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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연대기 - 가연 컬처클래식 24
eBook

악의 연대기 - 가연 컬처클래식 24

[ EPUB ]
백운학 원저 / 미더라 | 가연 | 2015년 06월 03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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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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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5년 06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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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일부 기기 사용 불가),PC(Mac)
파일/용량 EPUB(DRM) | 9.62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9.1만자, 약 2.9만 단어, A4 약 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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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경찰 신분증을 물끄러미 보고 있던 최 반장은 마음을 굳혔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별안간 책상 위를 정돈하기 시작했다. 권총과 신분증, 그리고 휴대전화를 꺼내서 책상 위에 가지런히 올려놓고는 방을 한번 둘러보았다.
이제는 모든 것을 정리해야 할 순간이었다. 이대로 김진규에게 질질 끌려다닐 자신의 모습이 끔찍하기만 했다. 자신이 평생에 걸쳐 이루어온 이력들이 보였다. 가장 최근에 받았던 대통령상 상패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그가 한숨을 내쉬었다.

사람 앞 일은 아무도 알 길이 없다더니 이런 식으로 모든 것을 잃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는 법, 이제는 정말로 모든 걸 정리해야 할 때였다. 최 반장은 바싹 메마른 얼굴로 문을 열고 나섰다.
평소에도 항상 오가던 경찰서 복도가 오늘따라 낯설게만 느껴졌다. 어깨를 펴고 당당하게 범인을 인도했던 그가, 지금은 마치 범죄자처럼 어깨를 움츠리고 음울한 표정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무겁게 느껴지는 한발 한발을 내디뎌 결국 서장실 앞에 도착한 최 반장은 서장실의 문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마지막 인사는 서장에게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십오 년 동안 동고동락을 한 사이 아니던가. 그러니 마지막도 서장에게 인사를 하면서 마무리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 거였다.

한참을 우두커니 서 있던 최 반장은 이윽고 결심한 듯 눈을 감고 심호흡을 했다. 유달리 차갑고 무겁게만 느껴지는 문고리를 힘주어 돌린 그가 안으로 들어섰다. 비서 경찰의 경례에 그가 지독스러울 정도로 바싹 마른 음성으로 물었다.
“서장님 안에 계시지?”
최 반장은 서장실로 들어가려고 했는데 비서 경찰이 그를 제지했다.
“서장님, 나가셨는데요.”
“나가셨어? 언제?”
최 반장은 놀라면서 물었다.
“한, 삼십 분쯤 됐습니다. 올림픽 공원 소마 갤러리에서 단체장들 모임이 있으시다고...”

온몸에 맥이 빠졌다. 애써 다졌던 각오가 산산이 흩어지는 기분에 저도 모르게 신음이 잇새를 비집고 흘러나왔다. 마음 같아서야 단체장들의 모임이고 뭐고 간에 당장에 이 답답한 속내를 털어내고 한시라도 빨리 홀가분해지고 싶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할 수 없다는 사실에 그는 결국 고개를 떨구고는 다시 방으로 돌아갔다.
오늘따라 유달리 쓸쓸하게 보이는 방을 둘러보던 그는 불현듯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마치 누군가가 등을 떠민 것처럼 저도 모르는 사이에 취조실을 향한 그가 문을 벌컥 열었다.

없었다. 당연히 있으리라고 생각한 김진규가 취조실에 없었다. 아연실색한 최 반장은 황급히 수사본부로 돌아와 형사들에게 다소 성마른 음성으로 물었다.
“김진규 어디 갔어?”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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