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 북쪽으로 가는 길이란 뜻의 북단의 땅, 노르웨이.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모던함이 조화를 이룬 북유럽의 대표 도시 오슬로. 피오르드의 북쪽 안쪽에 자리한 도시는 전원풍의 한적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오슬로 시내의 베스튬 사립학교Bestum videregaende skole. 교정 안 4개의 건물은 노르웨이의 다른 건축들처럼 대체적으로 심플한 이미지였지만, 본관은 눈에 띄는 하얀 대리석과 투명 유리로 지어졌다. 학교라기보단 오페라하우스를 연상시키는 섬세한 디테일이 더해진 건물이었다. 예리한 칼날을 품은 것 같은 바람이 불어왔다. 그 바람에 실예의 검은 흑단 같은 머리칼이 마구 나부꼈다. 흐트러진 머리칼이 눈가를 가렸지만 실예는 손을 들어 넘기지 않은 채, 무표정하게 버티고 서 있었다. 추운 하늘에서 눈꽃처럼 하얀 눈송이가 조금씩 흩날렸다. 미동도 하지 않고 조용히 서 있던 실예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응시했다. 그녀는 키득거리며 노려보는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그래서?” 고집스레 침묵하던 실예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너희들이 내린 결론이 뭐야? 내가 이 학교에서 유일한 동양인이라서 제대로 괴롭혀 주겠다는 거지?” 실예는 표정 변화라곤 없는 건조하고 묘하게 슬퍼 보이는 얼굴에, 처음으로 픽 비웃음을 흘렸다. 그 웃음이 너무도 강렬해서 위협적으로 다가오던 아이들도 주춤했다. “어차피 결론은 이미 정해져 있었잖아. 너희들은 그냥 괴롭힐 상대가 필요할 뿐이니까. 그러니 마음대로 해. 마음껏 당해 줄 테니까.” 하얗게 흩날리는 눈 속에서 실예는 웃었다. “하지만 이건 알아 둬. 실컷 괴롭혀도 너희들은 내 정신까지 벨 수는 없어.” 그녀의 선언에 잠시 주춤하던 아이들이 서서히 검은 개미 떼처럼 몰려와 실예의 머리칼을 잡아당겼다. 하늘에서 내린 하얀 눈송이가 조금씩 쌓여 갔다. 이윽고 퍽, 둔탁한 외마디 소리가 눈 속에 울려 퍼졌다. 실예가 처음 경험한 폭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