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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 발행일 | 2001년 01월 31일 |
|---|---|
| 쪽수, 무게, 크기 | 259쪽 | 393g | 크기확인중 |
| ISBN13 | 9788983755216 |
| ISBN10 | 8983755210 |
백년의 시간 속에 갇힌 여자
박서원
|
중앙m&b
|
2001년 01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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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박서원
1960년 서울에서 태어나 여덟 살에 아버지를 여의고 불우한 성장기를 보냈다. 1989년 『문학정신』을 통해 시인으로 데뷔했다. 그동안 시집 『아무도 없어요』『난간 위의 고양이』『이 완벽한 세계』『천년의 겨울을 건너온 여자』등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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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기색이 완연한 11월이었다. 난 혜화동에 있는 가톨릭 교리 신학원에 다니며 본격적인 신학 공부를 하고 있었다. 내 안에서 용납되지 않는 교수님과의 사랑과 희귀한 신경증을 신앙으로 치유해 보고자 했다. 거기에 시 창작 수업까지 의욕적인 시간들을 보내며 내 스물일곱 해 가을이 깊어 가고 있었다.
우리 동네에는 연일 시위가 끊이지 않았다. 아파트 개발을 한답시고 그 겨울에 철거를 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집집마다 대문에 딱지가 붙어 있었다.
저녁때쯤이었다. 어머니가 할 얘기가 있다고 했다.
"무슨 얘긴데?"
"너, 나가 살아"
순간적으로 귀를 의심했다. 분명 잘못 들은 거라 생각했다.
"무슨... 소리야, 엄마?"
"딱지 한 장 가지고는 이 식구가 다 못 살아"
"내가 지금 돈이 어디 있어서 나가?"
"나도 몰라. 네가 알아서 해결해"
어머니는 얼굴을 돌리고 담배를 물었다. 내가 계속해서 옆모습을 바라보고 있는데도 모른 척했다. 너무나 매정한 모습이었다.
"엄마, 내가 여태까지 식구들 먹여 사렸는데, 아픈 몸으로 어딜 나가란 말이야?"
난 절규에 가깝게 소리쳤다. 이건 마른하늘에 날벼락보다 더 황당한 경우였던 것이다.
"흥, 네가 날 위해 돈 벌었니? 너 위해 돈 벌었지"
어머니는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냉소에 가까운 웃음을 띠었다. 가슴 한구석이 와르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대체 저 소리를 또 들어야 한단 말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됐다. 난 지난 3년 동안 꽃집 점원이며 완구 디자인을 해서 돈을 많이 벌었다. 내 자신을 위해서는 한푼도 쓰지 않고 꼬박꼬박 저축해서 1천 8백만 원을 모았다. 그 돈은 당시 작은 아파트 한 채 값이었다. 분식점을 내고 싶었지만, 어머니가 하자는 대로 작으나마 커피숍을 차려 드렸다.
우리 동네에는 연일 시위가 끊이지 않았다. 아파트 개발을 한답시고 그 겨울에 철거를 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집집마다 대문에 딱지가 붙어 있었다.
저녁때쯤이었다. 어머니가 할 얘기가 있다고 했다.
"무슨 얘긴데?"
"너, 나가 살아"
순간적으로 귀를 의심했다. 분명 잘못 들은 거라 생각했다.
"무슨... 소리야, 엄마?"
"딱지 한 장 가지고는 이 식구가 다 못 살아"
"내가 지금 돈이 어디 있어서 나가?"
"나도 몰라. 네가 알아서 해결해"
어머니는 얼굴을 돌리고 담배를 물었다. 내가 계속해서 옆모습을 바라보고 있는데도 모른 척했다. 너무나 매정한 모습이었다.
"엄마, 내가 여태까지 식구들 먹여 사렸는데, 아픈 몸으로 어딜 나가란 말이야?"
난 절규에 가깝게 소리쳤다. 이건 마른하늘에 날벼락보다 더 황당한 경우였던 것이다.
"흥, 네가 날 위해 돈 벌었니? 너 위해 돈 벌었지"
어머니는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냉소에 가까운 웃음을 띠었다. 가슴 한구석이 와르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대체 저 소리를 또 들어야 한단 말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됐다. 난 지난 3년 동안 꽃집 점원이며 완구 디자인을 해서 돈을 많이 벌었다. 내 자신을 위해서는 한푼도 쓰지 않고 꼬박꼬박 저축해서 1천 8백만 원을 모았다. 그 돈은 당시 작은 아파트 한 채 값이었다. 분식점을 내고 싶었지만, 어머니가 하자는 대로 작으나마 커피숍을 차려 드렸다.
---p.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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