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3년 강원도 정선에서 태어났다. 1983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시 <봄빛> 당선했다. 지은 책으로 동시집 ≪싸리울≫, ≪할아버지 이 뽑기≫, 시집 ≪넘치는 목숨으로 와서≫, ≪풀잎과 코스모스에게≫, ≪가을바람과 풀꽃 그리움에게≫, 글짓기 지도서 ≪재미있는 동시쓰기 나라≫ 외 다수가 있다. 계몽아동문학상, 강원아동문학상, 한정동아동문학상, 관동문학상, 한국동시문학상 등을 받았다.
멀리서 멀리서 보면 숲 속은 작은 함지 가만히 함지 위에 파란 모자 씌워지고 함지 속 오골 오골 끓는 팥죽 같은 새소리 떼
올망졸망 푸른 산도 내려앉은 함지 속 졸졸졸 시냇물도 노래처럼 흘러가고 귀연 채 어여쁜 황새 꽃이 되어 서 있네.
오솔길엔 쪼르르르 다람쥐도 꺼내 놓고 돌담 가 흐드러지게 꽂아 놓은 찔레꽃들 그리운 봄바람 한 떼 넝쿨처럼 엉켰네.
밤이면 작은 별들 동전 같은 달이 뜨고 단잠 든 아기 새 고요만 깊어 갈 때 그윽한 물소리들만 함지 가득 채운다.
할머니
재미있는 꿈을 꾸면 깨어나고 싶지 않던데… 머리가 하얀 우리 할머니 오늘은 굉장한 잠꾸러기가 되었지. 집안 식구들이 모두 할머니 잠 때문에 울면서 아우성이어도 할머니는 재미있는 꿈을 꾸시나 봐. 엄마와 아빠가 할머니 앞에서 울어도 그 소리를 못 들은 체하신다. 할머니, 나처럼 개구쟁이구나. 그만 자고 누운 떠 눈 떠 봐, 할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