. (4학년 여)

어머니는 아이의 오빠도 나무라고 이 아이도 나무라서 잘 처리했다 싶을지 모르지만, 아이는 자기를 꾸중한 것에 불만이 많다. 어머니가 오빠 편을 들면서 기분 나쁜 말로 나무랐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이 경우는 매를 맞지는 않았지만, 매보다 더한 말이 화살이 되어 아이의 가슴에 박혔다. 더구나 "가시나야, 니는 엄마가 안 놓을라 카다가 놔 놓으니까 와 그렇게 말을 안 듣노! 내가 헛고생했다."고 한 말에서 어머니가 자기를 미워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아이들은 흔히 이 정도로 티격태격 다투며 큰다. 그러면서 미운 정 고운 정이 드는 것이다. 괜히 부모가 잘못 끼여들면 문제가 더 악화될 뿐이다. 꼭 도움을 주고 싶다면 두 아이 다 달래 가면서 누가 먼저 잘못했는지, 서로의 잘못은 무엇인지 깨우쳐 주면 된다.
--- pp.46-47
엄마는 부엌에서 아빠가 말하면 계속 대꾸하며 달려 들었다. 나는 엄마가 미웠다.
'에이, 엄마는 안 달라 들면 싸움이 그칠건데 왜 자꾸 달라드는 거지?'
그에 맞선 아빠는 담배를 질겅질겅 씹으면서 말했다. 그렇게 둘이는 말싸움을 하였다. 나는 그 말싸움이 듣기 싫어서 이불을 푹 덮어 쓰고 귀를 막았다. 그리고 노래를 부르는데 갑자기 엄마가 울면서 지르는 고함소리가 났다.
'그래, 죽여라. 죽여!'
'이 ㅆ발년이 완전히 돌았다.'
나는 눈물이 막 솟아올랐다. 아빠는 엄마의 멱살을 잡고 작은 방으로 끌고 갔다. 막 떨렸다.
'하느님, 제발 엄마가 다치지 않게 해 주고 빨리 싸움이 끝나게 해 주세요.'
나는 그렇게 계속 이불을 덮어 쓰고 가만히 누워서 기도를 했다. 조금 있으니,
'이 ㄱ새끼야, 죽여라, 죽여. ㅆ발놈아.'
엄마는 정말큰소리로 말하였다.
'이 ㅆ발년이 완전히 미쳤나. 와 이 지랄하노.'
나는 엄마가 맞고 있는 것을 도저히 볼 수만은 없어 작은 방으로 가 보았다. 엄마는 코피가 나서 온몸에 피였고, 옷은 갈기갈기 찢겨 있고, 아빠 얼굴은 모두 긁혀 있었다. 동생과 나는 막 울면서 아빠에게 매달렸다. 엄마는 아빠에게 달라들면서,
'이 ㅆ발놈아, 죽여라, 죽여!'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아빠가 주먹을 쥐고 넘어져 있는 엄마의 머리를 때릴려고 할 때 나는,
'아빠! 엄마 때리지 마세요!'
소리 지르면서 엄마의 머리를 감쌌다. 그러자 나는 날아오는 아빠의 손에 맞고 말았다. 나는 완전히 나무에 세게 부딪힌 것처럼 띵하고 몸이 벌벌 떨렸다. 눈물이 마구 쏟아졌다. 나는 엄마를 더욱 감싸며 아빠를 쳐다 보았다.
'아빠, 암마하고 싸우지 마세요, 제발!'
그러자 엄마는 나를 밀어 던지며,
'숙아, 나온나, 자, 죽여라! 인제는 딸래미까지 때리제!'
그러자 아빠는 더 크게 소리를 질렀다.
'빨리 나가!'
'아빠, 엄마 제발 좀…….'
나는 정말 간절히 바랐지만 아빠는 나를 밀어내고 말았다. 할수 없이 큰 방으로 와 이불을 푹 덮어쓰고 눈을 감았다. 아버지가 너무너무 미웠다. 나는,
'아버지가 차에 치어 부상으로 병원에 있으면 술도 안 마시고 어머니와 싸우지도 않을건데…….'
이런 생각고 들었다. 또 나는 집을 나가고 싶기도 했다. 엄마아빠 싸우는 꼴이 더 이상 보기 싫었다.
--- p.81-82
엄마는 내 손을 잡고 계단 한쪽 편으로 가더니 작은 말로,
"야! 니 미쳤나! 저런 사람들 가까이에 가면 병 오른다! 시간 없다, 빨리 가자!"
하며 신경질을 내었다. 나는 엄마를 이상한 눈으로 보았다.
"이거 도운다고 무슨 병 오르나. 엄마는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장애인도 우리하고 똑같은 사람인데 와 그카는데? 엄마, 진짜 이상하네?"
나는 다시 휠체어를 타고 있는 장애인에게 가서 휠체어를 밀기 시작했다. 그 장애인은 나에게 미안한지 아무 말 하지 않고 있었다. 조금 올라가니 미는 것이 너무 힘이 들었다.
'내가 밀어도 힘이 드는데 혼자 올라갈라 하면 얼마나 힘들까?'
다시 휠체어를 밀려고 하니 엄마는,
"야가, 시간 없구만 뭐 하노! 빨리 손 놔!"
화를 벌컥 내며 내 손을 탁 때렸다.
(……)
"야, 와 그런 사람 도와 주노. 니 아니라도 도와 주는 사람 많다. 그리고 저런 사람 곁에 가면 안 된다."
"엄마는 바보다. 저런 사람을 도와 줘야지."
나는 버스를 타고 오면서 그 장애인이 오르막길을 못 올라가서 끙끙거리는 모습이 떠오르니까 엄마가 더 미워졌다. 나는 마음이 불안했다. 그리고 눈물이 날라 그랬다. (5학년 여)
--- pp.174-175
아버지가 볼을 때렸지만 아이는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고 진정으로 반성 하고 있다. 나아가 죄책감으로 자살까지 생각하고 있는데, 아이의 성격을 잘 모르고 꾸중하거나 매질을 할 때는 실제로 그런 큰일이 일어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마음이 여린 아이는 지나친 죄책감으로 더욱 자기 몸을 학대하거나 큰일을 저지를 가능성이 크다.
--- p.53
'내가 수학문제 몰라서 물어 보니까 오빠야가 ' 으이구 바보야'했잖아!'

하니 엄마가

'오빠가 안 캤다 안 카나,가시나야!가시나야,니는 엄마가 안놓을라 카다가 놔 놓으니까 와 그렇게 말을 안듣노! 내가 헛고생했다.'

하는 것이다.나는 너무나 놀랐다.

'엄마 내가 수학 좀 물어 봤는 걸 가지고 사람을 이렇게 걸레취급 해도 돼?'

하니까 엄마는,

'가시나,니 지금 엄마한테 대드는 거가,응!'

하고 소리를 질렀다. 나는 속으로

'엄마는 진짜 우리 엄마 맞나? 나를 완전히 개미 새끼 아니 송충이 취급 하는데,내가 크면 다 대가 치러진다,아나!'

하면서 엄마 욕을 막 했다.속이 후련했다.'
--- p.45
나는 너무 속이 상해서 울어 버렸다. 그리고는 엄마가 주는 신발을 두고 그냥 집에 와 버렸다.
작은방에 와서도 울었다. 엄마가 와서,
"니 와 우노? 엄마가 골라 준 게 좋은데 와 니는 우노!"
"아니다. 나는 내가 고른 것이 좋다. 엄마가 신을 것도 아니면서 와 억지로 좋다고 카노! 내가 좋아하는 거 사 도!"
"안 된다. 니 엄마 말 안 들을래? 니 빨리 파리채 가지고 온나!"
"안 해!"
내가 원하는 신발을 갖고 싶어해도 엄마가 안 된다고 해서 못 바꿨다. 그래서 나는 엄마가 좋아하는 신발을 신고 다닌다. 나는 주장을 해봐도 아무 소용이 없다.
'엄마는 왜 내 맘을 몰라 줄까?' (4학년 여)

아이가 신을 신발을 어머니가 억지로 골라 신겼다. 아이의 흥미나 개성,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 자기 주장에 대한 자신감 같은 것이 짓밟힌 것이나 다름없다. 아이가 신발을 골랐으면, 어머니의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인정해 주어야 한다. 조금 신다가 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도 그것은 아이의 책임이다. 스스로 책임을 질 줄 아는 책임 의식도 길러 주어야 한다.
요즘 아이들은 개성이 강하다. 제멋대로 머리를 물들이고, 상식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다닌다. 그러나 문제는 아이들의 이런 개성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어른에게 있다. 나도 그런 어른 가운데 한 사람이지만, 너무 막지 말아야 한다.
다만 '개성'이 무엇인가 하는 것을 바르게 알도록 깨우쳐 줄 필요는 있다. 예를 들면, 떨어진 옷을 멋으로 입고 다니는 문제에 대해 지적할 수 있다. 그것이 자기에게 어울리는지 생각지도 않고, 무조건 따라 입는 것은 진정한 개성이 아니라 유행병이라는 깨달음을 줄 필요가 있다.
좋다, 싫다, 옳으면 어떻게 옳다, 그르면 어떻게 그르다고 자기 의견을 또렷이 주장할 기회를 아이들에게 주어야 한다. 사소한 일상에서 아이들은 보고 듣고 판단하는 능력을 배운다. 아이의 잘못된 생각은 아이의 의견을 충분히 받아들이고 난 다음에 고쳐 주어도 늦지 않다.
세상을 보는 눈과 자신을 세워 가는 힘이 자라게, 이야기를 들어 주고 되묻기도 하면서 끝까지 친절하게 대답해 주어야 한다. 아이의 생각, 아이의 주장을 가로질러 어른이 먼저 말하지도 말고 함부로 꺾지 않아야 한다.
--- pp.20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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