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석의 2002년은 '공공의 적'의 개봉으로 시작되었다. '생과부 위자료 청구소송' 이후 3년 반 만에 내놓은 작품이었다. '공공의 적'은 서울관객 116만, 전국관객 300만 명을 동원하며 이 해 한국 영화 흥행 3위에 오르는 성공을 거두었다. 묘하게도 아니 어쩌면 당연하게도, 이후 2002년에 강우석이 펼친 다양한 사업들은 CJ 엔터테인먼트에 한치도 지지 않으려는 공격적인 전략처럼 보인다.

CJ엔터테인먼트는 2002년 2월 초에 영화사로는 처음으로 코스닥에 등록되었는데, 시네마서비스는 2월 말에 바로 코스닥 등록업체인 로커스홀딩스와 합병하여 두 회사는 주식시장에서도 경쟁을 벌이게 되었다. 합병으로 시네마서비스가 로커스홀딩스를 통해 간접 등록하는 셈이라는 것이 증권가의 평가였다.

로커스홀딩스는 시네마서비스를 합병하면서 회사 이름을 플레너스엔터테이먼트로 변경했는데, 강우석은 플레너스엔터테인먼트의 지분 11.4%를 소유하여 로커스와 워버그핀커스에 이어 세 번째 대주주가 되었다. 이에 따라 그동안 독자적인 영화 제작 및 투자 배급을 해온 시네마서비스의 경영은 로커스 홀딩스가 완전히 장악하게 되었다. 반면 싸이더스의 영화 분야는 로커스홀딩스에서 분리, 독립하기로 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이대현은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충무로 토착자본으로 시작해 한국 영화계 최고가 된 시네마서비스는 기업화의 길로 완전히 들어가고 한국 최대 영화제작사나 다름없는 싸이더스는 기업식 경영을 포기하고 충무로식 제작 시스템으로 되돌아온 셈이다. 로커스홀딩스에 합병된 시네마서비스는 앞으로 투자 관리 배급만 하고 제작은 좋은 영화사 등 기존 시네마서비스가 투자해온 영화사에게 맡긴다는 계획이다. 그간 시네마서비스를 사실상 이끌어온 강우석 감독은 감독에 전념하기로 했다. 이번 합병으로 로커스홀딩스는 종합 엔터테인먼트사로 확실히 자리잡게 됐다'

이와 동시에 강우석은 대형 스튜디오를 짓기로 결정했다. '스튜디오 없는 영화사는 메이저 자격이 없다는 판단에서 밀어붙'인 것이었다. 2002년 5월에 경기도 파주 헤이리에서 첫 삽을 뜬 촬영 스튜디오 '아트 서비스'는 대지 4천 5백 평, 건평 2천 5백 평 규모로 건립비만도 12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강우석은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유니버설, 파라마운트 같은 할리우드 메이저와 비교할 순 없지요. 아직 그들처럼 테마파크형 스튜디오를 세우는 건 아닙니다. 다만 영화를 찍을 곳이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로 좋은 시나리오들이 빛을 보지 못하는 일은 없어야겠죠. 앞으론 야외세트 공간도 조성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