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어쩌자고 밤 아니면 낮이고, 사람은 기껏 여자 아니면 남자일까. 스무 살 즈음의 나는 이렇게 휘갈겨쓰며 신경질을 부렸었다. 그 시절부터 끈질기게 나를 못살게 굴어온 의문 - 그 망할 놈의 사랑이라는 것이 우리의 살을 반짝 빛나게 하는 축복인지 아니면 우리의 정돈된 삶을 졸지에 망가뜨리는 무서운 병균 같은 것인지에 대한 망설임은, 의문인 동시에 사랑의 현실성에 대한 하나의 분명한 해답이었다. 사랑의 저주가 축복이든 저주이든, 사랑은 하염없이 내 속에서 요동치고 있었으니까....
--- 작가의 말
그러면서 찬우가 은영을 안았다. 남은 힘을 규합해서 재차 봉기한 자신의 남자를 씩씩하게 앞세우고, 찬우는 은영을 짓눌렀다. 은영이 성급한 찬우를 달래면서, 여자를 잘 준비하고 나서 남자를 맞았다. 둘은 리드미컬하게 몸을 움직였다. 빠르게 느리게, 핑퐁을 치듯이, 세게 약하게, 길게 짧게, 가볍게 때로는 무겁게, 두둥실 떠다니는 쾌감이라는 공이 자기에게 넘어오기가 바쁘게 재빨리 상대방에게 넘겨주기 위해서 부지런히 몸을 놀렸다. 사랑하는 남자와 여자의 사랑이란 그런 거였다.
게임은 쉽게 끝나지 않았다. 뜨거운 접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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