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미안해요.”
소근은 쿡 웃었다. 망연자실하게 서 있는 은우가 재미있기도 했고 이상하게 막 반가운 마음이 들어서였다.
“지금 웃는 거예요? 얌전히 길 가던 사람 물세례 맞게 해놓고선.”
축축한 야구모자와 선글라스를 벗고 머리의 물기를 털어 내던 은우가 소근을 쏘아봤다.
“미안해요. 세탁해 줄게요.”
“세탁소 여사장님이시니 세탁이야 뭐 껌이시겠지. 에이, 스타일 다 구겼네.”
소근이 다시 히죽 웃었다. 스타일 망가졌다고 툴툴거리는 그의 모습에 마냥 웃게 되는 것이 낯설었지만 자꾸 웃음이 나왔다.
“왜 그렇게 생글거려요?”
“예?”
은우의 질문을 받고 소근은 유리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았다. 눈은 웃음을 가득 담고 있고 입술은 포물선을 그리고 있다. 순간 소근은 당황스러웠다. 뭐지, 왜 이렇게 생글거리게 되는 거지? 소근은 답을 알 수 없는 마음을 숨기며 은우에게서 얼굴을 돌렸다.
“아, 거 앞에 서 있지 말고 비키세요. 다시 물 맞고 싶지 않으면.”
다시 퉁명스러워진 소근을 이상하게 보다가 은우는 그녀를 지나쳐 세탁소로 들어갔다. 가방에서 땀에 절어있는 티셔츠와 짧은 청바지를 꺼내 세탁기에 집에 넣었다. 유리창으로 훔쳐보니 이제 소근은 마구잡이로 하늘을 향해서 물을 뿌려대고 있었다. “말도 안 돼!”라든가 “호이 호이!”라든가 하는 괴상한 소리를 지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