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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모든 사랑은 무죄이다

이 세상 모든 사랑은 무죄이다

문정희 | 예사모(을파소) | 1998년 12월 3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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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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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1998년 12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159쪽 | 210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88494035
ISBN10 8988494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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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못 잊을 사람하고
한계령쯤을 넘다가
뜻박의 폭설을 만나고 싶다.
뉴스는 다투어 수십 년 만의 풍요를 알리고
자동차들을 뒤뚱거리며
제 구멍들을 찾아가느라 법석이지만
한계령의 한계에 못 이긴 척 기꺼이 묶였으며.

오오. 눈부신 고립
사방이 온통 희 것뿐인 동화의 나라에
발이 아니라 운명이 묶였으며.

이윽고 날이 어두워지몀 풍요는
조금씩 공포로 변하고, 현실은
두려움의 색채를 드리우기 시작하지만
헬리콥터가 나타났을 때에도
나는 결코 손을 흔들지는 않으리.

헬리콥터가 눈 속에 갇힌 야생조들과
짐승들을 위해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시퍼렇게 살아 있는 젊은 심장을 향해
까아만 포탄을 뿌려대던 헬리콥터들이
고라니나 꿩들의 일용할 양식을 위해
자비롭게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나는 결코 옷자락을 보이지 않으리.

아름다운 한계령에 기꺼이 묶여
난생 처음 짧은 축복에 몸둘 바를 모르리.
--- pp.128-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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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희 시인은 한 순간에 뜨겁게 불타오르는 사랑, 그 순간이 지나면 가슴에 남겨질 차디찬 재의 무게에 어절 줄 몰라하는 사랑을 꿈꾼다. 그의 시에는 눈을 내리깔고 내면에 침잠하는 달관의 포즈 대신에 탄식하고 절망하고 애태우는 고통의 몸부림이 있다. 그래서 사랑하는 것은 '홀로 우는 것'이고 '세상에서 가장 슬픈 것'이라고 말한다.

상대방을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거기에는 반드시 슬픔이 묻어나기 마련이다. 사랑이 초콜릿처럼 달콤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직 세상을 자기 힘으로 살아보지 못한 사람, 자아와 세계의 대결 속에 자신의 사랑을 내던져 보지 못한 사람이다.

문정희의 사랑시는 그런 즉흥적이고 즉물적인 사랑을 거부하고 참혹한 고통을 맛보더라도 눈부신 황홀감에 빠져드는 저래적 사랑을 추구한다.
--- 이숭원(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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