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모르지

우물가에서 두레박으로
천천히 퍼 올린
엄마의 물맛을
수도꼭지 틀면 잘잘달
물컵에 받아먹는 우리들은 정말 모르지

더운 날 우물가에서 차례차례
등목을 기다리던
엄마의 어린 시절을
샤워기에서 쏴아 쏴아
나오는 물로 씻을 수 있는
우리들은 정말 모르지

냇가에서 발 담그고 흐르는
물에 매끈한 돌맹이로
손등이 발갛도록
묵은 때 문지르던
엄마의 어린 시절을
언제나 따뜻한 물에
씻을 수 있는
우리들은 정말 모르지
--- p14

갯벌에서 1

바닷물이 일하러 가면
집을 지키는
아기바지락

때마침
진흙투성이 친구들이
갯벌에서 놀고 있으니

우리들처럼 놀고 싶어
여기 저기
문구멍을 뚫어 놓고
구경한다
--- p.32

아빠 따라

아빠 따라
김치 한입 베어물고
고추 하나 뚝 잘라 먹고
후우 ! 후우 !
맵지만 꿀맛이다

아빠따라
더 멀리 쉬를 하려고
쉬이- 쉬이-
발꿈치를 드니
한결 시원하다

아빠따라
어린이 신문 보면서
‘그래 그래’

아빠따라
종종걸음으로
학교에 가니
하루사이에 내 키가
아빠만큼 자란 것 같다
--- p.17

할아버지와 담배

담배 연기
모락모락 나오는
할아버지 옆에서
에취 에취 재채기 하니

슬그머니
자리를 뜨시는
우리 할아버지

‘금연’ ‘금연’
방안에 써붙여
놓으시고

군것질 참는
우리들 같이
안절부절 하시더니
하루 이틀....
맹물만 드시는
우리 할아버지

배진희 시인이 이번에 두 번째 동시집 『정말 모르지』를 상재하게 되었다. 삭막한 세상에 특히 어린이들에게 유익한 문장을 찾기가 어려운 세태에 이처럼 주옥같이 아름다운 동시집을 냈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br/>(...)<br/>배 시인의 이번 동시집은 제목부터가 범상치 않다. '정말 모르지‘ 이 말은 무엇인가 우리들이 알아야 할 가장 소중한 것을 잊고 살기에 이를 꼬집고 경계하는 느낌도 있고, 애교 있게 다그치는 듯한 느낌도 있다. 그러나 그 중심에는 역시 가장 소중한 것, 꼭 기억해야 하는 어떤 진실을 역설적으로 일깨워주는 강한 메시지가 있다. <br/>(...)<br/>배진희 시인의 동시집 『정말 모르지』가 보여주는 진실은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보는 마음. 모든 것을 어버이의 사랑으로 보는 마음, 모든 것을 어린이의 순수함으로 보는 마음, 그러한 마음을 이어가는 어린이의 세상, 거기에 꿈이 있고, 생명이 있고, 행복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의 작품들은 늘 넉넉하고 포근한 사랑이 되어 잔잔하면서도 진한 감동으로 우리를 일깨우고 있는 것이다. - 홍문표 (시인,평론가)

배진희 시인의 동시집 『정말 모르지』가 보여주는 진실은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보는 마음. 모든 것을 어버이의 사랑으로 보는 마음. 모든 것을 어머니의 순수함으로 보는 마음. 그런 마음을 이어가는 어린이의 세상. 거기에 꿈이 있고. 생명이 있고. 행복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의 작품들은 늘 넉넉하고 포근한 사랑이 되어 잔잔하면서도 진한 감동으로 우리를 일깨우고 있는 것이다.
홍문표 (시인,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