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다린은 그의 회색빛 눈동자가 마치 늑대 같다고 생각했다. 엷은 홍채에 비해 도드라지는 검은 동공이 유난히 고독해 보였기 때문일까. 만다린은 떠오르는 상념을 프레스기로 홍차 잎을 누르듯 억눌러 내렸다. 타인의 고독을 짐작하는 것은 괜한 참견에 괜한 동정일 뿐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만다린은 예의상 한 말을 그가 진심으로 받아들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아끼는 손수건은 맞았다. 아끼는 것을 굳이 생전 처음 본 타인에게 빌려준다니. 손수건으로 찬합 통을 싸매는 와중에 그 사실을 깨달은 만다린은 혀를 찼다. 언뜻 본 그 남자가, 빌린 손수건을 돌려주러 올 정도의 신의는 있을 거라 무의식중에 판단했기 때문인 걸까. 그래. 그 정도였다. 돌려주러 오겠지. 거기서 끝. 애초에 그가 이곳에서 식사할 작정이었다는 것도 그녀가 알 리 없었다. 그녀가 본 그는 「그저 그런」 소득 수준의 덩치 「크고」 신의 있어 「보이는」 남자였을 뿐이었으니까. 그랬기에 그 다음 날 갑작스레 불쑥 등장한, 테이블에서의 메시지와 함께 동봉된 버찌 손수건에 그녀가 당황하는 것도 당연하였다. 「어제의 요리만큼이나 맛있는 요리였습니다.」 그녀의 당황에는 산적같이 생긴 남자가 외모와는 달리 깜짝 놀랄 정도의 달필이었다는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손님?!" 만다린이 젖은 손을 에이프런에 닦으며 황급히 홀로 나오니 보이는 것은 이를 드러내며 웃는, 이번에는 제법 머리를 멀끔히 뒤로 넘긴 「그」 남자였다. "무척 맛있게 먹었소." 메시지의 섬세한 어투와는 다르게 남자의 말투와 어조는 정중하나 투박했다. 눈을 가늘게 뜨고 입가에 미소가 가득한 것이, 음식의 질에 대해 만족한 표정이었다. 차마 당신이 여기에 올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고 입 밖으로 뱉어낼 수 없었던 만다린이 침묵하는 동안, 남자는 그다지 수다스럽지 않은 어조로 천천히, 그리고 또박또박 제 할 말을 늘어놓았다. "내 이름은 타라곤. 타라곤 아니체. 섬나라 출신의 용병이라 말투가 이 모양인 것은 양해 바라오. 내 생애 이렇게 흡족한 음식을 먹어본 것은 몇 번 되지 않소. 어제의 배려와 더불어 이리 맛있는 요리를 맛보게 해주어 매우 고맙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