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거 꺾으면 안 돼요, 엘렌, 그건 천둥꽃이란다. 가만 있자, 이제부터 너를 천둥꽃이라 불러야겠다! 그쪽 줄기도 잡아당기면 안 돼, 그건 독사꽃 줄기야. 그걸 따서 꽃다발을 만 든 어떤 여자가 독을 품게 되고, 혀가 두 쪽으로 갈라졌다는 얘기가 있단다. 이제 일곱 살이니, 너도 무슨 말인지 이해하겠지? 이쪽 밭으로는 종아리 내놓고 뛰어다니지 말아라, 개 양귀비 이파리가 피를 빨아먹어요. 저쪽으로도 걸어 다니면 안 돼. 쇠똥꽃 때문에 나막신이 엉망진창 될 거다! 그 반들거리는 검은 알갱이들 입에 가져가면 안 된다, 벨라도나 열매엔 무서운 독이 있어요. 오, 세상에 둘도 없는 우리 딸……! 근데 저기 들판 너머 다가오는 사람은 누구지? 모르는 사람인 걸. 그 뒤쪽으로 저건 또 뭐야? 땅딸막한 사람 옆에 바퀴들이 공중에서 헛돌고 있네…… 설마 앙쿠(브르타뉴 지방 전설에 등장 하는 죽음의 화신-역주)의 수레는 아니겠지? 천둥꽃아, 빨리 뛰 어가서 바늘 두 개만 가져오너라, 어서!” (10p)
“앙쿠는 왜 사람들을 죽게 하나요?”
“왜냐고……? ‘끼익, 끼익’거리면서 앙쿠의 수레가 구르는 데엔 이유가 필요 없단다. 그는 사람이 사는 곳을 그냥 지나쳐 가거나, 불쑥 들이닥치지. 누구와도 티격태격하지 않아. 낫으로 후딱 쓸어버리면 그만이니까. 이 집에서 저 집으로, 그게 바로 ‘죽음의 일꾼’인 그의 천직이지.” (24p)
“대모님이 안 계시는 동안 제가 쿠키를 하나 만들어봤어요. 그리고 주임신부님이 좀 보자고 하셨어요.”
“우선 네가 만든 특별 요리부터 맛 좀 볼까…….”?
조카는 이모에게, 쿠키가 뜨거우니 호호 불라고 조언한다.
“신부님이 제 생일날 돈을 주신 덕분에 재료를 사서 만든 거예요. 설탕에 절인 안젤리카를 속에다 넣었죠.”?
“자상도 하셔라.”?
엘렌 리스쿠에는 캐러멜 빛깔 감도는 동그스름한 쿠키 하나를 살짝 물더니, 입안에 넣고 오물오물 씹기 시작한다. 그리고 다음 순간, 얼굴이 붉어지고 입의 점막이 바짝 마르는 가 싶더니, 극심한 갈증에 휩싸인다.
“물, 물 좀……!”
근육에 힘이 빠지고 머리가 핑 돈다. 마침내 다리가 풀리면서 그녀는 더 이상 서 있을 수가 없다. (56p)
“이건 치수로 보아 몇 살쯤 된 아이 옷일까? 내 생각으로는 기껏해야 두 살에서…… 두 살 반쯤일 것 같은데. 바로 1841년 5월 30일, 로리앙 인근에서 사망한 지 십 년이 조금 넘은, 그러니까 공소시효가 종료된 마지막 범행의 희생자가 되겠지. 어린 마리 브레제의 나이 말이야.”
천둥꽃은 소녀의 드레스를 눈앞에서 하늘거리게 들고 있는 수사판사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러고 보니, 훤한 달밤 황야에서 마주친다는 저 땅귀신, 드루이드의 거석 주변에 위장 을 하고 돌아다니다가 마주치는 사람을 죽을 때까지 춤추게 만든다는 털북숭이 난쟁이 요정과 어딘지 닮은 것 같다.
“난쟁이 요정님, 이제 그만 저를 놓아주시죠. 이런다고 저를 당신의 그 춤 속으로 끌고 들어가진 못해요.”
바니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연결 끈이 시작되는 지점을 찾는다.
“방패 문양으로 장식된 이 반지 주인은 누구였을까? 이 구두끈은 또 누구 것이지……? 하지만 좋아, 이건 워낙에 오래전 일이라 크게 긴장할 필요는 없어." (299p)
비가 쏟아진다. 불꽃이 연기를 뿜어내고, 으으음…… 따끔거리는 탄각炭殼들이 밑에서 위로 선돌을 덮으며 수증기가 휘감아 오른다. 브라고우 브라즈에 불이 붙은 가발 장수들은 거대한 돌기둥을 사이에 두고 벌겋게 부어오른 불알 두 쪽인 양 데굴데굴 구른다. 중풍 환자가 장작불 속에 널브러지자 거센 화염 치솟고, 후우우……! 수직으로 일어나는 불길 이 걷잡을 수 없는 힘으로 솟구쳐, 거석기둥의 부어터질 듯 팽팽한 자줏빛 대가리를 통해, 아아악……! 사방으로 분출해나간다. 한밤중, 이 어인 장대한 불꽃놀이인가! 오, 빛나는 은하수여!
요컨대, 브르타뉴 전설과 흘레붙은 건 에밀리였으나, 노르망디 가발 장수들 덕분에 저주받은 문둥이 예배당 안에서 실제로 즐긴 건 천둥꽃의 석고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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