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얼 머천다이저(Visual Merchandiser), 한국 VMD협동조합 이사장. 그녀는 VMD라는 어려운 말 대신 스스로를 ‘상품가치연출’ 전문가라고 소개한다. 같은 상품이라도 어디에 어떻게 진열하느냐에 따라 그 상품의 운명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녀는 유명 백화점의 명품관을 박차고 나와 전국의 전통시장과 지하상가, 노점상을 누비며 수많은 상인들을 만나고 여러 점포를 찾았다. 그녀의 도움을 받아 수많은 쪽박 가게들이 대박 가게로 거듭났다. 덕분에 그녀에게는 ‘미다스의 손’, ‘길의 여왕’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소상공인 맞춤 VMD’라는 영역을 개척하고 승승장구하던 중 그녀는 모든 일을 내려놓고 돌연 세계 일주를 떠났다. 1년간 40여 개국 150여 개의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점포를 둘러보고 돌아와, 변화의 광풍에도 살아남아 사랑받고 있는 전통시장과 소상공인들의 사례와 장사 철학을 전파하러 다니고 있다. 최근에는 ‘사회적 협동조합’을 결성해 VMD로 세상을 따뜻하게 바꾸는 ‘VMD 희망트럭’, ‘나전사(나누는 전통시장 사람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전통시장이 사라지는 것은 전 세계적인 추세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늙음을 낡음으로 방치하지 않고 성숙한 창조로 탈바꿈시킨 시장들은 살아남아 오늘을 사는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고 있다. 스스로에게도 한 번쯤은 꼭 물어볼 일이다. 나는 늙어 가고 있는가? 낡아 가고 있는가? (59쪽)
단순히 보여 주는 것을 넘어 직접 체험하게 하라, 그러면 고객은 그 브랜드에 충성하게 될 것이다. VMD도 이제 단순히 마네킹에 옷 몇 벌 입히는 것으로 고객에게 사랑받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 기존의 형식을 파괴하고 놀라운 것을 경험하게 해주어야 한다. (…) 형식을 파괴하는 혁신적인 쇼윈도들이 생기고 이를 고객들과 함께 즐겨야 한다. 사각 상자에 꽉 채워진 물건들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명동으로 가는 것이 아님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96~97쪽)
우리나라 시장은 먼저 장을 보고 그다음에 그냥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 전부다. 놀이가 없는 것이다. ‘잘 노는 사람이 성공한다’는 어느 교수님의 말처럼 시장이 성공하려면 먼저 시장을 사람들이 놀 수 있는 놀이터로 만들어야 한다.(125쪽)
“우리는 옆 가게와 경쟁하지 않아요. 오직 스스로의 정직함과 경쟁할 뿐입니다.” 그 한마디는 나를 일깨우는 죽비 소리처럼 다가왔다. 경쟁 사회를 살면서 어떻게 서로 경쟁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경쟁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은 상품에 대한 정직함이다. 사람을 살리는 식재료를 팔아야 시장이 살아난다. 이러한 식재료를 팔기 때문에 백 년의 세월을 이기고 지금까지 사랑받는 것이다.(165쪽)
모든 사람이 평범한 양파 피클을 담글 때 누군가는 양파 위에 표정을 만들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미소 피클을 만들어 냈다. (…) 세상을 보는 관점이 나에게 있지 않고 그것을 먹는 사람, 사 가는 사람을 향해 있으면 혼이 담기고, 세상에서 유일한 명품이 탄생한다. 그 명품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그리하여 그 미소 피클을 만든 상인은 ‘기능인’이 아니라 ‘장인’이 되는 것이다. (175~176쪽)
형식 파괴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주변에서 내가 보고 듣고 입고 먹는 것 중에서 찾으면 된다. 당연한 것, 당연하다고 여겨 왔던 것에 질문을 던지는 일이 남다른 무언가를 탄생시키는 당연하지 않은 방법인 것이다. 이런 형태밖에 없을까? 다른 형태로 변형이 가능하지 않을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것, 그것이 평범함을 벗어나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유일한 존재가 되는 방법이다.(225~226쪽)
전통시장은 편리해서 가는 곳이 아니라, 또 다른 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가는 곳이다. 편리함만을 좇는다면 마트에 가면 되지, 굳이 전통시장까지 갈 필요가 없는 것이다. 낡았지만 멋스럽고, 오래되었지만 촌스럽지 않고, 화려하지는 않아도 깊이 있고 소박한 맛이 영속적으로 흐르는 공간 말이다. (…) 시장은 이제, 누군가를 따라 하거나 닮으려는 노력을 멈추어야 한다. 그렇게 해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 남이 가진 것을 부러워하기보다는, 나만 가지고 있는 것에 집중해야 할 때다.(278~279쪽)
고객의 굳어진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만들고 싶다면 그를 기쁘게 할 방법을 찾으면 된다. 물건을 파는 나의 관점이 아니라 나의 물건을 선택하는 고객의 마음으로 보는 것이다. (…) 한 번쯤은 다르게 생각해 보라. 한 번쯤 입장을 뒤집어 생각해 보라. 그의 마음이 되어 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의 마음속으로 들어갈 수 없는 것이다. (306쪽)
수많은 변화의 물결에 흔들리면서도 자기만의 철학과 신념, 그리고 독창적인 컬러로 살아남은 ‘전통시장’에서 ‘시장의 전통’이 되어 우리에게 다가온 전설적인 이야기들이 궁금하지 않은가. 전 세계 전통시장을 발로 뛰면서 온몸으로 터득한 ‘생각의 발로(發露)’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살아남은 것들의 비밀》은 애써 살아가지 않으면 세상에서 쉽게 사라짐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지식생태학자 유영만(한양대 교수, 《생각지도 못한 생각지도》의 저자)
이랑주는 보이지 않던 것들을 보이게 해주는 여자다. 단지 제품을 잘 보이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야 고객이 마음으로 제품을 볼 수 있을지를 아는 사람이다. 그 비결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관점 디자이너 박용후(카카오톡 홍보이사)
아는 게 힘이 아니라 하는 게 힘이다. 이랑주 대표는 바로 아는 것과 하는 것을 둘 다 가진 멋진 여자다. 이랑주처럼 아는 것과 하는 것을 둘 다 경험하고 싶다면 《살아남은 것들의 비밀》을 선택하라. 경험한 사람과 경험하지 않은 사람으로 구분되는 세상에서, ‘경험한’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경험할’ 사람이 되어 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