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이 희생을 감수하고 저와 결혼하겠다고 결심해서 존경스러울 따름이에요. 도랑트가 저와 결혼하면 자기 아버님을 실망시키고 본인의 운명과 출신을 배반하는 일이라고 생각할 거예요. 이건 정말 보통 문제가 아니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이 승리하면 전 아주 기쁠 거예요. 그 사람이 사랑의 승리를 가져다주는 걸 기다리지 않고 저 스스로 쟁취하겠어요. 사랑과 이성(理性)의 싸움을 피할 생각이 없거든요.
오빠, 난 솔직히 내가 시작한 연극의 역할로 그 사람의 환심을 사고 싶어요. 그 사람과 나 사이에 존재하는 거리도 잊어버릴 정도로 도랑트의 이성을 흔들고 싶단 말이죠.
지금은 어떻게 해도 만족스럽지 않아요. 사랑의 대상을 바꾸자니 괴롭고 또 새로 등장한 사람이 좋기도 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겠어요. 두 사람 모두 중요한데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까요? 괴로움을 견뎌야 할까요? 아니면 기쁨을 찾아야 할까요?
왕자 남자나 여자나 모두 악덕과 미덕을 공유하기에 상대방을 탓할 게 전혀 없다는 걸 알았겠지? 에르미안 그래도 차이를 두셔야 해요. 남자들은 끔찍할 정도로 신의가 없어서 적당한 핑계도 찾지 않고 별거 아닌 일로 변심하니까요. 왕자 그건 인정하지만 여자들의 변심은 체면을 따지면서도 더 위선적이야. 여자들은 남자들보다 양심의 문제를 가지고 더 호들갑을 떨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