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일본 자동차 업계의 최고봉 도요타가 미국에서 맨손으로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를 만들어낸 이야기를 엮은 것이다.
렉서스는 1989년에 시작하여 불과 몇 년 만에 미국의 넘버원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가 되었다. 도요타는 어떻게 그런 단기간에 톱 브랜드를 만들 수 있었을까?
그 이유를 정작 일본인 자신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또한 도요타에서 일하는 많은 직원들마저 그 진실을 모르는 게 아닌가 하는 것이 나의 솔직한 생각이다.
현재 일본의 경제는 혼미를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장인(匠人)의 왕국이라는 일본의 주특기가 또한 궁지에 몰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많은 사람들과 업무상 거의 매일 만남을 갖는다. 그리고 나는 그들에게서, 일은 열심히 하는 것 같은데 아무리 해도 잘 풀리지 않을 때가 많다는 하소연을 자주 하곤 한다. 바로 그럴 때, 본서에서 다루는 렉서스 이야기가 큰 도움이 되리라 확신한다.
세상은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으며 또한 변화를 강요받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오래된 사고방식과 방법을 무조건 버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이미 일본의 제품은 매우 높은 수준에 와 있다. 따라서 이제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들의 기술에 새로운 정보와 사고방식이라는 옷을 입히는 일이다. 좋은 물건을 만들기만 하면 성공하는 시대는 이제 끝났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뜻이다. 즉 좋은 물건을 만들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이제는 거기에다 플러스 알파를 더해야 한다.
그 플러스 알파가 바로 ‘브랜드’이다. 사실 브랜드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면서도, 몇몇 전문가를 제외하고는 브랜드의 진정한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는 예가 드문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밝히는 렉서스 이야기는 브랜드와 관련된 다양한 것들을 이해하는 데에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해 줄 것이다.
제품을 만드는 회사는 제품으로써 브랜드를 만들어야 하며, 또한 제품으로써 그것을 증명해야 한다. 일본에서의 렉서스란 자동차를 가리키는 것이고, 여기에서 ‘자동차’란 단순한 물건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렉서스가 훌륭한 브랜드이고, 그 브랜드를 소유한다는 의식(儀式)이 가미된다. ‘물건과 의식’이 잘 어우러져야만 브랜드가 성립되는 것이다.
이 책이 표방하는 것은 단순히 자동차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사회 현상, 소비자 마인드 등 여러 가지 트렌드를 함께 다루었다. 이미 세계는 ‘사물’뿐만이 아니라 그 이상의 흥미를 추구하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서 이해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 머리말 중에서
‘제품은 브랜드가 아니다. 그러나 제품이 없으면 브랜드 또한 생겨날 수 없다. 그리고 한번 생겨난 브랜드는 제품과는 별도로 스스로 살아남는 생명력을 갖게 된다.’
왠지 선문답 같은 이야기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여기에 일본 장인 정신의 밝은 미래가 담겨져 있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렉서스의 이야기 중에서 가장 의미있는 것이 ‘초대 LS400’이다. 이 ‘초대 LS400’에 깃들어 있는 힘이 브랜드의 핵이 되어, 렉서스가 성공한 가장 큰 이유가 되었다. LS400은 일반적인 제품의 수준을 까마득하게 초월했다. 그리고 거기에서 차세대 레벨의 청사진을 찾아볼 수 있다.
필자가 느끼는 장인들의 약점은 모두 ‘숫자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계산하기 또한 매우 좋아하는 것 같다. 그들은 자기가 만든 것을 설명할 때도 항상 숫자를 나열한다. 이는 결코 잘못된 일이 아니며, 꼭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제품에 대한 평가와 그 제품을 대하는 생각의 방식을 이런 식으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 요컨대 이 시대에는 제품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더 깊이 고려해 보아야 할 것이다. 자기가 만든 제품과 고객의 입장 사이에 발생하는 ‘경험’을 더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 엔지니어라면 어떤 스위치를 누르면 어떤 느낌이 와 닿는지, 어떤 촉감이 드는지는 나름의 생각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스위치를 누르는 실제 고객이 어떤 느낌을 갖게 되는지도 함께 고려하고 또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실제로 초대 렉서스를 만들어 낸 엔지니어들이 그 경지까지 이르렀는지를 나는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아마도 제품 생산 이후에 나온 고객의 의견에 따른 결과일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지금 렉서스 철학의 일부가 되어 있다.
그것을 내 나름대로 간략히 요약해보면, ‘장인은 모름지기 항상 고객을 접대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이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서비스 정신이며, 이 서비스 정신을 나타내는 바로미터가 결코 숫자일 수는 없다는 뜻이다.
일본의 메이커는 주관적인 판단에 약하다. 물론 우선적으로는 서비스와 다지인을 가능한 한 일정 수준까지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 주관적인 평가에 강한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 급선무일 것이다.
세상의 모든 물건은 주관적인 판단에 맡겨진다. 그리고 그 주관적인 판단에서 선택되기 위해서는 센스와 자신감이 필요하다. 때문에 기술은 물론이려니와 더불어 센스도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항목이다.
이처럼 어느 메이커가 렉서스와 같은 성공을 거두려면 자신들의 제품에 최대의 기술을 발휘하는 것은 물론, 고객의 정서적인 부분이나 경험의 가치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물론 세계 시장에서 잘 나가는 회사도 많지만, 무엇보다 경쟁사에 추월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정신으로 무장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필자의 마지막 코멘트는 ‘브랜드란 숫자로 표현할 수 없다!’이다.
--- 맺는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