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지점장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보험 영업 조직 내에서 지점장 5년 차의 중견 리더이다. 그동안 자신이 지닌 리더십에 대해 회의를 해보기는커녕 도리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실적을 올리며 순탄히 지내 왔기에 스스로도 자신이 꽤 괜찮은 리더라고 자처해 온 편이었다. 주위로부터 인정도 받았다.
그러던 그가 리더십의 효과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알 수 없는 것처럼, 그가 이끌던 조직원들 사이에서 걷잡을 수 없는 이완의 조짐이 나타나는가 싶더니 삽시간에 모래 알갱이 흩어지듯 와해되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영업 실적은 급전직하하여 다시 회복하기 어려운 상태에까지 빠져들고 말았다. ---p. 18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는 법이라는 걸 미처 몰랐던 게 저의 잘못입니다. 지금의 어려움을 견뎌 낼 면역력도 제게는 없고, 그것을 헤쳐 나갈 능력이나 소양도 없으니 그저 속수무책으로 늪 속에 빠져드는 느낌입니다. 이런 것을 절망이라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이번에 처음으로 제 자신의 리더십이 부족하기 짝이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닫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정말로 능력 있는 리더가 되고 싶습니다. 원장님, 저 같은 문제투성이 인간도 리더가 될 수 있나요?”
박 지점장의 어깨가 한껏 움츠러든 것처럼 보이는 것은 그의 말투에서 활기찬 기운을 거의 느낄 수 없기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았다.---p. 19
개인의 삶에 있어서도 그렇듯이 조직의 흥망성쇠 패턴에는 필연적으로 오르막과 내리막이 점철되며 움직여 가는 흐름이 있게 되는데, 이를 ‘조직 순환 사이클’이라고 한다. 고점에서의 승기가 한풀 꺾여 내리막으로 향하는 시기는 ‘하강기’, 하강기가 좀 더 진행되어 조직이 가장 낮은 저점의 전후에 처하는 시기는 ‘침체기’, 거기서 반전하여 오름세를 유지하는 시기는 ‘상승기’, 상승기가 더욱 진행되어 조직의 에너지가 최고로 발휘되고 그에 따른 결과 역시 극대화되는 고점은 ‘성숙기’라고 한다. ---p. 36
“원장님, 다들 힘이 빠져 허우적거리는 이런 상황에서는 칭찬이 잘 안 된다는 것을 모르십니까? 처음 얼마 동안은 의식적으로 구성원들 사이에 칭찬이 오가고 그랬는데, 지금은 저 자신부터도 구성원들에 대한 칭찬이 잘 안 되더군요.”
“그래도 구성원들 중 누군가는 문제 앞의 무력감에서 탈출하려고 열심히 준비하고 계시는 분이 반드시 있을 것입니다. 그런 분을 찾아내 어렵더라도 칭찬 릴레이를 다시 시작하시다 보면 지금 생각하지 못했던 또 다른 길이 열리게 될 것입니다.” ---p. 72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올바른 자세로 대처하기만 한다면 태산이 무너진다 해도 살아날 수 있는 겁니다. 리더의 철저한 자기반성과 겸손한 자세…… 이제부터는 그런 것들이 조직을 지켜내는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리더의 그 모든 노력들이 종합적으로 힘을 발휘할 때 비로소 조직은 승승장구하는 기세를 올릴 것이며, 리더는 그 누구도 경험하기 어려웠던 성공의 보람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잘 알겠습니다, 원장님. 말씀해 주신 내용에 따라 생각을 재정비해서 앞으로 나아가겠습니다.” 말끝에 박 지점장은 어금니를 꾹 깨물었다. ---p.105
“원장님, 정말 죄송스럽고 자존심이 상해서 차마 드리기 어려운 말씀이지만…… 이젠 저도 더 이상 옴치고 뛸 여력이 없어졌습니다. 미련을 버리지 못해 더 붙들고 있어 봤자 추한 꼴만 보이게 될 것이고…… 아무래서 여기서 그만 포기해야 할 것 같아…….”
만감이 교차하는 듯 채 말을 마치지 못하는 박 지점장의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오랜 시간 동안 희생과 인내로 어렵사리 매 고비를 넘겨 왔지만 이제 더 이상 어떤 기대를 가지기가 어려운 상황에까지 이른 것으로 보였다. ---p. 134
“기회는 누구에게나 찾아옵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기회를 살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이 기회인 줄 모르고 그대로 흘려보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기회를 살릴 여력을 이미 상실하여 그것이 기회인 줄 알면서도 잡지 못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큰 성공을 꿈꾸는 사람은 기회가 왔을 때 그것을 잡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미리 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 기회가 자기에게 다가오도록 기회를 부르는 적극성을 발휘합니다. 단순히 기회가 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것입니다. 그런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창조적 리더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p.181
“원장님, ‘비전’을 본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합니까?”
“좋은 질문입니다. 이제부터 그 점에 대해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비전’을 본다는 것은 한마디로 조직이나 회사가 도달하려고 하는 최종 목적지를 다 같이 생생하게 본다는 의미입니?. ‘우리 회사는 이런 모습이 되어야 한다.’고 모든 구성원이 일치된 비전을 본다면 이는 매우 고무적인 일이며, 그럴 때의 회사는 절반의 성공을 이미 이룬 것이나 다름없게 됩니다. 따라서 비전은 목표나 막연한 꿈 정도가 아니라 하나의 공동체가 추구하고자 하는 최종의 구체적인 모습입니다. 더 쉽게 설명한다면 ‘꿈을 행동으로, 현실로 옮겨 놓은 것’이라고나 할까요? ---p. 203
“박 지점장님은 잘 해내실 것입니다. 행동으로 옮기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련히 잘 알아서 실천하고 계시겠지만…… 지금은 앞장서서 ‘나를 따르라!’ 하고 멘토답게 당당하게 모범을 보이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결국 성공의 확신을 가지고 비전을 확신하는 자가 그 성공을 이룰 수 있습니다. 비전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실수가 있더라도 구성원들에게 힘을 줄 수 있는 것이 리더의 확신과 지도력입니다. 이 모든 과정을 이미 경험하셨고 또 큰 성공을 체험하셨던 지점장님으로서 구성원들이 신뢰할 수 있도록 성공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을 ‘연출’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연출, 연출……. 잘 알겠습니다. 우리 조직이 성공을 위한 각자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멋진 ‘연출자’가 되어 보겠습니다!” ---p.234
‘비전 역량 리더십’의 타이밍은 비행기로 말하자면 이륙하는 시기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당연히 이륙하는 비행기는 모든 에너지를 사용함으로써 대지를 박차고 하늘로 솟아오르게 된다. 이와 같은 때에 발휘되는 ‘비전 역량 리더십’에는 자연히 조직의 사활이 걸려 있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비전 역량 리더십’은 조직의 큰 틀과 방향을 잡아 가는 데에도 필수 불가결의 능력이며 리더에게 있어서는 첫 단추와도 같이 아주 중요한 리더십의 핵심 능력인 것이다. ---p.255
조직이 ‘상승기’를 지날 때 구성원들은 비전을 보게 되며, 성공을 향한 힘찬 전진을 시작한다. 새로운 게임 룰이 생성되고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하는 것도 이 시기이다. 이 ‘상승기’를 지난 조직은 ‘성숙기’를 만나게 된다.
이 ‘성숙기’는 구성원들에게 광범위한 성공이 감지되고, 조직에는 성공을 극대화하기 위한 성공 문화 시스템이 자리를 잡는 시기이다. 조직에 대한 구성원들의 충성도도 높아 가는 시기이다. ---p. 259
“여러분, 이대로 가다가 우리 조직이 ‘하강기’를 맞이한다면 생각 외로 쉽게 와해되거나 구심점을 찾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이미 지난번에 우리는 그런 상황을 경험하지 않았습니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다소 저항감이 느껴지기도 하겠지만 우리가 순조로운 운행을 하고 있을 때 성공 문화를 하나의 고정된 시스템으로 담아내는 노력을 기울여 봅시다.”
“지점장님, 그 말씀은 이해하지만…… 일단 공연히 우리의 업무 환경을 복잡하게 만드는 것 같아 걱정이 됩니다. 지금 잘 해 나가고 있는데,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드는 것은 아닐까요?” ---p.270
성공은 항상 대가를 요구하는 법이다. 대략 8부 능선쯤으로 가늠되는 곳에서 정상의 고지를 바라보던 그해 가을이었다. 고개를 넘는다는 행위 자체가 숨 가쁘고 힘든 일임에는 틀림없었던가보다. 눈앞으로 다가온 정상의 고지를 바라보면서도 더 이상의 전진 동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을 거듭하는 모습은 박 지점장 스스로 느끼기에도 안타까울 뿐이었다. 정상을 눈앞에 두었다는 것과 정상에 도달했다는 것은 엄연히 다르건만, 어느 시기부터인가 구성원들의 불타오르던 의지가 사그라지는가 싶더니, 도통 더 이상의 전진을 못하고 버거워하는 것이 역력했다. ---p. 294
박 지점장은 한껏 궁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사장을 바라보았다. “어제 회사의 중역회의에서 중요한 결정을 한 가지 했는데…… 박 지점장님을 우리 회사의 영업 담당 임원으로 이사회에 추천하기로 했습니다. 지점의 현안들이 아직도 많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만, 더 큰 미래를 위해 기꺼이 수락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사장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 자리에 있던 팀장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를 쳤다. 박 지점장은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뭉클해지며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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