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 섹스는, 음, 그러니까 일반 섹스와는 좀 다르다
결혼으로 인해 성생활이 끝나거나, 아니면 임신으로 인해 끝날 것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종종 듣는다. 나쁜 소식부터 전하자면, 임신이나 육아로 인해 부부 간 성생활의 열정이 사라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좋은 소식을 알리자면, 꼭 ‘그래야만’ 하는 건 아니다.
아내의 몸은 출산을 위해서 더욱 유연해지고 부드러워져 있으며 육체적, 정신적 교감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임신 초기에는 아내의 성욕이 제한되어 있다. 당신은 매번 풍향이 변하는 바다에서 항해 중이다. 따라서 풍향계를 예의 주시해야 한다. 어떤 때는 아내가 섹스를 원하겠지만, 어떤 때는 아니다. 아내의 기분이 달라지기 전에 재빠르게 행동해야 한다! --- p.25
양수 천자 검사는 매우 무섭다. 꼭 아내와 함께 가도록 하라
나는 양수 천자 검사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었다. 알게 된 건 아내가 언젠가 지나가는 얘기로 말해준 이후였다. “뭘 어떻게 한다고?” 아내에게 물었다. “뱃속으로 바늘을 넣는다고? 아기 근처로?!” 이 검사는 나의 보호 본능을 극도로 달궈놓았지만 아내는 그저 “의사가 자세히 설명해줄 거야”라고 대답할 뿐이었다. 속으로 나는 ‘그 잘난, 다정하고 모르는 게 없는 의사가 이 무식하고 안달 난, 게다가 의사를 믿지 않는 남편에게 설명해주겠군’라고 생각했다.
의사가 지나치게 직설적으로 설명을 마친 후 나는 (a) 자연과 과학 앞에서 스스로 무용지물임을 깨달았고, (b) 스스로 영웅 노릇을 포기했고(나부터가 입술이 파르르 떨리는데 무슨 영웅이 되어 아내를 구해내겠는가?), (c) 무서웠고(결과가 좋기만을 바라면서), (d) 의사에 대한 신뢰가 더 떨어졌다. 이 모든 일들은 한 순간에 받아들이기에 벅찼다. 나의 몸은 순간적으로 필요한 액션을 취했다. 하늘이 노래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어지러움을 느낀 나는 “잠깐 나가서 바람을 좀 쐬어야겠어”라고 말했다. 순간 내 상상뿐일지도 모르지만 의사가 음흉한 미소를 띠는 것 같았다.
대기실에서 주위를 둘러보니, 모든 임신부들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들의 눈에서 이 말을 읽을 수 있었다. “남자들은 약골이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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