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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하나 전화기 두 대 눈물 세방울

책상 하나 전화기 두 대 눈물 세방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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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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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1년 01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244쪽 | 471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89508007
ISBN10 8989508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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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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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말을 해야 하나... 저, 영감님이 돌아가셨수."
수화기를 들고 있던 나는 갑자기 멍해졌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마음에 맞는 짝을 찾고 나니 살고 싶은 의욕이 마구 솟는다'며 수줍게 웃으시던 모습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전화를 걸어오신 할머니는 영감님에게 삶의 의욕을 불러일으켰던 바로 그 '마음에 맞는 짝'이었다. 두 분은 몇 달 전 선우가 주선했던 효도미팅 행사에서 만나셨다. 7백명의 노인분들이 참가한 이 행사에서 두 분은 눈에 띄는 커플이었다.

서로 마음에 쏙 들어하셔서 행사 뒤 애프터 여행까지 다녀오셨고 재혼 이야기가 거론되는 중이었다. 할아버지는 팔순이 다 되어가고 할머니도 칠순을 앞둔 나이였지만 두 분의 데이트 광경은 젊은 사람 못지않게 아기자기했다. 며칠 전에도 두 분이 함께 등산을 가기로 하셨다는 거였다. 할머니는 아침 일찍 약속장소에 나가셨는데 한 시간이 지나도, 두 시간이 지나도 할아버지는 나타나지 않으셨다. 전화를 해도 하루 종일 받지 않았다. 저녁때가 돼서야 누군가 수화기를 들었다. 며느리였다.
"어떡하죠... 아버님이... 아버님이 어제 심장마비로 돌아가셨어요. 좋은 분 만나셨다고 자랑이 대단하셨는데..."

시아버지의 짐을 챙기려고 집에 들른 며느리는 시아버지의 양복 주머니에서 기차표 두 장을 발견했다고 한다. 한려수도를 여행하는 것이 소원이라는 할머니 말씀에 할아버지가 여행계획을 세워놓았던 것이다. 남은 여생을 함께 여행도 하고 오순도순 얘기도 나누며 살자고 약속했던 두 분. 그러나 약속은 깨지고 말았다. 아직 가족 상견례도 없었기에 할머니는 삼우제에도 참석하지 못하시고 멀리서 눈물을 삼켜야 했다. 전화를 하면서도 할머니는 흐느끼고 있었다.
"내가 남편 잃고 20년 동안 혼자 살면서 우울증이 있었어. 영감님을 만나고 나서부터 우울증도 사라지고 참 행복했는데. 이젠 아무 희망이 없다우."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이 드신 분들의 행복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봤다. 우리 사회에 노인문제가 대두되면서 많은 전문가들이 해결책을 제시해왔다. 노인시설을 늘려야 한다. 연금제도를 확충하면 된다 등등.

그러나 노인문제 해결에 정작 노인은 빠져있다. 어떻게 하면 젊은 사람들이 짐을 벗을까만 생각하지, 어떻게 하면 노인분들이 행복할지에는 관심이 없다.

할머니는, 그리고 할아버지는 왜 그렇게 오랜 세월 동안 혼자 사셨을까? 왜 그렇게 늦은 나이에야 만나신 것일까? 혹시 우리 젊은 세대들이 이분들의 행복 찾기를 가로막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전화를 끊고 나서도 착잡해서 한동안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 pp.156-157
"어떻게 말을 해야 하나... 저, 영감님이 돌아가셨수."
수화기를 들고 있던 나는 갑자기 멍해졌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마음에 맞는 짝을 찾고 나니 살고 싶은 의욕이 마구 솟는다'며 수줍게 웃으시던 모습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전화를 걸어오신 할머니는 영감님에게 삶의 의욕을 불러일으켰던 바로 그 '마음에 맞는 짝'이었다. 두 분은 몇 달 전 선우가 주선했던 효도미팅 행사에서 만나셨다. 7백명의 노인분들이 참가한 이 행사에서 두 분은 눈에 띄는 커플이었다.

서로 마음에 쏙 들어하셔서 행사 뒤 애프터 여행까지 다녀오셨고 재혼 이야기가 거론되는 중이었다. 할아버지는 팔순이 다 되어가고 할머니도 칠순을 앞둔 나이였지만 두 분의 데이트 광경은 젊은 사람 못지않게 아기자기했다. 며칠 전에도 두 분이 함께 등산을 가기로 하셨다는 거였다. 할머니는 아침 일찍 약속장소에 나가셨는데 한 시간이 지나도, 두 시간이 지나도 할아버지는 나타나지 않으셨다. 전화를 해도 하루 종일 받지 않았다. 저녁때가 돼서야 누군가 수화기를 들었다. 며느리였다.
"어떡하죠... 아버님이... 아버님이 어제 심장마비로 돌아가셨어요. 좋은 분 만나셨다고 자랑이 대단하셨는데..."

시아버지의 짐을 챙기려고 집에 들른 며느리는 시아버지의 양복 주머니에서 기차표 두 장을 발견했다고 한다. 한려수도를 여행하는 것이 소원이라는 할머니 말씀에 할아버지가 여행계획을 세워놓았던 것이다. 남은 여생을 함께 여행도 하고 오순도순 얘기도 나누며 살자고 약속했던 두 분. 그러나 약속은 깨지고 말았다. 아직 가족 상견례도 없었기에 할머니는 삼우제에도 참석하지 못하시고 멀리서 눈물을 삼켜야 했다. 전화를 하면서도 할머니는 흐느끼고 있었다.
"내가 남편 잃고 20년 동안 혼자 살면서 우울증이 있었어. 영감님을 만나고 나서부터 우울증도 사라지고 참 행복했는데. 이젠 아무 희망이 없다우."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이 드신 분들의 행복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봤다. 우리 사회에 노인문제가 대두되면서 많은 전문가들이 해결책을 제시해왔다. 노인시설을 늘려야 한다. 연금제도를 확충하면 된다 등등.

그러나 노인문제 해결에 정작 노인은 빠져있다. 어떻게 하면 젊은 사람들이 짐을 벗을까만 생각하지, 어떻게 하면 노인분들이 행복할지에는 관심이 없다.

할머니는, 그리고 할아버지는 왜 그렇게 오랜 세월 동안 혼자 사셨을까? 왜 그렇게 늦은 나이에야 만나신 것일까? 혹시 우리 젊은 세대들이 이분들의 행복 찾기를 가로막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전화를 끊고 나서도 착잡해서 한동안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 pp.156-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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