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무 행복했습니다. 우리 가족 모두가 내게 따뜻하고 친절했어요. 엄마는 제일 먼저 내게 회충약을 사다 먹였고 냄새가 나지 않게 해야 한다며 자주 목욕시키고 귓속까지 깨끗이 닦아주었어요. 말티즈라는 하얀 개를 키우는 5층 아주머니의 도움말을 듣고는 칫솔과 치약을 사다가 이도 닦아주었고, 강아지들만 쓰는 샴푸를 사다가 일주일에 한 번씩 목욕을 시켜주었어요. 작은 상자 안에 따뜻한 천을 깔아 꼬미의 집이라고 정해놓고, 밤이면 그 곳에다 나를 넣어주었어요. 하지만 나는 가족들 곁에서 잠자는 것이 더 좋았어요. 밤늦게까지 TV를 보는 가족들 곁에서 뒹굴며 노는 내게 엄마 아빠는 말씀하십니다. “자, 이젠 잠잘 시간이다. 모두들 들어가서 자거라. 꼬미도 집에 들어가서 자야지.” 목욕탕 문 옆에 놓아둔 귤 상자로 만든 내 집은 정말 들어가기 싫은 곳이었어요. 아빠의 엄한 말투에 기가 죽어 마지못해 일어서긴 했지만, 나는 한 걸음 옮기고 뒤돌아보고 또 한걸음 내딛고 엄마아빠를 돌아보곤 했어요. 그때의 상자는 왜 그렇게 높아 보이는지, 언니와 장난칠 땐 단숨에 깡충 뛰어넘던 곳을 앞발을 몇 번씩이나 올리다말고는 높아서 도저히 뛰어넘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어른들을 돌아보았습니다. 어른들은 하하하 웃으시며 저를 달랑 들어 상자 안에 넣어주십니다. “이 녀석, 집에 들어가기 싫어서 엄살 부리는 것 좀 봐.” 나는 가족들의 따뜻한 무릎이나 팔에 기대어 자는 게 훨씬 좋은데, 어른들은 너무 야속해요. 하는 수 없이 저는 혼자서 쓸쓸히 귤 상자 속에서 잠이 든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