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의 생활이 완전히 뒤바뀐 적이 두 번 있었다. 첫 번째는 3년 전이고, 두 번째는 한 달 전이다. 3년 전, 비밀경찰이 우리 동네에 들어왔었다. 그가 염탐꾼이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었다. 그는 민간인 복장을 하고 있었지만, 얇은 하복 셔츠 속으로 권총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그는 거의 항상 기분이 안 좋았고, 우리를 지나칠 때 인사 한번 하는 적이 없었다. 우리가 그의 아이들 중 한 명에게 아버지의 직업이 뭐냐고 물으면, 그 아이는 ‘공무원’이라고 대답했다. 그가 절대 보건부 공무원은 아니라는 것은 확실했다.
이전에 동네 사람들은 큰 소리로 물가가 비싸다느니, 전쟁에서 졌다느니 흥분을 하면서 욕을 해댔지만, 이자가 우리 가운데 들어온 이후로는 말소리가 작아지면서 자신의 생각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려고 애썼다. “내 생각에는…….”이라고 하던 것이 순식간에 “나는 잘 모르지만, 내가 들은 바로는…….”이라는 공손한 말씨로 바뀐 것이다. --- pp.55~56 「겁주는 사람이 겁먹었을 때」 중에서
“누가 들으면 어떻다고 그래요! 닭 사실래요?”
유제프는 상대방에게 호통치듯 말했다.
“제발 조용히 하라니까! 닭? 여기서 닭을 사서 뭐하라고?”
“닭을 안 사면 소리 지를 거예요!”
유제프는 위협하듯 말했다.
“그래, 알았다. 내가 사지. 얼마면 되지?”
그자가 물으며 한데 뭉쳐 든 윗옷에서 겨우 지갑을 찾아 꺼냈다.
“20리라요!”
유제프가 단호하게 말했다.
“20리라라고? 너 정신 나갔냐? 이 말라빠진 닭 한 마리가? 방금 네 입으로 10리라라고 했잖아!”
“20리라예요. 안 그러면 소리치겠어요!”
“그래 알았다! 옜다, 20리라.”
그자는 작은 소리로 말하면서 유제프에게 돈을 주고 닭을 받았다. 그 바람에 그의 옷이 맨발 위로 떨어졌다.
“그 말라빠진 닭을 파시겠어요?”
잠시 후에 유제프가 물었다.
“뭐라고 다시 팔라고? 에라, 나도 모르겠다. 그러면 그 20리라 다시 다오.” 그자가 신음하듯 내뱉었다. “그리고 제발 좀 조용히 해라.”
“웬 20리라요? 이런 형편없는 닭은 5리라면 충분하죠!” --- pp.136~138 「콩죽이냐 천국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중에서
선생님이 답안지를 전혀 채점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낸 애는 나빌이었다. 선생님은 그냥 답안지의 분량만으로, 반쪽짜리는 미, 한쪽짜리는 우, 두 쪽을 가득 채운 것은 수를 준다는 것이었다. 처음에 우리는 나빌을 믿지 않았다. 그러나 그 애는 다음 시험에 한 문제도 맞는 답을 쓰지 않고도 수를 맞아 보이겠다며, 우리에게 아이스크림 내기를 제안했다. 이스마일이 내기를 하겠다고 나섰고, 우리는 보나마나 이스마일이 이길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가고 말았다. 시험을 본 후 선생님이 점수를 불러주었고, 나빌은 머리를 꼿꼿이 세우고 앞으로 나가 꽉 찬 답안지를 받아 들고 돌아오면서 수라고 적힌 자신의 점수를 자랑스럽게 보여주었다.
“아이스크림 사야지.”
이스마일 옆을 지나가면서 그가 조롱하듯 속삭였다. 답안을 확인하기 위해 우리는 조급한 마음으로 쉬는 시간이 되기만을 기다렸다. 우리는 나빌이 몰래 공부를 해서 맞는 답을 썼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우리는 헛다리를 짚었다. 나빌은 정말로 한 다섯 줄 정도 생물학에 관해 쓴 다음, 자기 이모가 방문한 이야기를 자세히―두 쪽 가득―적어놓고는, 마지막 부분에 다시 처음에 썼던 것을 반복하는 식으로 마무리해놓았던 것이다.
--- pp.220~221 「그날이 오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