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힌 목소리들의 합창.” 국장이 말했다. “네?” “미해결 사건 전담반에서 다루는 사건들을 생각하면 딱 떠오르는 이미지야. 미해결 사건 전담반은 공포의 집이지. 우리의 가장 큰 치부. 그 사건들, 그 목소리들 말이야. 그 사건들은 호수에 던져진 돌멩이 같아. 세월이 흐르면서 사람들 속으로 파문이 퍼져 나가지. 가족들과 친구들, 이웃들에게. 그렇게 많은 파문이 일고 있는데, 이 경찰국이 그렇게 많은 목소리를 잊고 있었는데, 과연 우리를 공동체라고 할 수 있을까?” 보슈는 국장의 손을 놓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국장의 물음에 해줄 대답이 없었다. ---본문 중에서
“미해결 사건 전담반은 고귀한 곳이에요. 우리는 9회 말에 불려나오는 투수 같은 존재죠. 마무리 투수. 우리가 끝낼 수 없으면, 아무도 끝낼 수 없는 거예요. 수적으로는 턱없이 열세죠. 1960년 이후의 미해결 사건이 8천 건이나 되니까. 하지만 전담반 전체가 한 달에 겨우 한 건을 해결한다고 해도, 그래서 1년에 해결한 사건이 고작 열두 건밖에 안 된다고 해도, 우리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는 거예요. 우리는 마무리 투숩니다. 살인 사건 담당이라면 꼭 있어야 할 자리가 바로 여기죠.” ---본문 중에서
“내가 얘기 했나 모르겠는데, 그만두고 나서 처음에는 정말 좋더라고. 조직에서 나와 하고 싶은 일을 하니까. 그러다가 여기가 그리워지기 시작했고, 곧 다시 사건 수사를 시작했어. 나 혼자서. 어쨌든 그러다가 우연히 알게 됐어. 내가 다리를 약간 절기 시작했다는걸.” “다리를 전다고요?” “약간. 한쪽 발뒤꿈치가 다른 발보다 낮은 것처럼. 한쪽으로 약간 기울어진 것같이.” “신발에 문제가 있나 확인해봤어요?” “확인할 필요 없었어. 신발 때문이 아니었거든. 총 때문이었어. (중략) 그 오랜 세월 동안 항상 총을 가지고 다녔기 때문에 총이 사라지고 나니까 균형이 깨진 거지. 그래서 절름발이가 된 거야. (중략) 요점은, 총이 필요하다는 거야. 배지도 필요하고. 그것들이 없으면, 난 절름발이거든.” 보슈는 라이더를 돌아보았다. 라이더도 보슈를 쳐다보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과거의 파트너 키즈민 라이더의 간곡한 권유로 탐정 생활을 끝내고 다시 형사직으로 복귀한 해리 보슈. 내부의 부패와 폭력을 퇴치하기 위해 새로운 개혁을 단행한 LA 경찰국 국장은 보슈에게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어떠한 사건도 미결로 남지 않는다.”는 강렬한 신념을 주지시키며 그를 미해결 사건 전담반으로 배치한다.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쌓인 수많은 사건 파일 중 최근 새로운 증거를 발견하여 ‘콜드 히트’로 블리는 1988년 레베카 벌로런 살인 사건을 재수사하게 된 보슈. 그는 죽은 자의 노랫소리를 멈추고 사건에 대한 ‘종결’이 아닌 ‘해답’을 얻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