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6년 뉴질랜드에서 태어났다. 웰링턴에 있는 뉴질랜드도서관학교를 졸업한 뒤 오랫동안 도서관 사서로 일했다. 1980년부터 아이들을 위한 글을 쓰기 시작해,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동화 작가가 되었다. 2006년 안데르센상, 1982년과 1984년에 카네기상을 받았으며 현재까지 120권이 넘는 책이 출간되었다. 주요 작품으로 《아빠가 용을 사 왔어요》 《종이 인형 다섯 자매》 《비눗방울 동생을 구해 주세요!》 《요술 나뭇잎》 《바니의 유령》 《꼬마작가 폼비의 악당 이야기》등이 있다.
역자 : 심혜경
성균관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상담교육학을 전공했다. 도서관 사서로 근무하며 영미권의 좋은 작품들을 우리말로 옮기고 있다. 옮긴 책으로 《글쓰기를 말하다: 폴오스터와의 대화》 《남자 없는 여름》 《시간의 주름》 《서툰 서른 살》 《세 이브 미》 등이 있다.
p.16 담벼락에 녹색 야광 스프레이 페인트로 적힌 문장이 언뜻 스쳐 지나갔다. 퀸타! 집으로 돌아와! 하지만 할리와 차를 훔친 마당에, 데이비드 눈에 그런 게 들어올 리 없었다. 실제로 차를 훔치고 있는 것이다. 차량 도난 사건의 용의자가 되고 말았다. 이제부터는 꼼짝없이 도망자 신세였다.
p.73 데이비드와 할리가 힘을 합쳐 박사를 밀치자 박사의 입에서 끔찍한 소리가 튀어나왔다. 그냥 겁먹은 비명이 아니라, 속에서 뇌가 비틀리기라도 하는 듯한 단말마의 비명이었다. 먼저 할리가, 뒤이어 데이비드가 허둥지둥 박사 옆을 지나 방을 빠져나왔다. 그러고는 죽을 힘을 다해 휘어진 복도를 달렸다. 어디로 가야 안전한지 알지도 못한 채, 마치 오랫동안 줄행랑치는 걸 연습해 온 것처럼 그렇게 달리고 또 달렸다.
p.107 “그런데 이런 쓰레기 같은 인간들이 장기는 끝내준단 말이지. 폐며, 심장이며, 간이며……. 반면에 쓸모 있는 사람들도 있어. 선하고 생산적으로 살아온 사람들, 전도가 유망한 멋진 청년들. 그런 사람들이 어쩌다 운명의 장난으로 사고를 당해 몸이 망가지니 말이야. 술과 마약으로 스스로 몸을 망치는 인간쓰레기들한테서 멀쩡한 장기가 썩어 나게 둬서는 안 되겠지.”
p.121 “난 네 눈을 제대로 사용해 줄 사람에게 줬다고. 훌륭한 예술가였어.” “그걸로 원망하지는 않겠어.” 퀸타가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내가 뭘 어쩌겠어? 결국 당신은 내 심장도 가져갔잖아. 얼린 상태로!” 퀸타는 입고 있던 코트를 열어젖혔다. 퀸타의 맨 가슴이 드러났다. 겨울철의 바싹 마른 씨앗 꼬투리처럼 벌어진 가슴 속에는 아무것도 없이 텅 비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