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한 문제 실수한 일로 회초리를 드시겠다니, 나는 도무지 엄마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남의 물건에 손을 댄 것도 아니고, 거짓말을 한 것도 아닌데, 도대체 왜? ......
"현근아,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해."
엄마는 언제나 내 마음을 거울처럼 들여다보고 계신 것 같았다.
"하지만 만날 실수만 하고 살면 어떻게 되겠니? 실수하는 습관을 바로잡지 못하면, 중요한 일에서도 실수를 하게 된단다. 그런 사람은 남들한테 믿음도 주지 못해. 엄마가 시험 문제 하나 틀렸다고 매를 드는 게 아니야. 실수하지 않도록 노력하라는 거야."
--- p.27
나는 이제 뭐든지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무도 부럽지 않았다. 싸움 잘 하는 아이도, 집이 부자인 아이도, 여자 애들한테 인기 많은 아이도. 나는 내가 정말 자랑스러웠다. 공부란 참 신기한 것이었다. 하면 할수록 더 잘 하고 싶어지니까.
‘공부 잘 한다는 게 이런 기분이구나!’
그 날, 난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다.
--- p.40-41
‘내가 공부할 책이니까 내가 정했어. 이젠 공부 계획도 내가 짤 거야.’
그 날부터 난 알아서 공부하기 시작했다. 전에는 엄마가 하라는 대로만 하면 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내 몫이 되었다. 오늘은 문제집을 얼마나 풀어야 할지, 교과서는 몇 번을 봐야 할지, 시험공부는 몇 시까지 하고 자야 할지, 모든 것이 내 마음대로였다.
‘누가 시키지 않으니까 신이 나. 야호, 나는 뭐든지 알아서 척척 하는 아이야. 엄마 아빠한테 나 혼자서도 잘 한다는 걸 보여 드려야지.’
--- p.68-69
7, 8년 후의 내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세계 각국에서 온 우수한 학생들이 강의실에 앉아 수업을 듣는다. 교수님은 노벨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학자, 학생들은 교수님 말씀을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고 숨소리도 내지 않는다. 그 중에 내가 있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다 예리한 질문 하나를 던진다. 물론 정확하고 유창한 영어로. 세계적인 학자가 미소 지으며 좋은 지적이라고 칭찬한다. 나는 상상의 나라를 거닐다가 스르르 잠이 들었다.
--- p.104
‘이렇게 열심히 영어 공부를 해 본 적은 처음이야. 그런데 하나도 싫지가 않아. 더 열심히 해서 어서 영어를 잘 하고 싶어.’
나는 외국인과 유창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내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나도 모르게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꿈이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는 사실을.
--- p.118-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