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아이홀딩스 회장 겸 CEO. 1932년 나가노 현 출생. 츄오(中央)대학 경제학부 졸업 후 출판중개업 회사인 토한에 입사했다. 그 후 이토요카도로 전직하여 1973년 11월 세븐일레븐 재팬을 설립해 편의점이라는 새로운 업태를 전국으로 확대시키며 소매업계를 변혁했다. 2003년에 ‘국가 또는 공공에 대한 공로’로 ‘훈일등서보장’을 받았으며, 같은 해 11월 츄오대학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았다. 경단련 부회장, 츄오대학 이사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저서로는《왜 팔리지 않는가? 왜 잘 팔리는가?》《왜 안 사는가? 왜 사는가?》《도전, 나의 로망, 나의 이력서》《조령모개의 발상-일의 벽을 돌파하는 95가지 직언》《변하는 힘, 세븐일레븐적 사고법》 등 다수가 있다.
역자 : 김경인
조선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일본외국어전문학교에서 통ㆍ번역을 공부했다. 현재 전남대학교 대학원에서 일본문학을 전공하며 일한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역서로《즐거운 불편》《슬픈 미나마타》《돼지가 있는 교실》《에콜로지와 평화의 교차점》《엔데의 유언》《아주 사적인 시간》《딸기를 으깨며》《목요조곡》《주식회사 빈곤대국 아메리카》 등 다수가 있다.
판매자의 시점과 고객의 시점은 정반대다. 예컨대 ‘품절’의 경우를 보자. 판매자는 상품이 품절되면 자신들의 ‘판매력’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품절된 이후에 찾아온 고객은 ‘왜 더 넉넉하게 준비해두지 않았지?’라고 불만을 느끼게 되고, 판매자의 ‘판매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판매의 기회를 상실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므로 고객의 시점이 더 옳다고 나는 믿는다. (p. 9-10)
“옛날에는 가능한 한 많은 종류의 상품을 진열해놓고 고객이 맘에 드는 것을 고르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았습니다. 일본에서 셀프서비스 마켓이 대성공을 거두고 성장을 이룬 것은 바로 그런 장사였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소비자는 자기 스스로 뭔가를 선택하는 일에 지치고 말았습니다. 그러니 제조자나 판매자가 적극적으로 고객이 원하는 것을 발견하도록 도와주거나 장치를 만들어 고객에 대한 ‘마지막 다지기’를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해졌습니다.” (p. 81-82)
반대로 주변의 모두가 ‘좋다’고 찬성하는 일에 대해서는 오히려 손을 대지 않았던 경우가 제법 있었다. 예컨대 고도성장기의 볼링사업이나 버블기의 부동산투자가 그 대표적인 예다. 옛날 1960년대에서 70년대에 걸쳐 일본에 볼링 붐이 일었을 때, 슈퍼마켓업계들도 너나없이 진출하자 우리 사내에서도 볼링사업에 참여하자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런데 나 혼자 단호하게 반대를 고집했다. 볼링사업은 일단 시설을 만들고 설비를 들여놓으면 나머지는 매뉴얼대로 운영만 하면 그만이다. 누구라도 간단히 진출할 수 있고 자기차별화가 어렵기 때문에 이내 포화상태가 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결과는 예상대로였고 붐은 머지않아 사그라졌다. 그런가 하면 1980년대 말의 버블기에는 대부분의 기업이 부동산투자로 내달렸는데, 우리 그룹은 일절 관여하지 않고 본업에만 전념했다. (p. 88-89)
세븐일레븐을 창업했을 때도 신문광고를 통해 모집한 사원은 대부분이 소매업 경험이 없는 초보자들뿐이었다. 세븐은행을 설립했을 때도 그룹 내에서 프로젝트팀에 참가한 멤버는 금융의 ‘금’자도 모르는 초보자들뿐이었다. 초보자이기에 기존의 상식과 과거경험에 얽매이지 않고 도전할 수 있는 것이다. (p. 92)
판매자에게 불리한 일이라도 고객의 입장을 고려해 실행한다. 그것이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업무방식이다. 비용이 들고 효율이 떨어지더라도 고객이 공감공명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들다 보면 반드시 결실을 맺고 이익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판매자 입장의 범위 안에서 ‘열심히 하는 것’과 고객의 입장에 맞춰 ‘올바른 일을 하는 것’은 의미가 전혀 다르다. (p. 110)
경쟁사회에 있다 보면 우리는 어쨌든 타사와의 비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자사와 타사를 비교해 우리 상품은 90점이고 타사의 상품은 70점 정도니까 우리가 이겼다고 생각했다고 하자. 하지만 그것은 판매자 측의 착각일 뿐 고객의 눈으로 보았을 때의 평가는 크게 다르다. 예를 들면 양쪽 모두 60점에 그칠 수도 있는 일이다. 자사가 타사를 웃돌고 있다고 자신하더라도 고객의 만족을 얻지 못하면 그것은 단순한 자기만족에 불과하다. 반대로 자사가 졌다고 생각하고 타사와의 차이를 극복하는 일에만 급급하면 모방에 빠지기 쉽다. 어느 쪽이든 고객과의 거리는 멀어지게 될 뿐이다. (p. 111-112)
하지만 니즈가 시시각각 변하는 ‘변화의 시대’에는 ‘내일의 고객’이 추구하는 새로운 것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면 지금의 고객에게 ‘어떤 새로운 상품을 원하는가?’라고 설문조사하면 된다? 결코 그렇지 않다. 그러한 조사결과는 좁은 범위에 한정되고 그것만 봐서는 새로운 것을 탄생시킬 수 없다. 현대의 소비자는 ‘지금 없는 것’에 대해 대답해줄 수 없기 때문이다. (p. 120)
우리가 상품을 제공할 때 잊어서는 안 될 것, 그것은 고객에게 선택할 이유를 제시할 수 있느냐 없느냐이다. 그것은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해야만 알 수 있다. 종류를 많이 갖다놓아야 고객이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콘셉트를 세울 수도 없을 뿐 아니라 가설도 세우지 못하는 판매자의 자기중심적인 착각에 지나지 않는다. (p. 1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