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나는 엄마 아빠 두 사람과 함께 출발했어.
그러고는 갑자기 그 두 사람이 이혼을 한다고 해서 아빠를 잃었지.
그러더니 엄마는 차를 후진하다가 어떤 아저씨의 트럭을 들이받았고,
나는 또다시 다른 아빠를 얻게 되었다고.
덕분에 십 대 여자 애가 나의 엄마를 자넷이라고 부르고 멍청한 꼬마 녀석이 동생이 되고 말이지. 그런데 내가 할 일은 이 모든 걸 받아들이는 일밖에 없다고? 하, 쉽군 그래."
--- p.55
마지막 지푸라기.
너희들이 엄청나게 무거운 짚단을 등에 지고 시장으로 가야 하는 낙타라고 생각해 봐.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너희들이 정말로 튼튼하다고 믿고 네 잔등에 점점 더 많은 짚단을 쌓고 있다고 생각해 보라고. 짐은 점점 더 무거워지고, 다리는 비틀거리는데, 사람들이 너는 견딜 수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에 할 수 없이 겨우 겨우 버티고 있을 뿐인 상황을 생각해 봐.
너는 드디어 극한 상황에 다다랐어.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몰라. 그런데 어느 날 누군가가 와서 네 등에 지푸라기 하나를 더 얹는다면? 너는 그 자리에서 그 사람 위로 무너지고 말 거야. 그리고 그 사람은 깔려도 마땅하지. 왜냐하면 그는 네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전혀 배려하지 않았으니까. 누구에게나 버틸 수 있는 한계가 있는 법이야.
--- p.156-157
"너 정말 힘들었겠구나. 그렇지 않았니?"
나는 대답하지 않았어.
"미안하다."
벤 아저씨가 속삭였어.
"네가 힘들지 않도록 도와줄 수도 있었을 텐데. 나는 단지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단다."
벤 아저씨는 다시 팔로 내 어깨를 감싸 안았어.
나는 뿌리치지 않았어.
--- p.204
지구는 변해.
화산이 폭발하고 계절은 겨울에서 여름으로 바뀌고 낮은 밤으로 바뀌지.
그리고 사람들은 이혼하고 다시 재혼하기도 하고.
사람들은 시간이 약이라고 말하지만 그건 그렇지 않아. 모든 것이 저절로 해결되는 건 아니야. 시간이 흐른다고 이미 벌어진 일을 되돌리지는 못해. 그저 조금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일 뿐이지.
--- p.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