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세월 동안 파트너이자 절친, 소울 메이트이자 쌍둥이 두뇌로 활약해온 크리스티나 홉스와 로런 빌링스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필명이다. 이들은 크리스티나 로런이라는 이름으로 로맨스 소설과 영 어덜트 소설(Young-adult fiction, 성인 대상으로 출판되었으나 고교생이 읽어도 좋은 책)을 집필하고 있다. 공동 필명으로「뉴욕타임스」선정 베스트셀러 목록에 이름을 올린 출간작은 무려 9권이나 된다. 이들의 책은 20여 개 언어로 번역 출간되었다.
역자 : 김지현
책은 그녀가 행복한 학창 시절을 보낼 수 있었던 자양분이었다. 숙명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뒤 다양한 도서를 우리말로 옮기는 작업을 해왔다. 옮긴 책으로는『구원의 사랑』『내 아들의 아버지』등이 있다.
나는 그의 검은색 정장이 어깨선에서부터 맞춤으로 떨어지며 아름다운 핏을 자랑하는 것을 쳐다보지 않으려고 눈을 깜빡이며 시선을 돌렸다. 우리가 같이 일하기 시작한 첫 달에 함께 컨벤션에 참가하러 호텔에 간 적이 있다. 나는 그곳 헬스장에 갔다가 러닝머신 옆에서 셔츠를 벗은 채 땀을 흘리던 그의 모습을 우연히 목격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그는 모델들조차 간절히 원할 정도의 얼굴에, 남자의 것이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머릿결을 자랑했다. 막 관계를 하고 난 후의 머리카락. 아래층 여직원들은 그렇게 말했다. ---p.9
근 일 년 동안 잘 참아왔다. 효과가 있었다. 언제나 일정한 거리를 두고 상사다운 엄격한 태도를 유지했다. 뭐 약간은 재수 없는 개자식처럼 굴었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래도 잘하고 있었는데 그만 통제력을 잃고 말았다. 한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 조용한 회의실에 앉아 있는 동안 그녀의 체취가 진동하고 빌어먹을 스커트와 엉덩이가 내 면전에서 어른거렸다. 한순간에 무너지고 말았다. ---p.33
주변 소음이 점점 커져 심하게 웅웅거리는 소리로 변해가면서, 머릿속으로 베넷 라이언 이사에게 퍼붓던 폭력적 언어를 고갈시키고 있었다. 11층에 도착할 무렵 엘리베이터는 거의 만원에 가까웠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세 명이 더 비집고 들어왔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라이언에게 더 바짝 기대어 서게 되었다. 내 등에 그의 가슴이 닿는 것을 느꼈다. 내 엉덩이는 그의… 이런 맙소사. ---p.68
나는 뭔가 대꾸하려 했지만 가방을 트렁크에 넣느라 움직이는 그의 모습을 넋 놓고 바라보게 되었다. 그의 등 근육이 셔츠를 팽팽히 땅기고 있었다. 가까이서 보니 그의 드레스셔츠에 미묘한 회 색 프린트가 새겨 있었다. 넓은 어깨와 좁은 허리에 빈틈없이 들어맞게 재단된 셔츠였다. 짙은 회색 바지는 다림질이 잘되어 있었다. 이 남자가 직접 세탁을 할 리가 없다. 맞춤 재단해서 드라이클리닝을 한 옷을 입은 모습이 성적 충동을 일으킨다고 해서 그를 비난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만, 클로에! ---p.246
그가 나와 밤을 보냈다. 우리가 다정하게 누워 있다는 사실을 지각하는 순간 숨이 멎는 것만 같았다. 베넷은 그냥 나와 함께 밤을 보낸 정도가 아니라 내게 달라붙은 채로 있었다. 나는 애써 숨을 고르면서 당황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살이 맞닿은 부분이 느껴졌다. 내 가슴에 맞닿은 그의 심장에서 강력한 심장박동이 느껴졌다. 잠결에 단단해진 그의 남성이 허벅지에 닿았다. 내 손가락은 애타게 그를 어루만지고 싶어 했다. 내 입술은 그의 머리카락에 키스하고 싶어 안달이 났다. 이런 일은 내가 감당하기에 너무 벅차다. 이 남자는 내게 너무 벅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