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 합천군 가야면 황인리에는 태화 마을이 있다. 태화 마을에는 유명한 설화가 하나 전해져 내려오는데 바로 ‘천녀와 나무꾼’ 설화이다. 이 마을에는 설화의 실제 배경이 되는 지명들이 존재한다. 하나는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천로산이고 또 하나는 마을 중앙에 존재하는 태화 호수이다. 그런데 마을 사람들이 천로산과 태화 호수를 종종 다른 이름으로 부르는 것을 목격했다. 그들은 천녀가 내려왔다는 천로산을 도깨비산이라 불렀고 태화 호수는 일각 호수라 칭했다. 또한 이곳에는 천여 년 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마을 의식이 있는데 이것은 약 오 년에서 십 년 주기로 대보름이 뜨는 날 밤 행해진다. 이 의식은 천녀가 나무꾼을 만난 밤을 묘사하며 천녀를 기리는 것인데 의식의 또 다른 이름은 ‘도깨비 사냥’이라 한다. 임우석 『태화 마을의 숨겨진 비밀』 도깨비 사냥 中
어두운 거실에는 넓은 평면 스크린의 텔레비전이 홀로 켜져 있었다.
“임우석 박사는 30년째 민속학을 연구해 오고 있습니다. 그의 가장 유명한 저서가 바로 1995년에 출간된 『태화 마을의 숨겨진 비밀』입니다. 사실 임우석 박사가 저술한 『태화 마을의 숨겨진 비밀』은 그 당시 꽤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책이었습니다. 그가 실제로 수년간 이 마을에서 생활을 하며 관찰한 내용을 바탕으로 서술되었으니까요.”
진행을 하는 남자의 맞은편에는 안경을 쓴 뚱뚱한 남자가 앉아 진지하게 경청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얼굴이 카메라에 클로즈업되자 화면 하단 자막에는 ‘민속학자 박명준’이라는 이름이 나타났다.
“네, 그렇습니다.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계에서는 이 책의 내용을 야화 수준으로 폄하하고 임우석 박사님을 삼류 소설 작가로 치부하기에 이르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