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구 flypaper@yes24.com
멀티플렉스화 된 대형서점의 장점이라면 뭐니뭐니 해도 다양한 문화상품을 한 곳에서 일목요연하게 조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베이스는 역시 책. 지식 기반 산업인 책의 장점을 한껏 부각시켜 각종 문화 관련 아이템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조성된 공간이 바로 대형서점이다.
이를테면 그렇다는 비유. 아래 한글의 최신 버전인 '한글 워디안'은 거대해진 덩치만큼이나 다양한 포맷과 일관된 호환성을 지향하여, 워드프로세서로 시작된 아래 한글의 진화가 DTP와 인터넷을 통합, 흡수한 가정용 사무기기로 나아가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 준다. 문서 작성은 아래 한글로, 기타 작업은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제품군으로 해결한다는 현재의 OA 작업 스타일을 하나의 공간에서 완벽하게 실행 가능하도록 패치 보완한 소프트웨어가 한글 워디안의 모습으로 태어난 것이다.
이 책은 한글 워디안에 관한 일종의 스타트 가이드북의 면모를 충실히 갖추고 있다. 복잡한 디테일은 과감하게 생략하고 스터디 바이 스터디로 한글 워디안의 변모된 기능 위주로 간단 명료한 설명이 주를 이루고 있다.
1부 '한글에서 워디안으로'는 워디안 하위 버전의 아래 한글과 워디안의 기능을 비교 설명함으로써 워디안의 진화된 기능을 부각시킨다. 중점이 위치한 분야는 섹션 3,4,5의 인쇄, 편집, 모양내기 부분이다.
섹션 3의 인쇄 부분에서 뒷받침되는 사항은 한글 워디안에서 지원되는 다양한 인쇄 방식의 새로움이다. 한글 97과는 달리 미리 보기 창을 띄우지 않으며, 나눠찍기, 모아찍기 상태도 미리 보기에서 그대로 확인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인쇄 범위와 홀짝 인쇄, 바인더 구멍 표시 상태 등 사용자가 지정한 인쇄 방식도 모두 적용하여 미리 보여주는 강화된 워디안의 인쇄 방식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다. 기존의 파인프린트 사용자들이 충분히 공감할 만한 기능 업그레이드임에 확실하다.
4번째 섹션의 모양내기는 워디안이 본격적인 DTP 프로그램을 지향하고 있음을 반영하는 부분이다. 서울꿈, 서울빅, 서울드림... 등의 두루뭉실하게 예쁘장한 서울 시리즈 글꼴이 추가되어 비주얼한 면이 돋보일 뿐 아니라, 한글 97에서 127포인트로 제한되었던 글자 크기의 제한이 없어진 점, 글자색과 음영색이 색상 팔레트를 사용해 다양하게 표현 가능해진 점, 문단 기능에서 본격적인 다단 인쇄 기능을 구현한 점 등이 상세한 예제 그림과 함께 큼직큼직하게 설명되어 있다.
편집 기능이 주가 되는 5번째 섹션에서 충실하게 기술된 부분은 한글에서 하이퍼 텍스트를 어떠한 방식으로 구현하는가에 대한 충만한 고민이다. 이 부분은 한글 97에서 맛보기로 표현되었던 '한글의 Html 문서 편집기화'가 워디안에서는 100% 확고하게 구현 가능함을 증명한다. 워디안이 웹문서 스타일을 가감 없이 표현 가능함은 웹문서를 워디안 새글에 그대로 카피 & 페이스트 하면 즉시 확인 가능하다.
아웃룩 익스프레스 사용자가 Html 기반의 새메일 창을 띄워 놓고 문서 편집을 시도했듯이, 워디안 문서에서는 카피한 웹문서를 일반 Html 문서 편집기 못지 않게 효과적으로 웹문서 편집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무엇보다도 직관적인 비주얼이 뒷받침되어야 이해가 쉬운 섹션. 실행 과정에서 캡쳐된 예제 그림이 이 과정을 섬세하게 파고든다. 글보다는 그림이 많아야 좋은 초보자 컴퓨터 도서임을 확실하게 알고 편집한 저자의 노고가 돋보이는 섹션.
6개의 섹션으로 나눠지는 2부 '워디안 들여다보기'는 초보자들을 위해서 다양한 기초부처 차근차근 워디안 사용법을 제시하고 있다. 워디안의 설치 과정을 거쳐, 놀라워진 편집 기능, 꾸미기, 자유자재로 표현이 가능한 표 기능 등 편집에 관련된 과정을 따라하기를 통해 제반 과정의 베이스먼트를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2부에서 돋보이는 부분은 한글 워디안의 사전 사용법에 관련된 차분한 해설. 워디안은 한글 97에 비해서 몇 배 이상 완성된 버전의 사전을 제공한다. 97 버전에서 웹브라우저와 충돌을 일으키기도 했던 사전의 단어 자동인식 기능의 버그가 확연하게 잡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사전에 있는 뜻을 복사할 수 있도록 개선되었으며, 자신이 보기 편한 글꼴로 사전의 디스플레이를 바꿀 수 있는 기능도 추가되었다.
페이지 123에서 설명하고 있는 단어 자동인식 기능은 어줍잖은 영한번역 프로그램의 유혹을 던져 버릴 수 있는 막강한 기능임을 설명한다. 표준 국어대사전을 수록하여 덩치 큰 사전의 둔탁함을 지울 수 있는 것도 워디안의 매력이며, 워디안 이하 버전의 아래 한글에서 워디안 문서 파일 읽기가 지원되지 않는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보완될 수 있다면 바로 이 막강한 사전 기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3부는 실전 적응법을 설명한다. 실전에서 자주 사용되는 예제와 생활문서를 작성하는 법을 제시함으로써 초보자에서 중급자를 거쳐 워디안 고급 사용자로 나아갈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나만의 시집 만들기'를 통해 문서용지 사용법을 익히고, '사보 만들기'를 통해 다단편집의 기본을 이해하고, '전문적인 문서 만들기'를 통해 워디안의 고급 기술을 터득하는 방식이다. '사무실 안내도'나 '광고물/전단지', '명함' 섹션에서는 이미지가 삽입된 워디안 문서 사용법을 적확한 예를 통해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전체적인 책의 레이아웃을 컴퓨터 잡지에 익숙한 사용자들을 위해서 같은 판형을 시도했으며, 너무 많은 분량으로 사용자의 기를 죽이는 치기는 처음부터 없다. 책의 카피 문구처럼 '센스 있는 나에게 꼭 필요한 책!'이 될 수 있도록 슬림한 분량으로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예제 파일을 시디롬 부록으로 제공하지 않고 해당 출판사의 홈페이지에서 받아 볼 수 있도록 한 기획은 어찌 보면 좀 야박한 느낌도 없진 않으나, 산더미처럼 쌓이기만 하는 부록 시디의 공해를 해소시켰다고 생각하면 수긍이 갈 수도 있는 포인트. 그게 아니라면, 워디안의 업데이트가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제공되고 있듯, 서적의 업데이트 또한 관련 홈페이지를 통해서 시시각각으로 변모될 수 있음을 반증하는 일례인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