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 하루 이틀로 축약되었고, 진짜 일본원숭이와는 달리 엉뚱한 생각을 일삼는 작은 원숭이 한 마리가 존재하게 되었다. 또한 유명한 원숭이 연구가는 관찰 장소로 일본 섬 시코쿠 대신 시카키를 선택하였다. 왜냐면 시카키는 그가 젊었을 적 권투를 하러 떠났던 도시 시카고와 울림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시카키는 세계지도에는 존재하지 않을뿐더러, 밥 넬리라는 이름도 유명한 동물행동학자들의 인명사전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제정신인 원숭이 연구가가 모든 학문 규칙을 깨고, 작은 원숭이 한 마리가 무리와 다르다는 이유로 마음을 빼앗기는 경우도 역시 일어날 법하지 않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이 이야기를 썼을까?
해가 저물 무렵이면 작고 별난 원숭이는 홀로 그 바위 위에 웅크려 앉아 있곤 했다. 첫날부터 밥 넬리는 그 원숭이를 눈여겨보고 있던 터였다. 저녁에 한 번 더 오두막 밖으로 나갈 때면 그의 눈길은 망원경 너머 그 작은 녀석한테 머물러 있곤 했다. 녀석은 거기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저 붉게 타오르는 저녁 해를 향해 눈을 깜빡일 뿐이었다. 녀석은 몸집이 유난히 자그마했다. 그래서 밥 넬리는 처음에 녀석이 아기 원숭이인 줄 알았다. 아기 원숭이들이 녀석을 또래와 다르게 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저 꼬마 녀석은 정말 우리와 함께 지내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저 녀석은 너와 할머니 그리고 이따금 아빠와도 좋은 친구로 지낼 수 있을 거야. 어쨌든 우리는 쇼티를 저렇게 깔보지는 않을 테니까. 데이비드,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만, 아빠에게 쇼티는 꼭 좋은 친구처럼 친근해져 버렸단다. 그사이 녀석을 꽤 오랫동안 주의 깊게 살펴봐 왔기 때문만은 아니야. 녀석이 다른 원숭이들과 달라서 가깝다고 느끼는 걸 거야.
“쇼티!” 밥 넬리는 쇼티가 저 바위 사이에 누워 자기가 부르는 소리를 듣길 바랐다. 그래서 그는 쇼티의 이름을 불렀다. 긴꼬리원숭이가 인간의 이름을 알 리 만무했다. 하지만 긴꼬리원숭이는 청각이 매우 발달했다. 낯선 음색이 파도를 넘어 쇼티의 바위로 날아들었다. 밥 넬리의 목소리는 철썩이는 파도 소리에 섞여 들었다. 쇼티의 가까이에서 커다란 새 한 마리가 하늘 위로 날아오르는 듯 날개를 파닥이는 소리가 들렸다. 꼬마 원숭이는 그 소리에 잠을 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