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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겐 불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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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겐 불륜이 필요하다

최류 | 새움 | 2014년 11월 2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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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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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4년 11월 21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96쪽 | 448g | 129*187*20mm
ISBN13 9788993964905
ISBN10 8993964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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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최류
1987년 7월 일본 후쿠오카에서 아림(雅林)이라는 이름을 갖고 태어났다. 부모가 지어준 이름을 본인은 지독히 싫어했다. 1993년까지 후쿠오카 시 이지리 역 근방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으며, 1993년과 1994년에는 영국 윔블던에 거주했다. 1994년 한국으로 오기 전까지 한국어는 한 번도 배운 적이 없었다. ‘사람은 살아가기 위해 필수적인 대부분을 출생 직후 8년 동안 습득한다’는 말처럼, 일본과 영국에서 거주했던 유년 시절은 보헤미안적 성향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과천외국어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006년 이화여대에 입학했으나 피상적인 대학 생활에 염증을 느껴, 결국 두 달 만에 학교를 가지 않고 방랑했다. 극심한 조울증과 장 기능 악화로 요양하던 중, 2009년 유수레라는 필명으로 장편소설 『고3 완전정복』을 출간했다. 어머니의 성을 따서 류(柳)라는 이름으로 개명했다. 그 후 동대문 도매시장에서 일했으며 피부미용사가 되기 위해 공부하기도 했다. 2010년 제1회 NHN 게임문학상에서 입선했다. 2012년 ‘대학 자격증’이나 하나 따놓자는 얄팍한 생각으로 이화여대에 재입학했다. 2014년 현재, 밤에는 재즈바에서 일하고 낮에는 틈틈이 시나리오와 소설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가끔 시도 즐겨 짓는데 주로 하이쿠이다. 운동과 식도락, 명상, 술, 산책, 사람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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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재는 유부남에게 안겨 있다. 그것이 도덕적으로 용납되지 않는 행위라는 것을 잘 안다. 그런데도 저지른 것은 그녀 속에 내재된 지독한 외로움과 낮은 자존감이 원인이라는 것까지도 안다. ‘여자는 남자를 좋아했고 남자는 여자의 몸을 가졌다. 따라서 남자는 여자를 책임져야 한다’는 싸구려 소설 같은 희망은, 그녀가 그토록 부정해도 조심스럽게 내재했다. 그것은 일종의 살아가기 위한 진통이자 몸부림이다. 어긋난 희망, 타인에 의지하는 마음은 인간관계의 계산을 시작부터 틀어지게 한다. 희재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몇 번이나 반복했던 것처럼 여자는 한동안 남자에게 영혼까지 뺏기고, 결국 둘 다 서로에게 영혼을 빼앗겼다는 것을 깨닫게 되리라. 섹스란, 지독한 인간의 외로움이란, 그를 위로하는 타인의 온기란 그토록 집요하다. (24~25쪽)

희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서로 감긴 채로 가만히 있었다. 희재가 체온을 좋아하는 탓인지 찰리가 좋아하는 탓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섹스가 끝나고 나면 두 사람은 늘 붙어 있었다. 찰리의 속을 알 수 없었다. 그는 사정하면 바로 눈을 감고 잠들었다. 그의 따뜻함을 느끼는 것만으로 여자는 충분했다. 그도 나도 살아 있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느끼는 것만으로 여자는 마음이 덥혀졌다. 희재는 덥혀진 마음이 사랑으로 변하지 않도록 눈을 감았다. (46~47쪽)

“한번 섹스를 시작하면 삶은 감당할 수가 없어져요. 결코 돌이킬 수 없어요. 관계가 끝난 후로도 서로의 몸에 남아 있죠. 내 안에 한번 깊이 들어왔던, 가능성을 가진 사람으로서, 나에게 깊은 안락함을 주었던 사람으로서. 성욕이란 그래서 끔찍해요. 사람 사이의 선을 쉽게 허물어버리니까.”
“왜 그런 이야기를 하시는 거죠?”
“난 경고를 주려고 온 거예요. 난 희재 씨가 제대로 된 남자를 찾기를 바래요. 이 새끼는 미쳤어요. 함께 있다 보면 같이 미칠 거예요. 내가 했던 후회를 반복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58쪽)

자신을 사랑하는 것은 현대인에게 가장 어려운 일이다. 태어날 때부터 사회의 모든 기준에 미달되는 자신을 자각하며 기죽은 상태로 달려간다. 성인이 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 같지만, 또다시 모든 것은 원점이다. 갓 성인이 된 이에게 남은 것은 없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사랑하는 이들은 멀찍이 바라볼 뿐 문제를 결코 해결해주지 않는다. 때로는 사랑하는 이들이 나에게 가장 많은 눈물을 흘리게 한다. 결국 인간을 믿되 믿지 않는다. 어느 정도의 요령을 터득하면 그 방법을 알 수 있다. 자신도 그렇듯 모든 타인이란 언제나 흘러가는 존재다. (87~88쪽)

“들어와서 쉬고 가.”
“집에 가서 쉴래요.”
“나는 네가 필요해.”
희재가 아무 말이 없자 그는 되풀이했다.
“같이 있어줘.”
“다른 사람으로 대체할 수 있잖아요.”
“아니야, 나는 너의 방식이 필요해. 네가 살아오고 네가 터득한, 너만의 삶의 방식. 너만의 애무와 신음소리, 움직임, 파르르 떠는 절정, 따뜻하고 오랜 손길과 입맞춤.”
“결국 제가 아니라 섹스가 필요하신 거군요?”
희재는 비아냥거렸다.
“섹스할 때 사람은 가장 진실해지니까. 평소에는 체면과 제정신에 가려 보이지 않던 내면의 온갖 것들이 섹스를 하고 오르가슴에 오를 때 모두 튀어나오지.”
“USB에 저를 구워 드릴게요. 언젠가 인간형 인공지능 로봇이 나오면 똑같이 카피해서 넣으세요.”
“그건 진짜 네가 아니잖아. 나는 따뜻하고 팔딱팔딱 뛰는 심장을 가진, 나와 똑같은 피와 온도와 심장을 가진 인간이 필요해.”
“내 영혼은 필요 없나요?”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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