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2000년 10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470쪽 \| 481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39203952
ISBN10	893920395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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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김문호

감리교 신학대학을 졸업하고, 사진작가 겸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역서로는 『우리의 우물에서 생수를 마시련다』『신의 전기』『성숙에 이르는 명상』『바보들, 순교자들, 반역자들』『설탕과 권력』등의 인문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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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면 산책을 하면서 앞에서 빛나는 금성과 오가는 사람들, 그리고 나무들을 본다.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아무런 의식이 없이 지낸다. 그러나 그것은 '마음을 벗어난'지고의 기쁨이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대면 나의 지각이 작영하는 것이지 내 정신의 가장자리가 작용을 하는 것이 아닌다.

나는 이 나라의 형편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은 멈추었고, 그 문제를 하느님의 손에 맡겼다. 구체적인 개인들도 마음속에 두고 있지 않다. 내 생각은 오로지 하느님 한 분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 p.432---pp.1-10

내가 어렸을 때 어머니는 나에게 매일 '툴시' 나무에 물을 주라고 하셨다. 어느 날 나는 목욕을 마치고 곧바로 부엌으로 가서 밥을 먹으려고 앉았다. 어머니가 물으셨다.

"툴시에 물 줬니?"

"아뇨."

"그러면 지금 당장 가서 주거라. 네가 물을 주어야 나도 밥을 줄 테니까."

그것은 어머니가 나에게 주신 선물들 가운데 가장 효험이 오래 가는 선물이었다. 어머니는 나에게 우유와 음식을 주셨고, 내가 몸이 아플 때면 내 곁에서 밤을 꼬박 지새며 나를 돌보기도 하셨다. 그러나 모든 것 가운데 가장 위대한 선물은 이렇게 인간으로서 올바르게 행동할 수 있도록 나를 훈련시켜 주신 것이었다.

가고데에 있던 우리 집 마당에는 인도빵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나는 당시 철모르는 어린아이였기에 그 나무에서 열매가 자라는 것을 보자 곧 언제 그것을 먹을 수 있느냐고 보채기 시작했다. 결국 때가 되어 열매가 익자, 어머니는 그 나뭇잎들을 오목하게 접시 모양으로 많이 만들어 열매를 거기에 담으셨다. 그러고는 나에게 그 접시들을 동네 집집마다 선물로 돌리라고 하셨다. 접시들을 다 돌리고 나자 어머니는 그제야 나에게 옆으로 와서 앉으라고 하시더니 달콤한 그 열매 몇 조각을 주셨다. 어머니는 "비냐, 우리는 먼저 베풀고 나중에 먹어야 하는 법이란다." 하고 말씀하시곤 했다. 어머니는 나에게 가장 심오한 철학적 진리를 가르치고 있었던 셈이다. 그리고 어머니는 그 내용을 간단한 시구로 지어내셨다.

「베푸는 것은 하느님과 같은 일이고,
쌓아두는 일은 지옥이라네.」

어머니이 이 가르침은 나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고, 만일 그 가르침이 없었더라면 나는 '토지헌납운동'을 시작할 수 있는 영감을 절대로 가질 수 없었을 것이다.

--- pp.6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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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노바는 13년동안 인도 전역을 걷고 또 걸었다. 문명의 이기인 자동차나 비행기 등의 편리한 교통수단을 마다하고 그는 대체 무엇을 위해 걷는일에 몸을 바쳤을까. 해방 후 인도가 혼탁해 있을때 가난한 자들은 배고픔으로 부자들은 폭동에 대한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비노바가 한 마을에 갔을때, 배고픔에 떨던 천민들은 부칠 땅 한 뙈기 없는 처지를 한탄했다. 이에 공감한 마을 유지가 선뜻 백 에이커의 땅을 내놓으려 하자 천민들은 겸손히 자신들에게 필요한 80에이커만 받겠다고 했다. 비노바는 이 마을 회의를 지켜보며 사랑과 감동이 있으면 폭력 없이도 세계의 모든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이렇게 해서 놀라운 토지헌납운동이 시작되었다. 그의 '평화의 행진'에 힘입어 인도에는 스코틀랜드만한 어마어마한 땅이 헌납되었다. 이 일은 가난과 숱한 분쟁으로 피폐해져 있는 인도를 하나로 묶어주는 소리 없는 혁명이 되었다. 이것은 아래로부터 차오르는 물과 같은 것으로서 모든 경계를 허무는 '사랑'만이 변화의 '힘'이라는 비노바의 주된 사상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는 엄청나게 먼 거리를 여행하였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연설을 하였으며 사람들로 하여금 카스트와 계급과 언어와 종교의 장벽을 허물어버리도록 촉구하였다. 그는 스스로 인도의 상류층인 브라만을 상징하는 시카를 자르고, 코란과 성서를 깊이 있게 연구한 끝에 힌두교도 버리게 된다. 악명 높은 참발 계곡의 강도들조차 존경하는 비노바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것은 바로 비폭력이 승리하는 감동의 순간이기도 했다. "나의 정신을 형성함에 있어서 어머니가 했던 역할에 버금할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나는 많은 훌륭한 사람들과 함께 살기도 하였고, 경험의 지혜로 가득 찬 위대한 인물들의 책들도 읽었다. 그러나 만일 이 모든것들을 천칭저울 한 접시에 올려놓고 다른 한 접시에 내가 어머니에게서 배운 실천적인 신앙을 놓는다면 저울추는 두번째 접시쪽으로 기울 것이다." 이 고백을 듣는것만큼 인간 비노바를 아름답게 만날수 있을까? 그것은 비노바가 어머니를 생각하는 마음 때문이 아니다. 어머니를 통한 비노바의 깨달음 때문이다. 비노바의 어머니는 '명상과 사랑의 혁명가'라는 새로운 인간형을 창조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아버지는 종종 생활이 어려운 학생을 집에 데려다가 묵게 하셨다. 이전 식사에서 먹다 남은 식은 음식이 있으면 어머니는 그 남은 음식을 드셨고, 그게 너무 많아서 다 드실수 없으면 가끔은 나에게도 식은 음식을 주셨다. 하지만 그 학생에게만은 꼭 갓 지어낸 신선하고 따뜻한 음식을 차려주셨다. 이런 생활이 매일 이어졌고, 그래서 이윽고 나는 어머니에게 이야기를 했다. "어머니, 어머니는 늘 모든 사람들을 동등하게 존중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잖아요. 그런데 어머니는 아직도 어머니 스스로 차별을 하세요. 어머니는 식은 음식은 늘 나에게만 주시고 그 학생에게는 한 번도 주시지 않잖아요. 어머니는 우리를 동등하게 대해 주시는게 아니에요. 그렇지 않아요?" 어머니는 기다렸다는 듯 곧 대답하셨다. "그래, 네 말이 옳다. 나는 너를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대하고 있다. 나는 너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고, 또 편애하고 있어. 왠지 아니?" 나는 아직도 너를 나의 아들로 생각하고 있고, 그 학생은 사람의 몸을 입고 오신 하느님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야. 내가 너마저 그렇게 볼 수 있는 때가 되면 이런 차별은 없어질 거다." 이 일화는 비노바가 어머니로부터 어떤 교육을 받고 자랐는지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인간이 성장해서 위대한 생을 이어가는 과정을 볼 수 있으며 우리는 비로소 인간 비노바를 만날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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