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이단 전문가로 가장 영향력 있는 탁지일 교수는 오랜 기간 이단 문제를 연구해 오면서, 누구보다 간절히 교회가 복음으로 무장되고 성도들이 거짓 복음의 피해자가 되지 않기를 기도한다. 교회사적으로 볼 때 단 한 번도 이단으로 인해 교회가 무너진 적은 없음을 기억하며, 그는 오늘도 전국을 다니며 교회와 성도들에게 그리고 이단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많은 사람들에게 단 하나의 복음의 빛이 드리워 생명과 회복의 역사를 일으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성서 속의 이단, 한국 기독교 역사 속의 이단, 최근 등장한 이단들의 종류와 특징 등을 교회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이해하기 쉬운 설명을 곁들여 더 많은 이들이 이단의 실체를 알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였다. “이 책을 접하는 독자들에게 이단 문제의 숲을 바라볼 수 있는 작은 창문이 되기를 바라는” 저자의 마음이 책 전체에 배어 있다.
장로회신학대학교(Th.B.), 연세대학교대학원(Th.M. 한국현대사), 미국 샌프란시스코신학대학원 (Joint M.Div./ M.A., Historical Studies)에서 공부했으며, 캐나다 토론토대학교 세인트마이클칼리지에서 교회사 전공으로 박사 학위(Ph. D.)를 받았다. 저서로는 ≪찬송으로 듣는 교회사 이야기≫(대한기독교서회), ≪사료 한국의 신흥종교≫(현대종교), ≪부산의 첫 선교사들≫(한국장로교출판사), Family-Centered Belief and Practice in the Church of Jesus Christ of Latter-Day Saints and the Unification Church (Peter Lang Publishing,, Inc.) 등이 있다. 현재 부산장신대학교 교회사 교수로 재직하면서, 2005년부터 월간 [현대종교] 이사장 겸 편집장으로 활동 중이다.
선친 탁명환 소장이 하나님 곁으로 가신 지도 벌써 오랜 시간이 흘렀다. 1994년 2월 19일 당시 유학 중이었던 나는 아직도 그날 새벽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아침 수업을 가기 위해 이른 아침 샤워를 마치고 나오던 나는 한국으로부터 선친의 피살 소식을 전해 들었다. 순간 온몸에 힘이 빠지고, 아무런 말도 할 수 없고,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선친의 죽음. 하지만 하나님은 공평하고 좋으신 분이셨다. 선친의 죽음을 통해 하나님은 우리 가족에게 예기치 못했던 귀한 선물을 많이 주셨다. 먼저, ‘상처받은 자의 눈’을 주셨다. 세상 사람들의 눈에는 비극적으로 비춰지는 선친의 죽음을 통해 우리 가족은 상처받은 자의 눈을 선물로 받게 되었다. 감사하게도 이 눈을 통해서 주변을 바라보면서 사랑하는 사람을 가슴 아프게 하나님 곁으로 보낸 분들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분들을 위해 진심으로 마음 아파하며 위로하고 기도할 수 있게 되었다. 하나님의 귀한 선물이다.
둘째로, 하나님은 ‘소망의 눈’을 주셨다. 삼 형제의 장남으로 자란 나는 선친과의 대화가 많지 않았고, 결혼과 함께 유학을 떠났기 때문에 결혼, 가정 등의 문제를 선친과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갖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유학 생활 중 태어난 첫아이를 선친의 품에 안겨 드리지 못했 던것이 아직도 못내 아쉽기만 하다. 많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선친은 하나님 곁으로 가셨는데, 이런 아쉬움 가운데 하나님께서는 소망의 눈을 주셨다. 이 눈을 통해서 선친의 죽음을 바라보면, 지금은 우리 가족이 힘든 일을 겪으며 서로 헤어졌지만 언젠가는 주님 곁에서 다시 만나, 못다 한 많은 지난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을 하나님께서 반드시 주실 것이라는 소망을 갖게 된다. 작지만 소중한 부활에 대한 확신이다.
마지막으로 선친의 죽음을 통해 하나님께서는 ‘피해자의 눈’을 우리 가족에게 주셨다. 교회 2,000년의 역사는 우리 주위에 이단으로 인한 피해자들이 없었던 적이 단 한 차례도 없었음을 증언해 주고 있다. 주님은 내가 이단 문제를 연구하고 강의할 때 신학자와 목회자의 입으로만 하지 않도록 도와주신다. 주님은 나 역시도 이단 문제로 인해 선친을 잃은 한 피해자의 눈으로 이단 문제를 바라보게 하신다. 피해자의 눈으로 바라보는 이단 문제, 아마도 가장 강력한 이단 대처 방안일 것이다. 우리가 피해자의 애통하는 눈으로 이단 문제를 바라본다면 우리 가정과 신앙 공동체가 주님 안에서 순결하게 지켜질 수 있을 것이다.
이단 신천지에 대한 방송을 시청하던 중, 딸을 신천지에 빼앗긴 한 아버지의 ‘슬픈 눈’을 보게 되었다. 금지옥엽으로 키워 온 딸이 어느 날 “당신과 종교의 견해가 맞지 않아 나갑니다. 당분간 교회는 안 나갈 겁니다”라는 메모만을 남겨 놓고 집을 나갔던 것이다. 딸이 가출하자 아버지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신천지교회 앞에서 딸을 돌려 달라고 1인 시위를 계속했다. 기자가 아버지에게 언제까지 시위를 계속할 예정이냐고 묻자 아버지는 눈물을 글썽거리며 “내 딸이 돌아오거나 내가 죽거나”라고 대답했다. 이 말을 하는 아버지의 눈망울을 잊을 수가 없다. 그것은 눈물이 그득 맺힌 ‘피해자의 눈’이었기 때문이다.
2남1녀의 자녀를 둔 나는 막내딸이 귀엽기만 하다. 무슨 일을 해도 그저 사랑스럽기만 한 막내딸이다. 만약 우리 막내딸이 사이비종교에 빠져 집을 나간다면 나는 어떻게 할까 하고 입장을 바꿔 놓고 생각해 보면, 나는 딸을 위해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아버지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게 된다. 만약 내 딸이 이단사이비종교의 미혹에 빠져 가출했다면 나 역시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딸을 되찾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세월호 사건이 있기 얼마 전에 딸이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세월호 사건 후 내 곁에 있는 딸의 모습을 바라보며, 그리고 세월호 관련 현장 사진과 동영상을 차마 보기 힘들어 애써 고개를 돌리는 내 자신을 바라보며, 세월호 희생자들과 그 가족들의 절망과 고통이 어떨지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 이해할 수 있었다.
국내선 비행기를 타기 위해 김포공항을 찾을 때마다, 유학을 떠나던 나를 선친이 마지막으로 안아 주던 그 장소를 만난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평범한 장소이지만, 나에게는 선친의 체취와 체온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아프고 행복한 곳이다. 선친으로 인해 운명처럼 주어진 이단 연구의 길을 걷고 있는 지금, 선친의 갑작스런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는 아직도 가슴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좀처럼 나오려고 하지 않는다.
이단 문제는 상식이나 논리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피해자의 눈으로 이단 문제를 바라볼 때만이 이단 문제의 본질과 위험성을 명확하게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눈으로 이단 문제를 바라보면 믿음이 약해도 간절히 기도하게 된다. 피해자의 눈으로 이단 문제를 바라보면 용기가 부족해도 앞장서서 이단과의 선한 싸움을 싸우게 된다. 피해자의 눈으로 바라보는 이단 문제, 가장 효과적인 이단 대처 방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