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에, 켄드릭의 병원 대기실에 앉아 있었는데 갑자기 내가 모르는 어느 집의 어두운 복도에 놓여 있는 내 자신을 발견했어. 내 주변엔 장화들이 즐비하게 놓여 있고, 축축한 비 냄새 같은 게 나는 것 같았어. 복도 끝 쪽으로 난 문이 열려 있어 빛이 들어오고 있는 것 같아서 나는 아주 천천히 소리를 죽여 문가로 가서 안을 들여다봤어. 방안은 새하얬고, 아침 햇살이 들어와 눈이 부셔 뜰 수 없을 지경이었어. 창가에는 한 여인이 산호색 카디건 스웨터를 입고 하얗게 센 긴 머리를 등 뒤로 늘어뜨린 채 나에게 등을 지고 앉아 있었어. 바로 옆 탁자에는 찻잔이 놓여 있더군. 내가 무슨 소리라도 냈는지, 아니면 등 뒤에 누군가 있다는 걸 감지했는지… 여인이 고개를 돌리고 나를 보는데, 그건 바로 당신이었어, 클레어. 먼 미래의 나이 든 당신이었던 거야. 정말 황홀했어, 클레어. 죽었다 살아난 사람처럼 당신을 안아볼 수 있고, 당신의 얼굴에서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니,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황홀한 느낌이었어. 더 이상은 말하지 않을 테니, 당신이 상상하도록 해. 그래야 그 때가 왔을 때, 미리 다 알고 있어서 맥 빠질 일 없이 그 순간을 맞이할 수 있잖아. 클레어. 그럼 그 때까지 너무도 아름다운 이 세상에서 현재를 충분히 누리며 살도록 해.
이젠 어두워졌고, 나도 몹시 피곤해졌어. 난 언제나 당신을 사랑해. 시간은 아무것도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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