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인터넷 보급율이지만 아직 대중성이라는 측면에서는 많이 부족하다. 중고등학생을 위시하여 대학생, 그리고 직장인들에게 인터넷을 떼어 놓을 수 없는 생활의 일부분이나, 아직 주부와 노년층에는 어렵고 멀게 느껴진다. 이런 이들을 위해 정부에서 여러 대책도 내놓고 있지만, 컴퓨터라는 '기계'에 대해 거부감이 있는 이들에게 그것을 활용하라고 하기는 아직 무리일 것이다. 그들을 컴퓨터 앞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인터넷을 함으로써 발생되는 효과에 대해 충분히 알려주고 이에 매력을 느끼도록 해야 하리라.
『@엄마와 인터넷i』는 주부들을 대상으로-물론 이들은 20대의 젊은 엄마라기보다는 그 이후의, 아직은 인터넷을 어려워할 수 밖에 없는 세대의 주부들이다.-위와 같은 맥락에서 인터넷에 접근한다. 학원까지 다닌 자신이 컴퓨터 켜는 법을 모를 수 밖에 없었던 이유에서 출발하여 인터넷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 이메일, 정보 찾기, 아이교육, 여행, 홈쇼핑을 다룬다. 여성에 의해 쓰여진 구술체 문장으로 주부들이 이해하기 쉽다. 예를 들어, 컴퓨터에 깔려있는 수 많은 프로그램과 바탕화면에 보이는 아이콘을 책장에 꽂힌 책과 책상 위에 꺼내 놓은 책으로 비유하여 설명했다.
막상 인터넷에 들어가는 것까지는 성공한 주부라 할지라도 너무나 많은 사이트 속에서 자신이 어디로 가야할지 이리저리 방황하다 길을 잃고 결국은 인터넷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그만큼 인터넷은 상상을 뛰어넘는 규모의 사이트들이 복잡한 구조로 얽혀있어 초보자에게는 미로와 같이 느껴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자신이 자주 사용하는 사이트를 중심으로 설명하므로 처음 인터넷에 들어간 사람이 길을 잃지 않고도 유용한 정보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물론, 이러한 저자의 선택은 주관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자신이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므로 대상 독자층과의 관심사가 비슷할 수 밖에 없고, '나는 이 사이트에서 무엇을 이용해 보았는데 무엇이 좋더라'라는 설명은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만약 이것이 부족하다면 각 장의 말미에는 다른 관련 사이트들을 소개해 놓았으니 그것을 참조하여도 무리가 없을 듯 하다.
1장에서는 인터넷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알려주어 자신의 학습방향을 생각해 보게 하며 2장에서는 컴퓨터 켜고 끄기, 인터넷 들어가기를 간단히 설명한 후 이메일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인터넷을 처음 접하는 사람은 자신만의 고유 주소인 이메일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에 매우 뿌듯함을 느끼며 멀리 떨어진 사람들과 순식간에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다는 것에 매우 신기해 할 것이다. 이메일을 사용하면서 자연적으로 자판을 익히게 되는 일석이조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주부의 관심사라면 당연, 아이들 문제. 3장에서는 인터넷을 활용한 육아방법을 소개한다. 갓난아이를 키울 때는 궁금한 것도 많고 고민스러운 것도 한 두가지가 아니다. 그렇다고 터 놓고 이야기하기에는 웬지 머뭇거려지는 이들에게 인터넷은 구원과 같은 것이다. 여러 전문의사들이 포진해 있는 건강 사이트부터 동료 엄마들의 조언을 들을 수 있는 커뮤니티까지 너무나 다양한 사이트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통해 의사 선생님과 상담하는 법, 육아전문가 혹은 동료 엄마들의 조언을 듣고 정보를 나누는 법, 아이 이유식 만드는 법을 배울 수 있다.
한국어머니들의 교육 욕구는 세계 제1위라 한다. 이는 어느 연령대의 어머니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서 특별히 4장에서는 인터넷에서 할 수 있는 아이들 교육만을 전문으로 다룬다. 그림책을 다운받아 프린트하여 색칠공부를 시키며 숫자 개념을 익히도록 할 수 있고(www.crayola.com), 게임을 통해 숫자를 세어보도록 할 수 있으며(www.littlefingers.com), 덧셈뺄셈도 공부할 수 있다(wneo.org/cybermom). 인터넷이 전세계를 통할 수 있는 것이니만큼 영어공부도 빼놓을 수 없다. 알파벳을 익히고, 퍼즐게임을 풀며, 영어단어를 공부하고 영어책을 읽는다. 이는 인터넷의 다이나믹하고 인터랙티브한 특성이 있었기에 가능한 기능이다. 마치 팅거벨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공연을 보는 아이들이 박수를 쳐 주어야 하듯이 인터넷 영어동화 속의 주인공은 아이들이 자신의 말을 알아들어야 다음 놀이를 할 수 있다. '엄마는 몰라'라는 말에 속상해본 경험이 있다면 인터넷을 통해 아이들의 숙제를 도와줄 수도 있다. 숙제도우미 사이트들의 사용법을 상세히 안내하여 아이들에게도 잘 설명해 줄 수 있다. 말로 하기에는 어쩐지 쑥스러운 아이들의 성교육도 인터넷을 통해서는 보다 재미있게 설명해 줄 수 있으며 동화를 읽어주고 재미있는 교육용 프로그램을 다운받을 수도 있다.
5장에서는 아이들과 함께 놀러가기 좋은 곳들을 찾을 수 있는 사이트, 영화/공연 정보, 외식을 저렴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인터넷을 사용할 때 가장 거부감을 가지게 되는 것이 바로 쇼핑이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이라 할 수 있는 6장에서는 인터넷 쇼핑을 제대로 하는 법과 카드보내기, 인터넷 게임하기와 같은 실질적인 인터넷 '활용'에 대해 알려주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그림을 다운받아 컴퓨터를 꾸미는 방법도 소개한다.
이 책은 인터넷 사용법에 대한 매뉴얼서라기보다는 인터넷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춘 책이다. 실제로 인터넷 브라우저의 다양한 기능이라든지, 뉴스그룹이라든지, FTP, 프로토콜과 같은 세부적인 사항들은 아예 설명에서 제외했다. 다만 브라우저 열기와 브라우저의 뒤로/앞으로 버튼 만을 사용하여 웹사이트에 접근, 자신이 필요한 정보를 찾는 것을 알려준다. 인터넷을 사용하고자 하는 주부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고 원하는지를 확실하게 짚어낸 것이다.
인터넷에 대해 더 깊이 알고 싶다면 책 말미의 '좀 더'코너를 활용하면 된다. 이 곳에서는 통신사 가입방법, 익스플로러와 넷스케이프의 모든 메뉴의 기능, 홈페이지 만들기에 대해 소개한다.
컴퓨터라는 '기계' 혹은 인터넷이라는 '매체'에 대해 배우고자 하는 주부라면 이 책은 부족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을 '활용'하여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얻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너무나 쉽게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 오혜원(kuchi@yes24.com) 2001.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