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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핀란드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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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핀란드로부터

: 북위 60도에서 날아온 보통날의 기록들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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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03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32쪽 | 430g | 140*210*30mm
ISBN13 9788994643571
ISBN10 8994643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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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김은정
4년 열애 끝에 2009년 핀란드 인 티뮤와 결혼했다. 식기세척기 돌아가는 소리를 좋아하고 세탁일도 재미있지만 음식 만드는 일은 세상에서 제일 어렵고 재미없다. 성신여자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졸업. 프리랜서.
사진 : Teemu Riihela(떼무 리헬라)
직접 김치를 담그고 곶감과 호떡, 그리고 보쌈을 가장 좋아하는 핀란드 남자다. 노래 부르는 걸 가장 수줍어하며 아침마다 구불구불 말리는 앞머리를 펴느라 바쁘다. Tampere University of Applied Sciences, School of Art and Media, Fine Art 졸업. 포토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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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가게에는 누구의 집에서 왔을까 사연이 궁금한 물건들이 많다. 그래서인지 지나간 추억을 함께 나누고 싶어 하는 단골손님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더 이상 시중에서 판매되지 않는 패턴의 오래된 아라비아 접시나 컵은 꽤나 만만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내가 데려가지 않으면 그 녀석들이 내일 다른 집 부엌에 있을 것만 같은 걱정스러운 마음이 든다. --- p.18 「헬싱키 세컨드 핸드숍」

가끔 그런 날이 있다. 엄마 밥이 너무 그립다거나, 오랜 친구 녀석들이 보고 싶을 때. 그럴 때면 찾는 일종의 안식처 같은 곳이 있다. 일상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고 쉬고 싶은 곳, 바로 헬싱키의 까이보 뿌이스또다. 단어 그대로 직역하면 ‘뿌이스또’라는 말은 공원이고 ‘까이보’는 우물이라는 뜻이다.
--- p.50 「그리운 날엔 까이보 뿌이스또」

핀란드에서 자기장처럼 나를 끌어당기는 것들이 몇 가지 있다. 썸머 묘끼가 그중 하나다. ‘묘끼’는 코티지란 뜻의 핀란드 말이다. 핀란드에서 묘끼는 적당하게 몸을 움직이면서 진짜 즐거움을 찾는 또 다른 집이다. 남편은 묘끼에 가는 일을 ‘자연을 만나러 가는 길’이라고 표현한다. --- p.80 「느리게 흘러간다」

그곳의 하늘은 파스텔 물결 같았고 그 장관은 압도적이면서도 아름다웠다. 신기함은 이뿐만이 아니다. 북쪽으로 서서히 입성할 때쯤 보이기 시작하는 순록들은 도로 위에 놀라는 기색 하나 없이 침범했다. 순록들은 라플란드에서 머무는 일주일 간 내게 흔하지 않은 경험을 선사해주었다.
--- p.92 「북위 66˚ 33´을 넘어 루돌프를 만나다」

그중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바로 오래된 변기 손잡이다. 공사 중인 건물 안에서 우연히 얻었다는 오래된 변기 손잡이는 그동안 하나둘 모아 두었던 수도꼭지들과 함께 액자 속에서 특별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인테리어의 멋진 표본이었다. --- p.184 「그들이 사는 집」

아이들이 얼마나 예쁜지 가끔은 내 눈을 의심하게 된다. 낮잠 자고 일어났을 때 아이들의 모습은 마치 인형이 침대에서 걸어나오는 것 같다. 뽀얗다 못해 투명한 피부에 까치집이 된 금발 아이들의 모습이란! 그렇게 낮잠에서 일어난 아이들은 삼십 분 정도 간식을 먹는다. --- p.214 「꿈꾸는 핀란드 아이들」

이렇게 살짝만 살을 내놓아도 얼어붙는 추운 핀란드에서는 아반또우인띠를 한다. 아반또우인띠는 꽁꽁 언 호수의 일부를 깬 뒤 그 안에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하는 것이다. 어렵고 긴 이름만큼이나 실행에 옮기기도 쉽지 않다. 호수로 들어가기 전 실내 온도 100도가 넘는 사우나에 몸을 뜨겁게 달군 뒤 얼음물로 들어가는데, 핀란드식 겨울 건강 행위이다. --- p.252 「아반또우인띠에 도전하실 분」

절대적인 안식과 편안함, 집이 주는 힘은 그런 것 같다. 어느덧 헬싱키의 우리 집도 내게 그런 존재가 되었다. 자고 일어난 뒤 깨끗하게 정돈된 침대보, 반쯤 젖은 타월, 겨우내 우리의 발을 지켜준 까슬까슬한 털실 양말들, 가지런한 커피 잔, 남편 책상과 꼭 붙어 있는 내 책상까지. 조용한 오후의 시간을 혼자 보낼 때면 ‘이 곳에 진짜 내 살림이 있구나’ 싶다. --- p.280 「살림의 기록」

한 가지 신기한 것은 이곳 핀란드에서는 남자가 요리하는 게 부러움을 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마트에 가면 아이들을 데리고 장을 보는 남자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시댁에 가도 어머님이 요리를 하시는 걸 본 적이 없다. 가족 모임에서도 마찬가지다. 요리에 관련된 일은 모두 남자들 몫이다.
--- p.314 「앞치마를 두른 핀란드 남자들」

그때는 뭐가 그리 벗어나고 싶었는지 발버둥을 쳤던 곳이었지만 삐스빨라만큼은 이사 오기 직전까지 아쉬웠을 만큼 이상적인 동네였다. 저녁 식사 이후 산책 겸 어스름한 시간에 그곳에 가면 특유의 사우나 냄새가 났다. 어릴 때 시골에 놀러 가면 나던 저녁밥 짓는 냄새와 비슷했다. 집 뒤뜰을 돌아갈 때마다 냄새가 진동했고, 사우나를 끝내고 마당을 돌아다니는 소년에게서는 나무타르 비누향이 났다.
--- p.326 「정신적 고향, 탐페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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