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엄마는 오늘도 대판 싸웠다. 며칠 화해 분위기였는데, 얼마 못 간 것이다. 결국 이혼이 어쩌고저쩌고하는 말까지 방문 너머로 들려왔다. 정말 으악이다! 둘이 이혼하면 내 인생은 어떻게 되는 거지? 나는 누구랑 살지? 열 살 생일 선물로 받은 피아노는 가져갈 수 있을까? 곰돌이 컵은 재현이도 좋아하는데 내가 가져도 될까? 《우주 백과사전》은 우선 내가 읽고 동생들이 좀 크면 줘야 하나? 아, 이혼은 정말 피곤한 일이구나! --- pp.19-20
“엄마, 아빠는 떨어져 살기로 결정했단다. 너희한테는 정말 미안해. 하지만 어쩔 수 없었어. 엄마, 아빠를 좀 이해해 주겠니? 떨어져 살기는 하지만 너희를 사랑하는 마음은 하나도 달라지지 않을 거야.” 어른들이란! 집집마다 이혼할 때는 똑같은 대사를 읊어 대는구나. 자, 이제 이 강재인이 나설 차례! 나는 손을 번쩍 들었다. “저기요. 아빠, 엄마만 할 말이 있는 게 아니거든요. 저도 할 말이 있어요. 저도 참을 만큼 참았다고요! (중략) 그럼 지금부터 제 요구 사항을 말씀드리겠어요. 잘 들으세요. 강재인의 요구 사항 첫 번째…….”라고 말했으면 좋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떨어져 살기로 결정했다는 엄마의 말이 끝나자마자 가슴에서 묵직한 것이 치받치며 먹은 것을 다 게워 냈다. 눈에서는 눈물이, 코에서는 콧물이, 입에서는 먹던 피자가 쏟아져 나왔다.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엉엉 울었다. 쌍둥이도 따라 울었다.
작년에 다니던 식품 회사에서 정리해고를 당하고 큰아빠의 전자제품 가게에서 일하는 아빠는 이벤트 회사에 다니며 바쁘게 일하는 엄마가 집안일을 돌보지 않자 화가 난다. 급기야 엄마, 아빠 사이에 심한 다툼이 일고, 재인이는 엄마, 아빠가 이혼할 것 같아 불안해한다. 재인이는 곧 마음을 정리하고 같은 반 친구인 연보라의 조언으로 부모님이 이혼할 때 말할 자신의 요구사항을 하나하나 적어 본다. 며칠 후, 재인이의 엄마, 아빠는 이혼하기로 했음을 알리지만 재인이는 목이 메어 준비한 말을 하나도 하지 못한다. 방학을 맞이한 아이들은 부산 이모네에 가게 되고, 재인이네 부모님은 이혼 서류를 정리하려고 만났다가 지금까지 재인이가 쓴 노트를 보게 된다. 그리고 두 사람은 자신들의 잘못을 깨닫고, 재인이에게 그동안의 미안한 마음을 담아 편지를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