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왈가닥 결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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왈가닥 결혼하다

이서윤 | 로담 | 2013년 01월 24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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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01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576쪽 | 128*188*35mm
ISBN13 9788997253685
ISBN10 89972536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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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말이 안 돼, 선우린? 3년 전 서강율의 순결한 입술을 빼앗은 여자가 누구지?”
핏대를 올리던 린이 순간 행동을 멈췄다. 순결? 놀라 눈을 번쩍 뜨고 입을 벌린 채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러자 강율의 입술이 보기 좋게 말려 올라갔다.
“여자 입술 닿은 거, 처음이었다.”
“거……짓말.”
린이 힘없이 중얼거렸지만, 그녀도 완벽히 반발하지 못했다. 강율은 절대 거짓말할 사람이 아니다. 적어도 린이 알기에는.
“하나 더. 기다린다는 약속은 선우린이 먼저 했다.”
“끙. 내, 내가 언제요?”
린의 목소리가 찔끔 줄었다. 동시에 눈앞 하늘이 노랗게 변했다.
“하늘땅 별땅 약속까지 했지? 나 책임도 진다며?”
강율은 잔인했다. 그때 했던 말 토씨 하나까지 기억해 토해낼 태세이다.
“그, 그게 언제……? 으……, 했구나.”
아이, 정말 집요한 인간!
탄식처럼 린이 인정했다. 털썩, 누워 있던 자리 그대로 린의 어깨가 무너져 내렸다. 비상한 기억력은 더 잔인했다. 그날의 일이 올올이 떠올라 괴로워졌다. 이 남자의 입술을 훔치며 외쳤던 고백이 마치 어제 한 것처럼 선명하게 린의 머릿속을 강타했다.

‘기다릴 거라고! 얼마가 걸려도 돌아오라고요! 선생님한테 여자로 보일 수 있게 노력할 거라고요!’

으악, 내가 어떻게 저런 말을……!
“있잖아요, 그, 그건 철없던 사춘기 시절에…… 내가 어려서 그만…….”
진정 울고 싶다. 제 입을 꿰매고 싶었다. 린의 얼굴이 새빨갛게 변했다.
분명 강율을 좋아했던 시기가 있었다. 그의 말대로 고백도 했었다. 하지만, 사춘기 때 선생님 한 번 좋아해 보지 않았던 여고생도 있냐고!
“뭐야, 이거. 선생님은 신경도 안 썼으면서! 까불지 말라고 그랬으면서!”
린이 발끈했다. 생각하니 또 억울했다. 까맣게 잊고 있던, 아니 곱게 묻어두고 싶던 사춘기 추억을 몽땅 끄집어낸 그가 미웠다. 누구에게나 숨기고 싶은 비밀은 있잖나. 그동안 눈물 나게 무시한 사람이 누군데!
“신경을 왜 안 써? 돌아오려고 기를 쓰고 노력해서 3년 안에 끝내고 왔다. 이렇게 일찍 오는 게 쉬웠는 줄 알아?”
여전히 싱글싱글 여유로운 강율과는 반대로 린은 점점 더 쫄아들었다. 기분 상으로는 땅속으로 파고 들어갈 것 같다. 하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틈을 보아 발끈발끈 여전히 성을 냈다.
“영이 오빠한테 전화하면 잘 크고 있냐며 어린애 취급만 했잖아요!”
“어린애였으니까.”
“그럼 지금은요!”
“이제는 19금 딱지 뗀 어른이고. 아니야?”
“헉! 무, 무슨 어른…….”
반박하려다 보니 이 말은 맞다.
어른? 어른은 맞지.
은근 기분이 느슨해진 린이 히쭉 웃으려다 순간 정색했다.
“선생님, 나보고 ‘군’이라면서! 내가 언제 선생님한테 여자로 보인 적 있냐고요!”
“처음부터 여자였다. 기다렸을 뿐이지.”
강율에 대한 반감이 용수철처럼 튀어 올랐다. 린이 성을 버럭 내면, 강율은 순순히 대답을 했다. 그러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볼에 슬쩍 스친 그의 손가락에 린은 몸서리를 치며 어깨를 움츠렸다. 솜털이 바짝 선 것 같고 뭔가 슬금슬금 기분이 이상해졌다.
“왜, 왜 이래요?”
“많이 컸네. 원래도 귀엽고 예뻤는데, 이젠 여성스러워지기까지 하고.”
“헉. 뭐, 뭐가 귀여워! 느끼해, 느끼해!”
린이 기겁을 하며 볼에 느껴진 강율의 손을 잡아챘다. 그런데 그것이 더 문제였다. 그의 손을 잡자 전기라도 맞은 듯 찌릿해진 것이다. 설명하지 못할 이상한 느낌이 온몸을 강타했다.
으아!
린이 화들짝 놀라 그의 손을 내던지고 시선을 피했다. 그럼에도 볼에 닿은 그의 시선이 느껴졌다. 그 시선이 내려가 봉긋하게 솟은 가슴에 와 닿은 듯했다. 투박한 도복도 소용없다. 모조리, 모조리 느끼고 있다!
정말 위험해! 어허, 이 아저씨가 언제 이렇게 느끼했어? 우리 이 컨셉 아니었잖아!
“제발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만 해요. 내가 왜 선생님과 사귀고 결혼해요? 우린 그런 사이 아니잖아요! 무, 물론 내가 선생님하고 몇 번 대결하느라 몸은 맞대고 굴렀지만 정식으로 사귄 것도 아니고, 나 혼자 삽질했던 건데. 입술 훔친 건 인정하지만, 것도 나 혼자……!”
그때였다. 린이 말을 멈췄다. 동시에 그녀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성큼 다가와 린의 얼굴을 부여잡고 입술을 맞댄 강율 때문이었다. 그의 행동이 너무도 급작스러워 린은 눈을 커다랗게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이내 찔끔 눈을 감았다.
“선……!”
린의 입술이 막혔다. 보기 좋게 입술을 늘렸던 강율이 순식간에 그녀의 입술을 삼켰다. 동시에 그의 혀가 놀라 열린 린의 입술을 가르고 뜨겁게 밀려들었다.
으……, 으악!
린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놀이 기구라도 타고 하늘 높이 오른 듯 아찔해졌다. 결국 그녀가 강율의 도복을 움켜쥐었다. 강율의 촉촉한 혀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주춤한 혀를 잡아채자, 린은 높이 오른 그곳에서 뚝 떨어져 추락하는 것 같았다.
강율의 키스는 현란했다. 린의 여린 속살을 훑고 혀를 감았다. 누워 있는데도 그대로 땅을 뚫고 깊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 같다. 그러니 린은 저절로 강율의 목에 팔을 걸고 매달렸다. 온몸이 중심을 향해 오그라들 것 같아 그를 더욱 죽어라 끌어안았다.
난 몰라…….
린의 절규를 아는지 모르는지 강율은 더욱 대담해졌다. 린의 얼굴을 부여잡았던 한 손이 뒷목을 받쳤고, 다른 한 손은 어깨를 감싸 그녀와의 간격을 좁혔다. 부드러운 손길이 린의 어깨를 쓰다듬었다. 빈틈이 없었다. 그의 단단한 가슴이 봉긋한 린의 가슴을 온통 짓눌렀다. 좁디좁은 곳에 가둬뒀던 열정이 폭발이라도 한 듯 강율은 린의 입술을 열렬히 빨아들였고, 혀를 희롱했다. 격한 그의 키스에 린은 온몸이 녹아내리는 듯했다.
이게 키스야?
린의 머릿속이 하얗게 달아올랐다. 당장 앞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조차 구분할 수 없었다. 절대 예상치 못했던 흥분. 달다. 너무도 달다. 그리고 해일처럼 밀려오기만 하는 그를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숨을 쉴 수 없었다.
“하아……, 학!”
한참 후에야 겨우 강율의 입술에서 놓여났다. 린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멍하니 그를 올려다보았다. 발갛게 상기된 얼굴에 그의 시선이 닿았다. 여전히 말끔한 얼굴. 강율은 쪽, 하고 다시 린의 입술을 물었다 놓았다.
“이럼 억울하지 않지? 우린 이제 키스한 사이다.”
강율이 빙긋 웃으며 린을 일으켰다. 얼떨결에 그에게 끌려 일어나면서도 린은 여전히 어안이 벙벙했다.
내가 지금 뭔 짓을 했지?
“일요일 낮에 집으로 갈 거야. 어디 가지 말고 기다려.”
“일요일? 왜요?”
“인사드리러.”
멍청히 서 있던 린의 손목을 붙들고 강율은 성큼성큼 걸어 체육관 밖으로 걷기 시작했다.
무슨 인사? 서, 설마……, 청……혼?
강율에게 끌려가던 린의 정신이 번쩍 뜨였다. 아무리 서강율 앞에만 서면 고양이 앞의 쥐처럼 빌빌거렸다지만, 이렇게 키스 한방에 정신 놓고 개처럼 끌려가다니. 열이 팍 치솟은 뒤통수가 뜨끔해졌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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