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06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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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용량	EPUB(DRM) \| 9.97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21.9만자, 약 7.2만 단어, A4 약 137쪽?
ISBN13	9791185687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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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일 블루 아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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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개짓 (외전 포함) (총4권/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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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례한 나의 다중인격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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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짓 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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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무지 익숙해지지 않을 것 같은 냄새였다.
자욱하게 감도는 향 내음은 이틀 내내 맡고 있음에도 처음과 다름없이 아릿했다. 굳이 오래 전 여읜 어머니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몇 년 전부터 병석에 누운 아버지를 대신해 마을 대소사에 참석해 왔던 만큼 은재에게 있어 죽음은 다소 익숙한 것이었지만, 아무리 문상 경험이 많고 아버지의 병간호를 하는 동안 천천히 마음의 준비를 했다 한들 역시 많은 것이 달랐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의 걱정 어린 권유대로 별실에 몸을 뉘는 대신, 은재는 꼿꼿이 세운 등에 더욱 힘을 주었다.
그녀의 시선은 자신이 앉아 있는 바닥과 상복 치마의 경계 언저리에서 떠날 줄을 몰랐다. 고개를 들어 봤자 볼 필요 없는 것들까지 보게 된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가세가 기울고 아버지의 병이 깊어지면서 발길을 끊었다가 이제야 나타난 친척들이 수군거리는 행태라거나. 그 심각한 논의의 주제가 아버지가 남긴 집과 땅이라는 사실은 딱히 귀를 기울이지 않아도 자명했다.
걱정해 주는 척 달려오더니 입관도 하기 전에 탐욕을 드러내는 꼴은 마치 하이에나 같았다. 은재의 무표정한 얼굴 위로 경멸이 희미하게 스쳐 갔다. 새삼 실망하는 일은 없었다. 이미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오래 전부터 그녀에게 진정한 의미의 친척은 피를 나눈 저들이 아니라 정을 나눈 사람들이었으니까.
지금도 제 일처럼 발벗고 나서 문상객들을 맞이하는 등 성심성의껏 도와주고 있는 마을 사람들이 있어서인지, 이 넓은 세상에 외따로 남겨졌다는 고독감이 다소 누그러지는 것 같았다.
난 혼자가 아니야.
은재는 스스로에게 되뇌며 마음을 다잡았다. 아버지는 돌아가셨지만 그래서 더욱더 지켜야 하는 것이 자신에게 남아 있었다. 그녀는 둔탁하게 뛰는 심장 틈새로 가까스로 숨을 내쉬었다.
코끝에 먹먹한 향냄새가 아닌 다른 것이 끼어든 것은 바로 그때였다.
입구 쪽이 잠시 술렁거리는가 싶더니 저벅저벅 구두 소리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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