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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천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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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천 프로젝트

: 4할 타자 미스터리에 집단 지성이 도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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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07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376쪽 | 622g | 148*220*30mm
ISBN13 9788983714473
ISBN10 8983714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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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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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천관율
「시사IN」정치팀 기자. 자연과학이 기자의 필수교양이라고 늘 주장하지만, 정작 본인은 근의 공식도 잊어버린 수학맹. 정치를 진화심리학과 게임이론으로 해석하는 기사를 쓰는게 꿈이다.그런걸 쓰고도 학계와 정치권에서 욕을 안 먹을 내공이 쌓이기를 기다리고 있다. 저서로는 『백인천 프로젝트』 등이 있다.
저자 : 백인천 프로젝트 팀
강민승(@Anonypoet), 권종헌(@tim5n), 김기민(@kimin_kimin), 김기상(@meteo119), 김대중(@koicakov),김동심(@simstory), 김리연(@smallshine), 김상모(@p1oneer), 김성완(@knauer0x), 김연중(@nsdrager), 김용남(@y2silence), 김유경(@racy_r), 김주환(@fairor), 김태한(@taehank), 김현주(@vigiliae), 김효임(@Clazzi_), 남상욱(@drnut84), 남승우(@TodanNam), 노남희(@catzeye7), 노재만(@firemm1), 박미준(@heragency), 박상화(@toyblues), 박성걸(@mihaesinbi), 박수현(@sonsaram), 박종혁(@iobeleus), 박찬언(@fantacontrol),박혜정(@suepark0), 변근주(@aboutje), 변형호(@NotoriousH2), 송은주(@soulhrder), 신부길(@twins_mania),신은교(@xinin), 안진연(@zena_ahn), 오원기(@toto5071), 윤신영(@shinyoungyoon), 이규종(@xtorm2),이민호(@dearmino), 이선혜(@sunguard2684), 이슬기(@ddolsk), 이종설(@vyehrl), 이준수(@jslee509), 이충한(@torpedo4u), 이형극(@Hyungkeuk), 임선남(@free_redbird), 임성수(@ssungssu), 장수진(@sphere81k), 장원철(@wcjang), 전기홍(@spacebeing),전상민(@DODEN626), 정구헌(@tarofactory), 정용진(@thinkingdoctor), 정재승(@jsjeong3), 제갈영(@zhoto),조성행(@chosh23), 천관율(@gwanyul), 천병훈(@damat), 최신행(@haeng), 홍범(@htiger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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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야구학은 여기서 시작될 것이다!

1960년대 과학 논문의 평균 저자 수는 1.3명. 그러나 1990년대 들어 그 수가 3.1명으로 늘더니 최근에는 4명을 넘어섰다. 다시 말해 과학 연구 하나를 완수하는 데 4명 이상의 과학자들의 기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최근 들어 과학 연구는 여러 분야의 지식과 기술을 융합해야만 해결할 수 있는 복잡한 주제들로 조금씩 옮겨 가다 보니, 여러 연구자들이 참여하는 경우가 늘었고 공동 연구도 각별히 많아졌다.

그런 가운데, 21세기 웹 2.0 시대가 도래하면서 ‘집단 지성’으로 과학 연구를 수행하는 것이 가능한지 알아보는 시도가 전 세계적으로 여럿 생겨났다. 그 대표적인 예가 세티앳홈(SETI@home) 프로젝트다. 세티(SETI, Search for Extra Terrestrial Intelligence)는 외계 지적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사용했을 성간 신호를 분석해 태양계 밖 우주에 지적 생명체가 존재하는지를 확인하는 천문 연구다. 천문학자 칼 세이건(Carl Sagan)의 소설 『콘택트(Contact)』(전2권, 이상원 옮김, 사이언스북스, 2001년)를 통해 널리 알려졌으며, 그 전신인 오즈마 계획이 1960년대부터 시작되었지만 지난 50년간 아무런 외계 지성의 흔적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로 인해 1990년대 말 미국 의회는 세티 계획에 국가 예산을 더 이상 지원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갑자기 예산이 턱없이 부족해지자 슈퍼 컴퓨터를 이용해 외계로부터 얻은 대용량 데이터를 분석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즉 연구자들이 프로젝트를 지속하기 위해 대용량 슈퍼 컴퓨터만 사용하지 않고 전 세계에서 집집마다 쉬고 있는 개인 컴퓨터를 활용해 분석하는 ‘분산 컴퓨팅’ 프로젝트를 시도한 것이 바로 ‘세티앳홈’이다.

1999년 5월17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 대학교 버클리 캠퍼스의 연구자들이 웹에 공개한 스크린세이버 프로그램을 내려받으면, 개인 컴퓨터가 쉬는 동안 자동으로 외계에서 온 전파 망원경 신호 자료를 분석해 버클리의 연구소로 보낸다. 스크린세이버가 과학 연구 프로그램인 셈이다. 이런 연구는 일반인들에게 ‘외계 지적 생명체 탐사 연구에 나도 기여하고 있다.’라는 자긍심과 함께, 과학 연구가 어떻게 수행되는지 경험하게 해 준다.
그렇다면 과연 SNS(Social Network Service) 시대에는 어떤 형태로 집단 지성을 활용해 과학 연구를 수행할 수 있을까? 과학자는 평소 과학 이야기를 주고받던 팔로어들과 어떤 공동 연구를 수행할 수 있을까? 2010년 1월 처음 트위터를 시작한 이래, 이 질문에서 내 머릿속에서 늘 떠나지 않았다.

집단 지성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몇 가지 프로젝트의 조건이 필요했다. 우선 대중적 호기심을 유발할 만큼 보편적인 관심과 연구 주제여야 한다는 것, 그리고 과학자 한두 명이 수행하기 어려운, 집단의 노력이 필요한 연구여야 한다는 것, 또 연구 참여자를 모으고 수행하고 세상에 발표하는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돼 진행해야 한다는 점, 마지막으로 집단 모두가 결과에 대한 해석에 참여하고 연구의 의미를 각별하게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등이었다.

이런 조건을 최대한 만족하는 연구 프로젝트를 구상해 2011년 12월에 이른바 ‘백인천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 이 프로젝트는 ‘프로 야구에서 4할 타자는 왜 사라졌는가?’라는 질문에, 지난 30년간 한국 프로 야구의 데이터를 모두 분석해 답해 보려는 야심 찬 연구다. 1871년 시작된 미국 프로 야구에서 1941년 타율 0.406을 기록한 테드 윌리엄스(Ted Williams) 이후 4할 타자가 사라졌다. 일본 프로 야구에선 아직 4할 타자가 나오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1982년 프로 야구 출범 첫해 백인천 선수가 0.412로 4할을 넘긴 이래 지금까지 프로 야구에서 4할 타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도대체 그 이유가 무엇일까?

4할 타자가 사라진 이유를 두고 야구계에선 그동안 의견이 엇갈렸다. 연봉 협상에만 혈안이 돼 스토브 리그(stove league, 프로 야구의 한 시즌이 끝나고 다음 시즌이 시작하기 전까지의 기간)에 훈련을 충실히 안 한 타자들의 나태와 게으름 탓으로 돌리며, 스포츠 신문은 타자들을 맹공하기도 했다. 전문적인 마무리 투수와 중간 계투 요원의 등장, 더블헤더 경기의 등장, 야간 경기 등으로 인해 타자에게 불리해진 환경 탓도 했다.과학자들이 이 엉뚱한 야구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건 테드 윌리엄스가 마지막 4할을 친 1941년에 태어난 고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Stephen Jay Gould) 덕분이다. 그는 한 잡지에 실은 에세이에서, 그리고 이후에 펴낸 『풀하우스(Full House)』(이명희 옮김, 사이언스북스, 2001년)에서 이 문제를 타자의 나태함이나 경기 환경 탓으로 보지 않고 ‘시스템의 진화적 안정화’로 설명하는 참신한 시도를 했다. 프로 야구 리그도 일종의 거대한 ‘생태계’라서 서서히 안정화라는 진화 단계를 거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자연의 많은 시스템이 성숙할수록 개체 간 특성의 ‘분산’이 평균을 중심으로 줄어들듯, 야구 선수들의 기량도 점점 평준화되어, 평균 타율을 중심으로 타율이 지나치게 높은 선수도, 지나치게 낮은 선수도 점점 사라지는 것이 보편적인 특징이라고 주장했다. 그래서 충분한 시간이 지나면 선수 사이의 격차가 줄어들어 1할 타자도 사라지지만 4할 타자도 사라지는 현상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 가설을 확인하기 위해 100년간의 미국 프로 야구 결과를 분석해 타자들의 평균 타율이 증가해 왔음에도(다시 말해 타자들의 실력이 줄지 않았음에도) 타율의 격차가 사라져 4할 타자가 사라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했다.그렇다면 2013년으로 32년을 맞은 한국 프로 야구에서 4할 타자가 사라진 것도 같은 이유에서일까? 과연 한국 프로 야구에서도 지난 30여 년간 선수들 간의 타율 격차, 방어율 격차는 점점 줄어들고 있을까? ‘백인천 프로젝트’는 지난 30년간의 한국 프로 야구 데이터를 분석해 타자 실력과 투수 실력, 수비 실력 등이 어떻게 진화해 왔으며, 과연 한국 프로 야구 역시 안정화 단계에 접어든 것인지 통계적인 분석을 시도한 집단 연구다.

이 연구 프로젝트의 주제는 대중적인 호기심을 유발할 수 있으면서도 과학적으로도 의미있는 연구 주제이며, 무엇보다 지난 30여 년간의 한국 프로 야구를 정리할 수 있는 질문이라고 생각했다. 하나의 작은 질문이지만 수많은 질문들이 꼬리를 물며 파생될 수 있는, 그래서 결국 한국 프로 야구라는 거대한 시스템의 30여 년 역사를 조망하게 되는 주제라고 생각했던 것이다.2011년 12월 18일 ‘백인천 프로젝트’를 시작하겠다며 동참을 호소하는 트위터 글을 떨리는 마음으로 올렸다. 그러자 100여 명의 자원자가 기꺼이 참여하겠노라고 답을 주었다. 대용량 야구 데이터 분석, 문헌 조사, 과학 논문 쓰기 등에 참여하겠다고 의견도 달았다. 무려 300여 명이 연구의 성공을 기원하는 멘션을 보내 주었다. 집단 지성으로 ‘야구학(Sabermetrics)’ 연구를 수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2012년 초 겨울 스토브 리그, 순수한 과학적 호기심과 열정만으로 모인 개인들이 과학자 혼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대용량 데이터 분석연구를 수행하게 됐다. 트위터로 소통하고, 과학자들을 위한 학술 논문과 일반인들도 즐길 수 있는 우리말 보고서도 함께 만들어 보기로 했다.그리고 석 달, 매주 혹은 두 주에 한 번씩 토요일마다 카페에서, 혹은 한국 과학 창의 재단에서 무료로 지원해 준 공간에 모여 “전 세계 프로 야구에서 4할 타자는 왜 사라졌을까?”라는 문제를 과학적으로 탐구했다. 우리가 제일 먼저 한 일은 데이터를 정리하는 일. 지난 30년간의 한국 프로 야구 연감을 파일로 옮기는 일을 착수했다. 이미 세상에 돌아다니고 있는 파일들이 몇 개 있었으나, 그것들이 정확한지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그래서 사람들마다 역할을 나누어 데이터를 확인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그렇게 해서 얻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결과를 해석해 논문과 보고서를 준비했다.

과학 연구를 한번도 해 본 적이 없는 분들이 대부분이었기에, 처음에는 갈등도 터져나왔고 어려움도 많았다. 하지만 그런 갈등마저 내겐 짜릿한 실험의 한 과정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백인천 선수의 타율인 0.412를 기념하면서 2012년 4월 12일 우리가 지난 4개월간 탐구한 집단 연구의 결과를 세상에 내놓기로 결정했고 뜨거운 눈물과 벅찬 감동과 함께 그 시간을 맞이했다. 이 책은 바로 그 100일간의 뜨거운 열정의 역사를 기록한 책이다.
트위터로 모집된 78명의 일반인이 매주 모여 진행한 이 프로젝트가 흥미로운 것은 참가자 모두 과학 논문을 제대로 써 본 적이 없는 ‘아마추어 과학자’들이었기 때문이다. 야구를 좋아하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었기에 평소 생업에 종사하면서 넉 달 만에 외국 잡지에 제출할 만한 논문을 완성했다는 것 자체가 쾌거라고나 할까? (이 논문의 저자는 무려 58명이다!)웹 2.0 시대가 되면서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으로 상징되는 ‘전문가의 정제된 지식’보다 ‘위키피디아’로 대표되는 집단 지성의 산물로서의 지식이 더 큰 의미를 가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번 백인천 프로젝트는 과연 집단 지성이 이미 세상에 내놓은 지식을 짜깁기하는 위키피디아 수준을 넘어, 소박하게나마 과학 지식을 만드는 ‘집단 연구’가 과연 가능한지를 가늠해 본 시도였다. 과학의 대중적 이해를 넘어 ‘과학의 대중적 참여’가 가능한지 탐색해 본 시도였다.

우리는 백인천 프로젝트를 통해 과학자 혼자서는 도저히 하기 힘든 연구를 여러 일반인들이 모여 너끈히 해 낼 수 있었다는 것, 일반인들의 재능이 모이면 전문적인 과학 논문을 쓰는 데 부족함이 없는 전문성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것이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58명의 ‘집단 지성인’들이 얻은 교훈이다.2012년 프로 야구 정규 리그가 시작되고 김태균 선수가 4할을 훌쩍 넘는 타율을 치게 되자, 스포츠 신문 기자들이 종종 인터뷰를 요청해 왔다. 혹시 올해 4할 타자가 나오게 되는 것은 아니냐고, 그럼 ‘왜 4할 타자는 사라졌는가?’라는 질문은 의미가 퇴색되는 건 아니냐고. 그러나 결국 2012년 시즌에도 4할 타자는 나오지 않았다. 솔직히 김태균 선수가 4할로 2012년 시즌을 마무리할까 봐 내심 걱정을 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언젠가 4할 타자가 나왔으면 하는 마음 또한 간절하다. 그러나 4할 타자의 등장이 아닌 부재가 역설적이게도 한국 프로 야구 선수들의 출중한 기량을 증명하는 현상이라는 걸 이 책에서 보여 주고 싶었다.

이 책이 완성될 수 있도록 도와주신 백인천 선수, 그리고 한국 과학 창의 재단과 (주)사이언스북스 출판사, 《시사IN》, 그리고 트위터를 통해 뜨거운 응원을 보내 주신 많은 분들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그들 덕분에, 처음 시도해 시행착오도 많았던 이 연구 프로젝트가 우여곡절 끝에 ‘달콤한 결실’로 세상에 태어날 수 있게 됐으니 말이다. 아무쪼록 이 연구 프로젝트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미국 야구 연구 협회(Society for American Baseball Research, SABR)처럼 근사한 야구 연구 학회로 이어져 한국 야구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토대가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프로 야구에서 왜 4할 타자는 사라졌는가? 이 책으로 인해, 이 평범한 질문이 이제는 각별한 의미로다가오는 경험을 하시길. 그리고 부디 야구장 밖 여러분의 스토브 리그가 지적 호기심과 집단적 열정으로 가득한 한국 시리즈가 되길 진심으로 바라며, 다시 일상의 타석으로 발길을 돌린다.

백인천 프로젝트 팀을 대표해서
정재승(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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